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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랄프 레이튼 지음, 안동완 옮김 / 해나무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어떤 나라를 여행하기 위해 10여 년 동안 온갖 시도를 했던 세 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어릴 적 우표수집을 통해서 알게 된 투바라는 나라, 그 나라의 수도인 Kyzyl, 모음 하나 들어있지 않은 이 이상한 지명에 매혹되어 막연히 그 나라에 가고 싶다고 뜻을 모은 세 남자들은 의기투합하여 즐거운 여행 준비를 한다. 리처드 파인만, 랄프 레이튼, 글렌 코웬이 그들이다.
아시아의 지도를 펼쳐놓고 각 끝점들을 연결하면 선들이 한곳에서 교차하게 되는데 바로 이 교차점이 아시아 대륙의 중심으로 거기에 위치한 나라가 투바라고 한다. 투바를 향한 이 세 사람의 열정이 없었다면 지금도 오지 중의 오지로 남아있을 터이다.
10년 동안 이들이 꿈꾸고 시도했던 온갖 에피소드들로 엮여진 이 책은 1977년에서 얘기가 시작된다. 세계의 큰 사건들이 시대의 배경으로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어서 읽는 맛을 더한다. 우여곡절 끝에 1988년, 드디어 초청장을 받고 투바에 갈 수 있게 될 무렵, 이 책의 주요 인물인 파인만은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 세 남자들의 소박하고 꾸밈없는 소망은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파인만의 소탈하고도 열정적인, 꿈꾸는 소년 같은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린다. 파인만의 죽음 때문인지, 드디어 여행이 이루어진 감격 때문인지, 그들의 아름다운 열정 때문인지...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낼 뿐이다. 때로는 진짜 여행보다 이와 같은 여행 전 과정이 감동적일 수도 있는 거다.
"목표에 도달하는 것보다 그 여정이 더 성스럽다" 고 했던가. (세르반테스의 말이라고 한다.)
2005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간한 <뚜바인의 삶과 문화>는 그쪽 전문가들 여럿이서 투바를 취재한 기록물이다.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되어 있지만, 뭐랄까 투바를 가고자 한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만큼 흥미를 끌지는 못한다. 투바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는 되겠지만...
<뚜바인의...>에서 읽은 투바의 속담 1, 2
속담1. '말은 예쁘게 치장해주어야 한다'--말이 물을 먹다가 자기 모습을 보고 감격하여 주인의 말을 더욱 잘 듣기 때문이다.
속담2. '게으른 사람은 항상 머리가 아프고, 욕심 많은 사람은 항상 목이 탄다.'--게으른 사람은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부려먹고, 욕심 많은 사람은 목이 탄다고 하면서 물을 달라고 한 뒤 음식도 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