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 - 그림 작가 엄유정의 심심하고 고요한 여행
엄유정 글.그림 / 아트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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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어간 책이라 읽기 편하고 눈도 호강한다. 특히 파랑색이 주조를 이루는 36장의 산 그림이 매우 인상적이서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하마터면 도서관에서 빌린 이 책을, 그 산 그림이 실린 쪽을 슬쩍 찢어낼 뻔 했다. 너무나 예뻐서. 혹여 서점에 가시게 되면 이 쪽수부터 확인하시라. 85쪽.

 

아티스트 레지던시라는 게 있다고 한다. '회화, 비디오, 드로잉, 퍼포먼스, 시나리오 작가 등 예술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얼마간 특정 장소에 거주하며 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 책의 저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40여 일간의 아이슬란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이 아티스트 레시던지를 해보기 위해 예술가가 되어볼까나 하고.

 

글보다 그림이 단연 뛰어난 책이지만 글도 소소하게 읽기에는 적격이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어울리는 수영장 얘기도 재밌고 예술가들 얘기도 읽을 만하다. 정작 뒷쪽에 실린 여행 얘기는 다소 맥이 빠진 느낌이 든다. 역시 사람 얘기가 흥미롭다.

 

가고 싶은 나라에 아이슬란드를 추가한다. 가고 싶다고 노래 부르면 언젠가는 가게 되겠지.

 

앨리스(레지던지 주인)는 요즘 아이슬란드어를 배우기도 하고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영모임을 나가거나, 또 레시던시를 운영하면서 조금씩 이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 있다. 홍콩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자신을 채찍질하며 애를 써야했는데, 이제는 모든 일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많은 일을 하고 능률을 올리는 삶이 이곳에서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아이슬란드에서는 의사의 봉급이 어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는 터라 더 높은 곳, 더 많은 것을 취하는 삶을 인생의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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