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이트 형제의 모험 - 마음이 자라는 특별한 여행
프랑수아 베이제 지음, 양희영 옮김 / 지식의풍경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세의 이누이트 청년 이타크가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 사실을 근거로 한 동화나 소설이 그렇듯 처음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다가 끝은 지지부진하게 끝나는 그런 실화쯤으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런 편견이 깨지면서 한편의 잘 만들어진 만화 영화 속으로 몰입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만화 같은 내용이었냐 하면 그건 아니다. 비록 도시 문명에 찌든 시각으로 볼 때, 이십 세도 안돼는 주인공과 어린 동생이 북극을 헤치면서 모험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냐 하는 의구심도 없지 않았지만 그 부분은 이 책을 쓴 사람의 경험을 믿기로 했다. 15년 넘게 이누이트와 함께 살았다는 작가의 체험에서 이 책이 나왔음을 고려하면 나의 의구심은 부질없고 중요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을 일컫는 "이누이트"라는 단어보다 백인들이 붙인 "에스키모"(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뜻)에 훨씬 더 익숙한 나로서는 사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소위 우리식의 문명화와 저 몰인정한 세계화로 번역되지 않는 그들의 삶을 읽고 받아들이는 게 쉽지는 않다. 잘 모르니까. 그러나 내가 살아보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과 야성으로 길들여진 그들이 삶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일정 부분, 픽션으로서가 아니라 넌픽션으로, 사실주의 시각으로 읽기도 했다.

  요즘의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우리 아이들에게 "모험"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들이 얼마나 상업적이며 일회적인 행사며 수박 겉핥기조차 되지 못한다는 것을, 따라서 모험이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박제된 유물 혹은 옛 이야기에 나오는 낯설고 엉뚱한 것들이라는 것을 길게 설명해서 무엇하리.  이런 우리 아이들에게 그러나, 이 책은 그나마 잠시나마 모험에 대한 대리 경험의 기회를 줄 수 있으리라.

  모험이란? 거창한 게 아니라 먹고 자고 입는 것을 스스로 해결해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냥을 해서 먹을 걸 해결하고, 얼음집인 이글루를 지어서 추운 밤을 지새보고, 사냥한 동물로 만든 옷을 입는 것. 이 책의 어린 두 주인공은 너무나 당연한 듯 이런 일들을 훌륭하게 해낼 줄 안다.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먹고 자고 입는 것의 그 지난한 과정을 곰곰이 따져보고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이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살아있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쳐야 하는 모험이라는 것도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나오는 만화 같은 장면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흠뻑 그 분위기에 젖어들면 좋겠다.

  잃어버리고 심지어 거세당한 듯한 야성을 불러일으키고 잠시나마 환상적인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이누이트 언어("이눅티투트"라고 한다.)의 낯선 단어 몇 개를  소리 내어 발음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또 더불어 알게 된 <이누이트 소년의 노래>(by 피터 르랭기스)와 <이누이트가 되어라>(by 이병철)라는 책도 읽고 싶은 도서 목록에 추가되는 덤도 얻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