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제일 성가신 것은, 제일 흔하고 만만한 대중교통 수단인 송태우(트럭을 개조한 것)를 타는 일이다. 여행안내서에는 하나같이 요금을 흥정한 후 타라고 쓰여 있는데 며칠 지내고보니 그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물론 거리가 먼 경우에는 흥정이 필요하지만 가까운 경우에는 그냥 짧게 행선지만 말하고 타면 된다. 이런 식이다.
-여행 초반
나: 마야 쇼핑몰까지 얼마예요?
송태우기사: 일인당 40바트입니다.
나: 30바트로 합시다.
기사: 오케이
-여행 중반
나: 마야 쇼핑몰 가나요?
기사: 오케이
내릴 때 3인 분으로 100바트짜리를 낸다. 그러면 기사가 알아서 40바트를 거슬러준다.
-여행 후반
나:(단호하고 짧게) 마야!
기사:(고개만 끄덕)
내릴 때 3인 분으로 60바트를 내면 기사가 밝은 얼굴로 요금을 받는다.
가격이 언제 올랐는 지는 모르지만 송태우 지붕에는 일인당 요금이 30바트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그러나 현지인들은 대부분 20바트씩을 내고 있다. 눈치껏 할 일이다.
이렇게 적으니까 속지 않고 제대로 다니는 것 같지만....공항에서 시내로 처음 진입할 때는 언제나, 어디서나(세계 어디서나!) 바가지 택시요금에 당하고 만다. 치앙마이에서도 그랬다. 1층 출구에서 택시요금을 지불하면 곧바로 택시를 탈 수 있는데 요금이 300바트였다. 예약한 숙소주인의 이메일에 따르면 160바트면 숙소까지 올 수 있다고 했는데, 따질 겨를도 없이 얼떨결에 택시에 오르고 말았다. 남편과 딸아이도 돈문제에는 왜 그렇게 너그러운지... 그랬던 것이 치앙마이를 떠나는 날, 올드시티에서 치앙마이공항까지 송태우를 탔는데 150바트였다. 그것도 도착 때보다 먼 거리였다. 수업료 없는 여행이 어디 있으랴. 처음 가는 곳에선 늘 겪는 일인데 늘 속고 늘 나중에 깨닫는다. 그런들 어떠하리. 누구든 작은 횡재 없는 인생은 너무 팍팍하지 않은가.
그래도 치앙마이에선 마음 놓고 환전할 수 있다. 물론 몇 개의 환전소를 비교해가며 유리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있지만 적어도 환전소에서 사기 당할 염려는 없다고 본다. 작년 발리에서는 몇 차례 사기당할 뻔한 적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화폐단위가 크다보니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바로 눈 앞에서 사기를 당하고 만다. 예를 들면 100,000짜리로 줄 것을 10,000짜리로 주면서도 눈동자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꾸따해변에서는 제대로 된 환전소를 찾는 일이 말 그대로 일이었다. 우붓은 그나마 안전하나 역시 사기당할 뻔한 적이 있었다. 발리는 외국인 여행객 위주로 돌아가는 동네 같은 분위기인데 반해 치앙마이는 아무리 많은 외국 여행객이 밀려들어도 중심이 잘 잡혀있는 태국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내 짧은 소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