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1
노경실 외 지음, 윤종태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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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4학년인 딸아이에게 책을 자주 사 주는 편이다. 더 어릴 적에는 그런대로 읽어주곤 했었지만 지금은 바쁘다는 핑계로, 왠만큼 자라서 혼자 읽을 줄 안다는 안이함으로 그저 책만 사주는 편이다. 너무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도 아이의 독서에 득이 되지 않을 거라는 내 나름의 배려아닌 배려로 그저 덤덤하게 책을 안겨주는 것으로 만족하곤한다. 어쩌랴, 나 자신도  읽을 책이 늘 밀려있는 것을.

그러다가 오랜만에 동화책을 함께 보게되었다.  제목도 재미있는 흑설공주. 아이는 한권을 단숨에 읽어 제끼는데 나는 시간이 좀 걸린다. 우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미 백설공주, 팥쥐콩쥐, 신데렐라 이야기에는 신물이 나 있었기 때문이고 이제는 동화에 정신없이 빠져들 그런 나이도 이미 훌쩍 넘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동화는 더 이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세계에서 동화에 집중하려면 입시 준비라도 하는 것처럼 마음을 다잡아야한다.

그래서 우선 딸아이에게 물어보았다.

" 이 책을 누구에게 읽히면 좋을까?"

딸아이 대답. " 우리반 남자애들한테 읽히면 신날텐데"

"왜?"

" 오히려 남자가 여자한테 당하잖아."

그랬나? 우리 아이도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외동이라서 차별을 느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있겠다.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으니까 " 고추 하나 달고 나오지 그랬어?"하는 말은 좀 들었겠다. 그 말에 차별을 느꼈을까?

여자가 남자한테 차별을, 남자가 여자한테 차별을 당하는 건 결국 그게 그거다.  이 책에 나오는 저자의 말처럼 "남자와 여자는 적이 아니라 동반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누이 힘 합하기>는 참 적절하다. 직접 읽어보시길.

동등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자기 길을 개척하며 당당히 일어서기 위해서, 이 몇 편의 동화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그 길을 모색한 흔적이 역력하다. 마녀 한테 사과 대신 책을 받고 기뻐하는 흑설공주, 열심히 책을 읽으며 의기투합하는 팥쥐 콩쥐 자매, "시장에서 새엄마 몰래 산 책으로 공부하기 시작"하는 신데렐라, 할머니가 준 진주를 팔아 공부해서 항해사가 된 인어공주. 이들의 공통점은?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과 맞서기, 쯤으로 읽혀지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에는 공부에서 자유로운 아이들이 어디 있으리오, 만은 이런 일련의 동화에서마저 공부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 좀 괴롭게 읽혔다.

아동 문학은 재미와 교훈, 이 두 가지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은 이 책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단숨에 읽고 통쾌감을 느끼고, 자연스레 엄마가 해야할 잔소리를 대신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딸아이의 학급 문고에 얼마 전 책 세 권을 기부하자 그 때 딸아이가 너무나 좋아한다. 마치 요즈음 흔히 하듯 피자 몇 판 돌리기라도 한 것처럼 뿌듯해한다. 이 책을 한 번 더 읽은 딸아이가 이번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반 학급문고에 좀 보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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