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쓸 때마다 떠오르는 글이 있다. 바로 조침문이다. 애지중지하던 바늘 하나 부러졌다고 애통해 하는 심정을 되새겨보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엔 세탁기를 애도했는데 오늘은 자동차를 애도하게 되었다.

 

 

 

 

2000년도에 구입한 현대 산타모, 우리 가족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자동차이다.

 

얼마 전부터 신호 대기 때 시동이 꺼지고 하더니 이젠 엔진에서 마지막 안간힘을 토해내며 온 아파트가 울릴 정도로, 병든 코끼리 숨소리(?) 같은 큰 소리를 내며 마지못해 움직인다. 안쓰러울 정도이다. 이게 사람처럼 입이 달렸으면 하소연이라도 하련만, 제발 좀 쉬게 해달라고.

 

필름 카메라로 찍은 저 사진 속의 딸아이가 좀 있으면 수능을 치르게 된다. 재수생이다. 저 야리야리하고 가냘프던 딸의 모습을 이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될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 짧지 않은 세월을 말 그대로 동고동락하던 저 승용차를 하루 이틀 정도만 타면 이젠 안녕이다. 오늘 아침 마지막으로 가스를 충전하는데, 남편이 딱 1만 원어치만 넣자고 한다. 폐차장까지 끌고 갈 정도만 넣자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마지막인데 한번 배불리 먹여주지..."하고. 결국 남편 말대로 딱 1만 원어치만 넣는데 왠지 마음이 짠하다.

 

얼마 전에 53만원 주고 여기저기 손도 보고 뒷바퀴 타이어도 새 것으로 교체했는데, 좀 냉정하게 따져보면 새 타이어가 아깝긴하다. 자동차에도 사후장기기증이라는 게 있다면 타이어라도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주고 싶다.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업데이트가 필요한 아이나비 네비게이션도 있다. 이젠 구형이라서 뭐 쓸모가 있나싶지만. 멋지게 집까지 만들어주었는데(남편 솜씨)

 

 

 

대형 마트 주차장 같은 데서 아무리 자동차가 많아도 우리 가족은 저 승용차를 금방 알아보며 반가워 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많은 무리 중에 있어도 가족끼리는 서로 잘 알아보듯이 우리는 저 낡고, 색깔이 누렇게 변색되고, 네 모서리가 하나도 성한 곳이 없는 자동차를 식구인양 잘 알아보곤 했다. 아니 그냥 식구였다.

 

 

식구 하나를 떠나보내며, 덩리쥔의 <Goodbye My Love>로 이별가를 대신하고 싶다. 이 유치한 감정이라니...운전면허도 없는 나는 한번도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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