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에서 빌렸는데 결국 완독하지 못한 상태로 돌려주게 되었다. 손으로 만져봤다는 증거를 남긴다.

 

높은 1인당 에너지 소비와 극도의 전문 서비스를 바탕으로 하는 개발이 서양의 전도가 끼치는 가장 큰 해악입니다. 개발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생태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개념과, 출생과 사망이 일어나는 문화적 장소를 전문 서비스를 위한 무균 병동으로 대치하려는  인류학적으로 사악한 시도를 길잡이 삼아 벌이는 사업입니다. 한바탕 개발이 할퀴고 간 그 짧은 기간에, 신생아를 토해내고 죽어가는 사람을 다시 빨아들이는 병원, 취업 전/간/후의 무직자가 바삐 지내도록 운영되는 학교, 슈퍼마켓으로 오가지 않는 동안 사람들을 보관하는 고층 아파트, 차고와 차고를 이어주는 고속도로 등이 풍경 속에 문신처럼 새겨졌습니다. 분유세대가 의료원으로부터 학교로, 사무실로, 경기장으로 일평생 내몰려 다니도록 설계된 이런 시설은 이제 대성당만큼이나-대성당처럼 심미적 매력을 덧입히지는 않았지만-이상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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