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따분하여 모처럼 강화도 전등사에 갔다. 15년 운행을 자랑하는 승용차는 이따금씩 시동이 멈추어 드라이브에 긴장감을 보태는데, 운전은 남편 몫, 나는 그래도 단잠을 즐긴다. 내가 깨어서 눈 똑바로 뜨고 앞을 주시한들 낡은 자동차가 내 말을 듣지는 않을 터.
다 좋았다, 는 아니었다.
경내에 찻집이 있어 '연꽃꿀빵'을 사려고 들어갔는데, 물건값을 치르려고 보니,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이 안 되는 가게였다. 오로지 현금만 내야 하는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넓은 방 두 개로 이루어진 실내에 테이블도 많고 발코니에도 테이블이 있는 걸로 봐서 결코 작은 가게는 아니었다. 분명 세금관계가 투명한 곳이 아님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만약 이 정도의 개인사업이라면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 않고 영업할 수 있을까?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종교는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양심은 있어야지 싶다. 좀 더 떳떳하게 영업하시구려!
마침 점심 때가 되어서 전등사 동문 바로 밑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점심 들고 가세요. 산채비빔밥, 많이 드릴게요." 를 외치며 호객하는 아주머니의 얼굴을 마주 본 순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어 산채비빔밥을 주문했다. 많이 준다더니 각종 나물은 딱 한 젓가락만큼만 담겨져 나왔다. 비빔밥은 나물에 치여 비빌 수 없어야 제 맛이 나는데 이건 비비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8,000원짜리지만 실제는 3,000원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었다.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면 입소문이라도 내주련만 이런 글을 쓰면서도 씁쓰레한 뒷맛을 떨치지 못하겠다.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내 순진한 얼굴을 주인아주머니가 감지했는지 아주머니가 한마디 던진다.
"뒤통수가 굉장히 예쁘셔요. 주위에서 뒤통수 예쁘다는 말 많이 들으시지요?"
웬 뒤통수? 하면서도 내 입에서는 의도치 않은 말이 새어나온다.
"네, 많이 들어요....안녕히 계세요."
많이 듣긴. 삼십여 년 전 미장원에서 딱 한 번 들었을 뿐인데....
"흠, 파마하지 않고 생머리로 견딜 수 있는 뒤통수를 가지고 있으니 예쁘긴 한 거지, 영감?"
어이없는지 남편은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