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졸업하다 - 닥종이 인형작가 김영희 에세이
김영희 지음 / 샘터사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를 읽은 건 20년 전의 일이다. 큰 소리 한번 못내고 쭈뼛거리며 왜소할대로 왜소하고, 아주 보잘 것 없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심스럽게 살고 있을 때 읽은 책이어서 그런지 이 책은 한동안 내게 미열같은 흥분에 빠지게 했다. 세상 눈치 볼 것 없이 그냥 마음가는 대로 살 수도 있구나, 하는 용기 비슷한 것도 얻었다. 그만큼 김영희라는 분의 삶이 자유롭게 보였고, 그 자유롭고 당당한 모습이 강렬하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다시 이 책. 다섯 자녀를 품에서 떠나보내고 이제 홀로 남아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써내려간 이 책은, 특히 자식에 대한 애틋함이 진하게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다섯 자녀라니...일찍부터 가족관계에 진저리를 치며 자식이라곤 달랑 하나 밖에 낳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은 뭐랄까, 참 비겁하게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70쪽)...자녀는 부모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우연히 인생길에서 내 앞에 나타난 자연 현상과 같은 것인데.....인간이 인간에게 욕심을 부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욕망이라고 나는 일찍부터 생각했다.

 

자녀는 '자연 현상'과 같은 것. 잠시 숙연해졌다. 다섯 자녀의 성장기를 읽으며 때로 나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특히 둘째 아들 장수 이야기가 마음을 저리게 했다. 이렇게 다섯 자녀를 키웠기에 닥종이 인형작가로서의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자녀이야기에서  큰 감동을 받다보니 나머지 2/3는 좀 싱겁게 보이는데, 그건 편향된 내 취향 탓이지 싶다. 모르겠다. 나도 이 분처럼 70살이 되어야만 이해할 수 있을 지. 사람은 자기가 경험한 만큼만, 딱 그만큼만 세상을 알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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