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쯤, 라다크 - 거친 사막 위의 뜨거운 라다크를 만나다 한 달쯤 시리즈
김재은.허지혜 지음 / 봄엔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라다크에서 지낸 5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벌써 라다크에 갔다 온 지도 만 3년이 되어간다. 겨우 보름 남짓의 여행이었지만 여느 여행지보다 기억이 오래 남는 곳이다. 특히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딸아이가 고산병으로 사경(?)을 헤맸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통통하던 볼살이 갸름해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딸 옆에서 우리 내외는 서로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모래를 씹는 듯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런 순간만을 싹 오려낸다면 라다크는 매우 멋진 곳이다. 물론 여행자에게는.

 

라다크에 대한 진한 기억 때문에 라다크여행기가 나왔다하면 무조건 읽게 되는데,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 이상이었다. 그곳에서 카페을 열어 현지인, 여행자들과 어울리며 얼마간 살아봤던 사람들의 글이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그건 내 오랜 염원이다. 특히 라다크 같은 오지에서 한겨울을 보내는 것, 늘 꿈꾸는 로망이다.

 

내가 해보고 싶은, 그러나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들을 담은 이 책은, 그래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내가 마치 이 책의 지은이들과 함께 여행하고 함께 생활하는 기분이 들었다. 재미있는 소설보다도 더 재미있는 책 읽기였다. 재미있는 소설은 읽고나면 허전하고 허무하지만 이런 책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더욱 견고하게 보강해주고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 등을 우아하게 달래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적어도 라다크를 바라볼 때 단순 여행자의 관념이나 낭만적인 시선은 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조심스럽다. 내가 직접 경험으로 깨우친 것이 아니기에.

 

고맙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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