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화를 볼 때마다 거의 매번 혼자였다. 바쁜 가족들은 시간이 없고, 좀 한가한 친구들은 인도영화에 흥미가 없다. 인도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과 인도영화를 함께 보는 일도 재미없긴 마찬가지. 그러니 혼자 볼 수 밖에.

 

인도 영화를 상영한다는 말에 내용불구, 거리불구, 시간불구하고 함께 보자는 지인이 있어 이 영화만큼은 외롭지 않게 보았는데...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강남에서 택시를 타고 인천까지 오는 성의가 감격 그 자체였다. 몇년 전 함께 남인도를 여행했었다.

 

이 영화는, 봄베이+할리우드=볼(발)리우드의 전형적인 영화인지라 역시 춤이 있고 노래가 있다. 볼리우드 영화에서 춤과 노래는 사랑의 기쁨이나 슬픔을 주로 표현한다. 기쁨이 넘쳐 흘러 노래가 되고 노래를 부르다보니 춤을 추게 되는 것, 너무나 자연스럽다. 춤은 연인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다보니 적당히 섹시하게 되고, 섹시한 춤을 보다보니 배우에게서 눈을 뗄 수 없게 되고,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는 관객은 그 노래와 춤에 자연스럽게 젖어들게 된다.

 

이렇게 잠시 행복한 감정에 빠져 세상 시름을 잊고 있는데 진동으로 해놓은 휴대폰이 계속 울려댄다. 요양원에 계신 엄마가 거셨다. 마음이 약간 불편했지만 좀 울리다가 그치겠지 하고 무시하고 있는데 방금 숨 죽인 진동이 다시 시작된다. 또 엄마였다. 미안하지만 엄마, 나중에 영화 끝나면 전화드릴게, 속으로 뇌이고는 다시 무시. 그런데 또 울린다. 엄마의 집요함에 결국 굴복. 그 넓은 극장 안에 관객이라고는 달랑 다섯 밖에 없으니 전화 받으러 밖에 나가도 남에게 민폐끼칠 일이 없어 좋긴 하다.

 

인도에서 이 영화를 보았더라면 훨씬 더 실감나게 감상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영화와 혼연일체가 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하는데 달랑 다섯 밖에 안 되는 관객으로는 흥이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관객이 많다고 해서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영화를 보며 마치 주인공이 된 양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흥분하는 모습은 인도인이 아니면 흉내내기도 힘들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의 인도인들이 단순하고 우습게 보이고 덜 세련되게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인도영화 속의 감각적이고도 단순한 표현들이 더욱 진솔하고 솔직하게 여겨져 마음에 와 닿는다. 그것이 인도 영화의 최대의 매력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신파에 무거운 생각들이 저절로 녹아내리는 기현상을 인도영화에서 체험한다.

 

2013년 2월 17일 덧붙임

학원에서 공부해야 하는  딸아이를 꼬이고 남편을 설득하여  옴샨티옴을 다시 보았다. 난생 처음 같은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 보았으니 기록에 남길 만한 일이다. 두 번씩이나 보는 이유를 생각해본다.

 

1. 우선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다시 행복해지고 싶었다.

2. 이 재밌는 영화를 혼자 본 게 미안하고 이 행복감을 가족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3. 지난 번에 영화를 봤을 때 관객은 다섯 명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인도영화가 앞으로 많이 상영되기 위해서는 관객의 호응도가 높아야 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었다. 이번엔 우리 가족 포함 14명 이었다.

4. 지난 번에는 도중에 전화 통화를 하느라고 놓친 부분이 있었으니 그걸 분명하게 다시 봐야한다.

5. 인터넷동영상에서 본 샤룩칸의 <고통의 디스코>부분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눈을 부릅뜨고 지켜 보았으나 이 부분은 잘려져 나갔다. 아쉽다. 왜 지네들 마음대로 잘라버리나... 

 

인도영화의 특징이라면 권선징악,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무언가와 닮지 않았나? 바로 우리나라의 고전소설이다. 고등학교 때 담임샘이었던 국어선생님의 설명이 지금도 떠오른다.

 

권선징악과 해피엔딩. 우리네 삶도 이렇게 단순하게 흐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죄 지은 놈은 벌 받고 착한 사람은 행복하게 사는 것, 이건 인류의 오래된 꿈, 이라기 보다는 그냥 살아가는 상식이었을텐데 이게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었기에 예나 지금이나 이런 소박한 주제에 끌리게 되는 게 아닐까? 

 

예복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우리의 한복과는 달리 인도의 전통여성복인 사리는 지금도 평상복, 일상복으로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것처럼, 아마도 이 고전적인 주제인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 인도영화의 주제로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지 모르겠다.

 

고전소설의 현대 버전인 인도영화. 착한 사람이 결국은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믿음이 실현되고, 화려한 춤과 노래가 흐르고. 평생 한번 만나보기 힘든 미녀와 잘생긴 배우들이 나를 즐겁게 하는 곳. 천국이 있다면 이런 게 천국이 아닐까. 그래서 가난에 찌든 인도 사람들은 오늘도 영화를 보며 삶의 시름을 잠시나마 달래고 있을 터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ymuNkKuToao&feature=share&list=SPE8F7D06525FE369B

 

width="560" height="315" src="//www.youtube.com/embed/ymuNkKuToao?list=PLE8F7D06525FE369B" frameborder="0" allowfullscree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