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메고 돌아본 일본역사
임용한 지음 / 혜안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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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난 교토에 너무 늦게 왔다' (162쪽)

 

이 한 문장을 만난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1993년 내 생애 최초의 해외여행인 영국의 옥스포드대학에서 나도 이런 한탄을 했었다.'"난 너무 늦게 이곳에 왔구나!")

 

내년 1월 교토여행을 계획하며 요즈음 교토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있다. 교토는 패키지 여행으로 한 번, 가족끼리 한 번, 그렇게 두 번을 다녀왔는데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우선 일본역사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다. 그저 몇명의 작가를 기억할 뿐이다.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라니...

 

교토는 여행지로는 매우 매력적인 곳이지만 알면 알수록,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천 년의 도시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일본의 역사를 모르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런 면에서 역사학자가 쓴 이 책은 참으로 적절한 안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별 것 없고 사진이나 그림만 요란한 기행문도 아니고, 지나치게 역사적인 서술에 치중하여 머리에 쥐가 나게 하는 교과서 같은 형식도 아니다. 교토라는 도시에 대한 전체적인 맥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미 교토에 대해서 유적지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경우라면 편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는 쉽지 않다. 나도 연전에 이 책을 구입해놓았을 뿐 쉽게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주로 읽는 책이 기행문류인데도 말이다. 사진이 화려하기 그지없는 대부분의 여행기를 보다가 흑백사진 뿐인 이 책을 보면 한층 독서의욕이 꺾이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진 없는 여행기, 하면 빌 브라이슨 정도는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눈은 화려한 색깔에 길들여져 있고, 머리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추구하는, 기름기 줄줄 흐르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책 얘기하다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는 건 또 뭔가....

 

이 책에는 교토만 소개된 게 아니다. 히메지 성, 나라, 아스카, 히에이잔, 도쿄, 요코하마, 가마쿠라와 에노시마, 닛코 국립공원 등의 이야기가 있으나, 나는 결국 교토 부분만을 읽고 이 책을 덮는다. 나머지는 이런 곳들을 여행할 때 읽기로 한다. 내 지적 공간에 낀 먼지와 기름기가 너무나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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