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인 박형진의 <콩밭에서>를 키득거리며 읽으니 머리가 맑아진다. 봄동을 노래한 시 한 편 읽어보시길...
대한에 서서
못난 놈 못난 놈아
이 봄동을 보아라
일찍이 포기 차서 단단한 배추는
스스로
부드러운 속을 감싸고 있는 그것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겨울 찬바람에
얼고 썩지만
거름을 못 얻어먹고 늦되어
이파리들을 다 오므리지도 못하는 봄동은
아무리 얼어도 썩지 않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이파리가
얼음장처럼 두꺼워지지 않더냐
그것은 이미
꽃이라 부르지 않아도 꽃이었던 것을
봄은 알기에 겨울을 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