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바그다드
하영식 지음 / 홍익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지은이를 기억하련다.

 

나라 없는 서러운 민족인 쿠르드에 대한 내용이 무척 반갑다. 연전에 읽은 미국인 Jared Cohen가  쓴 <지하드>를 읽고 위험 지역을 여행하는 저자의 열정과 용기에 찬사와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아, 우리 나라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기도 했다. 이런 놀라움은 물론 나의 무지의 탓이지만, 역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세상 구석구석 안 가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기에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다. 쿠르드족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현재의 처지를 이해하자니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다. 내용이 무겁다.  지구상에 이렇게 핍박받고 서러운 민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산다는 것이 참으로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다른 분쟁 지역인 발칸 반도. 나는 이 지역에 관한 책을 읽으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 종교갈등과 민족갈등으로 수없이 뒤엉킨 내역을 내 얄팍한 지식으로는 도저히 깔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아 그저 숨이 턱턱 막혀올 뿐이다. 읽고 이해하기도 버거울 지경인데 어떻게 이렇게 책까지 쓸 수 있을까, 하고 존경심마저 생긴다.

 

그리고 이라크. 이라크는 곧 미국 얘기다. 더럽고 무섭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약소 민족의 학살 쯤 간단히 해치울 수 있는 온갖 책략과 방법이 더럽고 그 전지전능에 가까운 폭력이 무섭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일.

 

그래서 지은이는 책의 맨 마지막에 이렇게 당부하고 있다.

 

(332쪽)...지금도 여전히 강대국들의 손짓 하나에 좌지우지되어야 하는 운명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그리고 그런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대한민국의 내일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젊은 시절 한때 노동운동을 했던 그 치열함으로, 게릴라 전사의 용기와 열정으로, 나는 그렇게 분쟁의 현장에 뛰어들어 그 속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었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오늘의 우리 자신을 생각해 보는 작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것이 바로 내가 그동안 중동 지역에서 활동해 온 이유이고, 책을 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이 미래 한국의 좌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런 책은 수명이 길어야 한다. 그리고 널리 알려져야 한다. 그러나 학교 도서관 같은 구석에서나 겨우 눈에 띄는 이 책을 알아봐주기가 참으로 쉽지는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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