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인문학자 - 타클라마칸에서 티베트까지 걸어서 1만 2000리 한국 최초의 중국 서부 도보 여행기
공원국 지음 / 민음사 / 201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클라마칸에서 티베트까지 걸어서 1만 2000리 한국 최초의 중국 서부 도보 여행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단순한 여행기로 읽는다면 쉬운 일이겠으나 그렇게 쉽게 읽어나가기에는 역사에 대한  무지가 묵직하게 가슴 한 쪽을 납덩이처럼 눌러올 것이다. 이쪽 역사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분야라는 생각에 뒷골이 무거워지고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책 괜히 집어들었어, 하고 후회할 지도 모를 일이다.

 

무관심과 무지의 산맥을 대충 경비행기의 속도로 넘어가면서 그래도 끝까지 읽어나가게 되는 이유는 페이지마다 묻어나는 저자의 열정이 손에 잡힐 듯 그 호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시킨다면 절대 못할 일을 우리는 가끔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열정으로 해내기도 하는 것처럼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열정으로 여행을 이어나간 것 같다.

 

그중 유목민의 원류를 찾아가는 여정이 두 가지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우선 그런 시도를 하는 자체가 대단해 보였고, 또 하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는 나 같은 독자에게는 읽어나가기 힘든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이 쪽 지역의 역사를 공부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좀 더 알찬 독서가 되었을 것이다. 속속들이 소화하기에 내 지식은 너무나 얄팍하다.

 

그러나 티벳에 대한 내용은 일반적인 여행기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어떤 사실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여기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홍모파와 황모파의 갈등으로 야기된 외세유입 과정과 이후의 티벳 역사, 그리고 달라이 라마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 등이 읽을 만했다.

 

"경계가 생기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말이다. 참 그럴듯한 표현이지 싶다. 옆집과의 경계 때문에 3대째 대를 이어 갈등을 겪는 내 친구의 예만 보아도 썩 들어맞는 표현임에 틀림없다. 하물며 부족과 부족, 국가와 국가와의 경계야 말해 무엇하리. 이 책은 그 경계의 원류를 찾아가는 인문학적인 여행담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