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 생태주의 작가 최성각의 독서잡설
최성각 지음 / 동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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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은 많다. 서평을 엮은 많은 책중에서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일관된 흐름이 감지된다는 점과, 그 일관된 흐름은 다름아닌 세상에 소용되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삶이 녹아있는 서평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책에 대한 책들이 빠지기 쉬운,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체 꾸역꾸역 엮은 듯한 지끈지끈한 두통감이 없다.

 

상쾌한 서평에 몰입되어 대강 읽으려고 하던 처음의 독서 의도를 고쳐먹게 되었고 결국은 순서는 엉망이 되었지만 이 책을 완독하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완독 전에 이 글을 쓰는 의도는 이 책에서 받은 신선한 인상을 잊기 전에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말하고 싶게 만드는 책은 좋은 책임에 틀림없지 않을까.

 

(19쪽) ...훌륭한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사람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일약 시민운동으로 명망가가 되어버린 성직자들을 가까이에서 봤더니만, 사람을 그 학벌과 직위와 신분으로 은근슬쩍 가려 대하기 시작해 쓸개를 씹은 심정이 된 기억이 있다.

 

쉬운 글이다.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하는 것도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다. 김성동의 <생명에세이>에 인용한 글을 옮겨본다.

 

(157쪽) "문자가 없으므로 책이 없을 것이고, 책이 없으므로 온갖 부질없는 알음알이를 가르쳐주는 학교가 없을 것이며, 학교가 없으므로 이른바 지식인 없을 것이다. 지식인이 없어 '국가'라는 이름의 최고 권력기관이 없을 것이므로 공업 우선의 개발독재가 없어 조상 전래의 토지로부터 내몰리는 농민이 없을 것이고, 농촌이 해체되지 않았으므로 달동네로 기어들어 미친 듯이 올라가는 전세값 사글세값은 못 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도시빈민이 없을 것이며, 부자들의 대량소비를 전제로 한 대량생산이 없을 것이므로 열악한 노동 조건 아래 신음하는 노동자가 없을 것이다."..자제가 안 되는 인간의 욕망을 문자로부터 시작한 문명과 결부시키면서 인간의 삶의 행복이 결코 문명의 발전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김성동의 <생명에세이>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으리.

 

꼭지 "니네들은 '넓게 생각하고 좁게'살아라"(우석훈,<생태요괴전>,<생태페다보지>)에 나오는 글이다.

 

(180쪽)...우석훈 식 퇴마술의 요체는 한마디로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다. 과시적 욕구로 가득 찬 본능, 혹은 마케팅에 의해 급조된 욕망의 지시에 따라 살아가는 것은 '넓게 살기'다. '좁게 살기'는 이와 반대되는 삶의 상징적 표현이다. 좁게 살려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넓게 생각해야 좁게 살 수 있다. 좁게 사는 일은 싸게 사는 일과는 다르다.

 

또 하나. 부탄에 대한 부분에서는 매를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09) ...일각에서 근래 부탄이 상당히 신비롭게 소비되고 있는데, 모두들 간과하고 있는 부탄의 요상한 현실이 하나 있다. 부탄에서는 궂은일들을 모두 근처 인도 동부의 비하르 지역의 극빈층인 불가촉천민들을 싼 값으로 영입해서 해결하고 있다. 이른바 부탄의 힘든 일은 인도가 누천년이 흘러도 해결하지 못한 힌두 계급주의에 의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인도 불가촉천민들의 삶은 지옥을 방불한다.

 

하루에 200달러(인도 서민들이 한 달에 100달러를 넘게 받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를 내야 갈 수 있는 나라인 부탄은 분명 꼼수가 많은 나라임에 틀림없다.

 

지셴린의 <인생>도 필히 읽어볼 책이다. '난득호도(難得糊塗)"-똑똑해 보이기도 어렵지만, 어리석게 보이기도 어렵다. 똑똑한 이가 어리석게 보이기는 더 어렵다는 뜻-을 실천해 낸 지셴린에 대한 글도 무척 인상적이었으니, 이 책에 또한 비켜갈 수 없으리라.

 

아, 읽을 책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행복하다. 더불어 세상에 소용되는 이야기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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