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 온 장미 도둑 - 터키 사진작가 아리프 아쉬츠의 서울 산책
아리프 아쉬츠 지음 / 이마고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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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을 지난 여름에 박진감 넘치게 읽었다. 리뷰는 쓰지 못했지만, 그게 그런것이 때로는 훌륭한 대작 앞에서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듯 폭과 넓이를 두루 갖춘 걸작을 읽고는 차마 독후감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 많다. 바로 이 <실크로드의....>라는 책도 그랬다. 무척 재밌게, 흥미진진하게 읽었지만 쓰기에는 너무나 벅차서 감히 끄적거리지 못한 책이었다.

 

그 책을 쓴 사람이 아리프 아쉬즈라는 터키 사진작가인데, 그가 서울에서 7개월을 머물면서 사진도 찍고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물론  <실크로드의....>에 비하면 역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그가 보는 한국이 흥미롭고 새겨들을 만하다. 이를테면,

 

(102쪽) ...주제넘지만 한국 사람들은 자기들 문제로 너무 바쁜 것 같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한국 말고도 많은 나라들이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 공동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구성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왕래가 잦아지고 활발히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유럽인들은 5천만 명의 희생을 두 차례 세계대전의 상처를 극복했다. 나는 전 세계가 한국이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그리고 한국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수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한국이 일본에 대한 것과 모로코가 프랑스에 대한 것을 비교한 부분도 재밌다.

 

(123)..일제 강점을 경험한 한국인들은 일본인을 혐오하고 아직까지도 반일 감정이 남아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 전반에서 일본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 음식가 영하, 만화 등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은 모로코에서는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모로코 역시 40연 년간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모로코 사람들이 프랑스를 혐오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들은 프랑스인이 아니었다면 철도도 도로도 건설하지 못했을 거라면서 프랑스인들에게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게다가 지성인들은 아직도 프랑스어로 대화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로코에서는 프랑스 식당이나 프랑스 영화, 그 흔한 이브 몽땅이나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조차 듣지 못했단다. 모든 게 예전과 같은 아랍 스타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반도 대운하 프로젝트에 관한 의견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라서 우울하다. 그가 거들지 않아도 되련만 뻔하게 보이는 걸 모른 체하고 지나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147)..한국 사람들 손안에는 외국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역사가 있고, 예술이 있다. 성장과 발전의 이름으로 이 가치들을 파괴하려는 정치가들이 한국에 필요할까? 이들을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는 일 역시 한국 사람들의 손에 달렸다.

 

그러나 이 작가의 매력은 역시 사진이다. 한국의 아줌마들을 특히 좋아하는 이 작가가 찍은 수많은 아줌마 사진들이 굉장히 재밌는데 흠, 한 컷도 보여줄 수 없는 게 유감이다. 난 그렇게 친절한 사람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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