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디자인
안애경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내맘대로 리뷰, 참 오랜만에 써본다. 선생이라는 일이 얼마나 고달픈지 올들어 착실하게 체험하다보니 도무지 여유가 없는거다. 평소 휴대전화 요금이 2만원 내외로 평탄(?)하게 지내왔는데 이달에는 거금 5만원이 넘게 나왔다. 내 생애 처음이다. 학부형들도 내 전화질에 꽤나 시달린 셈이다. 위염이 도졌는지 속이 쓰려서 내과에 갔더니 단골 의사 왈, 신경정신과에도 가보라고 한다. 그래선지 처방 내린 내과 약을 먹으면 잠이 마구 쏟아진다. 잠오는 위장약을 일주일 복용했더니 이제사 책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여름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핀란드 디자인 산책>을 쓴 안애경씨의 책인 이 책을 역시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빌려왔다. 내 돈을 주고 구입하지 않은 책을 읽으면 좀 죄송한 생각이 든다. 특히 정성이 들어간 책일 경우에 말이다. 

안애경씨의 책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인간적이고 자연스럽게(사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이렇게 말하고 있음) 설명하고 있다. 가령 다음의 구절을 보자. 

p.99 ...북유럽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과 자연 그 자체를 관조하는 자연인으로서의 생활 태도가, 디자인에서는 자연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더욱 기능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p.118...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는 예술적 감성을 지닌 디자이너가 자유로운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해 준다. 디자인의 본질이 인생을 즐겁게 하고 더욱 편한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데 있다고 한다면 다양한 이웃 사람들 모두를 배려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북유럽 디자이너들은 이 같은 사회 환경에서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책임감 있는 디자인 영역에서 겸허하게 일을 하게 된다. 디자이너가 사회적 책임을 직시하는 일은 당연하다. 

p.261...북유럽 디자인에서 고향의 전통이 많이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향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보다는 자신의 발전에 더욱 매진한다. 각자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 환경을 통해서 유행에 민감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주장을 더욱 확실하게 표현한다. 따라서 북유럽 디자인의 특성 중 하나인 창의성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잠재된 감각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경쟁이 아닌 디자인의 본성을 즐기는 일이라면, 디자이너는 그 어떤 곳에서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전 30대 후반의 동료교사와 나눈 이야기 중에, 우리나라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매뉴얼대로 움직일 뿐이라는 말에 서로 동감을 나타냈다. 지도서에 나와있는대로 가르치고 타학급과 타교사와의 균형을 맞추기위해 일정한 내용으로 지도하고 시험 출제를 해야하는 일이 매뉴얼을 따르는 일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위 인용글에서, "경쟁이 아닌 디자인의 본성을 즐기는 일이라면, 디자이너는 그 어떤 곳에서든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바꾸어보면, "경쟁이 아닌 인간의 본성을 즐기는 일이라면, 교사는(또는 학생은) 그 어떤 곳에서든 즐겁게 가르칠 수(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쯤 될 것이다. 

즐겁게 가르치고 즐겁게 배우는 곳이 되어야할 학교, 이건 너무나 과도한 꿈이 되어 버렸다. 북유럽의 디자인 책을 읽으며 내가 있는 곳을 돌이켜보니 가슴만 답답해진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디자이너들은 어떨까? 그들도 매뉴얼대로 움직일까,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으며 자신의 발전에 더욱 매진하고 있을까? 매뉴얼에 길들여진 좁은 시야의 내 안목으로는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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