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사이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커뮤니케이션 강의 지식여행자 12
요네하라 마리 지음, 홍성민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쉽게 읽히면서도 잘 읽히지 않는다. 눈 앞에서 재밌는 얘기를 들으면서 딴 생각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통역사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관심이 덜 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영어통역사에 대한 다음 얘기는 인상적으로 들렸다. 

(160쪽)..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은 저절로 비판정신이나 복안사고가 자연스럽게 몸메 밴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한국어 등 다양한 언어의 동시통역사들 가운데 재미있는 사람이 많은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어 동시통역사는 비판정신이나 복안사고가 약하다.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 보았다. 

첫 번째 원인은, 일본 사회는 지나치리만큼 영어에 치중해서, 외국에서 생활하다 돌아온 귀국자녀만 해도 영어를 동시통역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배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아 채용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우등생 타입이다. 주위에서 원하는 틀에 맞추다 보니 제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영어밖에 할 줄 몰라서 영어로 된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서 영어가 지배적인 언어이다보니, 영어를 안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정보나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정보가 너무 적다. 일본의 경우 과하다 싶을 만큼 영어에 치우친 사회이기 때문에 영어를 아는 것으로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식이나 지금까지 생각지 못한 발상법을 접할 기회가 적다. 

세 번째는 외국어 예찬 병이다..... 

일본인에게 제1외국어는 거의 대부분 영어다. 그래서 외국어 예찬, 즉 영어 예찬 병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외국어를 하나 더 배우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제1 외국어를 거리를 두고 냉정히 볼 수 있다. 

..영어 동시통역사가 하는 이야기가 재미없는 이유는...일본처럼 영어교육과 습득에 치우친 사회에서 영어 통역사가 된 사람은 대개 영어밖에 못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의무교육으로 모두 배우도록 되어 있어서..모두 영어를 할 수 있다....3개 국어를 하는 사람은 각각의 언어가 상대화되어 삼각형을 이루기 때문에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볼 수 있지만 영어의 경우는 오직 영어 하나뿐이다...영어를 습득할 때도 영어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겨 오로지 영어에만 매달리면 생각만큼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다른 외국어를 하나 더 공부하는 게 좋다...하나 더 배우는 것이 멀리 돌아가는 비효율적인 방법 같지만 사실은 영어를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인용이 길었다.  "영어 동시통역사"에서 동시통역사를 빼고 보면(동시통역사의 세계를 어이알리), 즉 영어를 하는 사람들로 생각해보아도 이 요네하라 마리의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영어 교사라는 집단에 대입해보아도 그대로 들어맞을 성싶다. 음, 재미없는 사람들이라... 

 일본의 경우 과하다 싶을 만큼 영어에 치우친 사회이기 때문에 영어를 아는 것으로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식이나 지금까지 생각지 못한 발상법을 접할 기회가 적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영어를 안다고해서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식이나 새로운 발상법을 접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와 닿는다. 영어 하나 배우는 데도 온갖 물질적, 정신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도 그 결과 얻는 것은 별로 없다는 말에 기운이 좀 빠지긴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제2외국어 배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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