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 느림의 도시가 연주하는 삶의 화음(和音)
진유정 지음 / 이비락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그냥 40자평을 쓸까 망설이다가 몇 줄 더 쓰기로했다. 같은 곳을 이렇게 다르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글쓴이는 분명 미혼 여성이리라. 많아야 30대 중후반. 글에서 그 나이가 느껴진다. 

그 나이가 느껴지는 글에서 나는 새삼 내가 멀리도 떠나왔음을 깨닫게된다. 세상사에 초연한 척 떠나온 여행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이어져야만 하는 일상의 되풀이. 가족이 있었고 동료가 있었다. 그러나 나 홀로 여행을 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으리라. 여행도 나이를 먹어가는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걱정과 근심의 나이테를 한 줄씩 한 쭐씩 덧붙여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팔순을 넘긴 엄마를 보며서 다시금 확인한다. 

표현이 좋아 나이테이지 그건 차라리 나이로 인한 때에 가깝지 않을까. 이름하여 나이 때. 때가 잔뜩낀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 기분이 참 묘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 돌아갈 수 없는 감수성이 쓸쓸하게 자각되었다. 

생애의 어느 한순간 어느 한시절, 이 루앙프라방 같은 시절을 경험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나이의 때가 잔뜩 낀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마 눈보라치고 추위에 모든 사물이 얼어버리는 히말라야의 어느 메마른 산골짜기나 가야 마음에 자극이 좀 올까. 

한시절-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때가 끼지 않은 마음으로 한 곳에 오래 머물러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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