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는 즐거움 - 박어진의 좌충우돌 갱년기 보고서
박어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가족의 의미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수년 전, 캐나다 출신의 원어민 교사와 함께 수업할 때였다. 교실 게시판에 부착된 가족 관련 포스터를 보고 그 원어민 교사가 지적했다. '왜 가족 그림이 엄마와 아빠, 자녀가 함께 그려져 있는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야 하느냐. 엄마와 자녀 혹은 아빠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은 없느냐.'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가족에 대한 통념을 일깨우는 지적이었다.  

나는 가족 사진을 제대로 찍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10대와 20대를 거치는 동안 가족 사진 한 번 찍어보는 게 소원이었고, 모처럼 명절 때 작은 아버지 식구까지 모일 때면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빌려와서라도(그 당시는 카메라가 귀한 물건이었다.) 몇 번 시도해보기도 했으나 액자에 걸어둘 만한 사진은 끝내 얻지 못했다. 사진 속엔 늘 병자의 모습이 완연한 언니의 모습 때문에 차마 1분 이상을 들여다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남의 집에 갔을 때 벽에 걸린 가족 사진을 보면 금방 주눅이 들어버린다. 나는 아직도 우리 부모와 형제들을 함께 담은 사진을 가족 사진의 전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이야기엔 저자 특유의 명랑한 기질 덕분인지는 몰라도 어둡거나 슬픈 부분이 거의 감지되지 않는다. 부럽다기 보다는 공감하기 싫었다고 하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겠다. 자식들이 모두 원만하게 잘 나가는 그런 집안이 도대체 몇이나 되나 싶기도 했다. 가족에 대한 찌그러진 심사를 가진 나 같은 독자에게는 그렇게 달가운 책은 아니다.

그러나 '나이 먹는 즐거움'을 스스로 강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유쾌하고 들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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