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북극과 더불어 세계 3대 극지 중의 하나라는 히말라야. 그 세계의 한  끝을 만나고 왔다. 그러나 그것이 자랑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나의 두 다리로 직접 걸어갔다면,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가능한 일이라면 뭐 자랑할 만 하겠지만 사실, 내가 그곳에 닿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많은 도움과 손길이 필요한 일이었다.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고개라는 탕그랑라(해발5,360m)에 이르기 위해서는 내가 타고 있는 지프차의 운전기사에 대한 절대적인 의탁과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 높이까지 길을 닦고 포장하는 일에 종사한 무수한 사람들의 노고 없이는 절대 가당치도 않을 일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길을 닦느라고 땡볕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너무나 까맣게 그을려 이목구비도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 중에는 10대로 보이는 어린 사람들도 많다. 누구는 그렇게 피땀 흘려 길을 닦고, 누구는 이렇게 냉방이 잘 된 지프차에 앉아 혹시 발생할 지도 모르는 자동차 추락 사고에 겁먹으며 벌벌 떨고 있다.


천 길 낭떠러지의 벼랑 길을 구비구비 자동차로 달리는 기분. 그건 차라리 공포에 가깝다. 강원도 한계령이 해발 920m이니까 약 6배 정도 곱한 기분이라면 설명이 될까. 비좁은 천 길 낭떠러지 도로 위에서 맞닥뜨리는 추월이나,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을 위해 도로 한쪽으로 비켜서 있는 경우에도 오금이 저리긴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숙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끝까지 안심할 수가 없다. 그 아찔함에 차라리 눈을 질끈 감거나 의도적으로 다른 생각에 빠져드는 방법 밖에 없다. 만의 하나 운전기사의 찰나의 실수로 자동차가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면...저 아래에 처박혀있는 차량 신세가 되었을 터. 누구의 모토처럼 '여행하다가 죽어버려라'의 장렬한 문구처럼 장렬한 죽음이 될 터. 살 빼고 싶은 사람은 이 험준한 산맥을 한 번 넘어보시길...강추! 

  

  

 

 

 

 

 

 

 

 

 

히말라야 산자락을 휘감아 돌면서 감정의 소용돌이는 극에서 극까지 넘나들었다. 극지가 주는 저 끝모를 극과 극을 사진 몇 컷과 문장 몇 개로 정리하자니 너무나 미흡하고 개운치가 않다. 4~5천 미터급의 준봉들이 내 눈높이와 나란히 달릴 때는 목이 메어오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못하는 그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산들은 태초의 세상 모습이거나 혹은 지구 멸망 후의 마지막 모습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통해 둘러 본 히말라야이긴하지만. 

그런데 정말 용감한 사람들도 있었다. 30대 초반쯤의 어떤 미국인 커플은 오토바이로 그 험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주유소에서 마주친 그들을 보고 비명처럼 한마디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You are great!" 뉴욕에서 왔다는 그들의 시퍼런 젊음이 너무나 눈부셨다. 그렇게 얼마쯤 달리니 이번에는 자전거 커플이 눈 앞에 들어왔다. 이번엔 남편이 유리창을 내리며 그들을 향해 비명을 지른다. " Awesome!!!"

이렇게 글을 덧붙여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히말라야 자락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라고 다짐하듯 여행을 마쳤지만 말이다. 온갖 세상사에 대한 시름을 한방에 날리며 원초적인 세계의 한 끝을 살짝 보여주었던 히말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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