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가는 길
정찬주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며칠 전 헌책방 <아벨>에서 구입한 책이다. 내가 2권, 딸아이가 3권 골랐는데 현금만 받는다고 해서 2권을 포기해야만 했다. 평소 카드를 애용하는 지라 내 지갑 속에는 많아야 3만원 정도 있을 뿐인데 이 날은 그것마저도 없었다. 내심으로는 1~2천원 정도 깎아주려니 했는데 절대 안된다고 하면서 딸아이더러 책을 포기하라고 한다. 내가 고른 책이 좋은 책이라며. 한푼도 깎아주지 않는 주인 아주머니의 그 고집스러움이 한편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그 고집 덕택에 이 헌책방은 쉽게 문을 닫지 않을테니까. 

2001년도에 출간된 책에, 헌 책이라 그런지 여러 면에서 퀘퀘한 냄새를 풍긴다. 간단히 "내가 오르고 있는 ...."이라고 하면 좋을 것을  "나그네가 오르고 있는 ..."  식의 표현 부터가 그랬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투 덕분에 이 책을 단번에 읽을 수 있었다. 뭐야 대체... 

돈황의 석고굴에 대한 지은이의 무한 애정과 탐구심을 접하고 보면 처음의 떨떠름한 감정은 어느 새 눈 녹듯 사라져버린다. 묘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또한 <장자>를 마음 다잡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돈황(실크로드)에 관한 책을 쓴 사람들은 많다. 구입해놓고 처박아둔 책도 네 권 정도가 있다. 엔제 사두었나 싶은 책들이 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저런....정수일, 차병직, 전인평 등... 옛맛이 묻어나는 이 책을 읽고나니 비로소 이제는 그 책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돈황, 하면 작가 윤후명이 떠오른다. 그의 소설집 <돈황의 사랑>(1983년)을 비롯하여 그의 소설에 탐닉하던 한 시절이 있었다. 아련한 그리움 혹은 슬픔 같은 게 떠오른다. 내용은 다 잊었지만. 

중국 작가 위치우위의 <중국문화기행>도 떠오른다. 대단한 기행문이라고 감탄했었다. 

내 삶의 갈피에 묻어두었던 돈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이 책. 책도 인연이라고, 이 책과의 인연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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