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그 절망과 희망 사이
김정현 지음, 장현우 사진 / 휴먼비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의 아프가니스탄 여행은 책 한 권의 분량에 담기에는 짧았음에 틀림없다. 그 짧음이 픽션과 넌픽션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 작가의 감정이입이 좀 과한 듯, 희망을 찾아내고자 하는 그의 안쓰러운 눈물어린 시선도 사실은 동어반복이 심하다. 그전에는 안 보이던 이런 것들이 자꾸 눈에 띈다.

아프가니스탄. 요즈음 자꾸 이 나라가 눈에 들어온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토니 휠러의 <나쁜 나라들>에서 촉발되었나? (267쪽) 이 책에서 토니 휠러는 전쟁의 네 단계 이론을 인용하였는데,....

   
  초기 단계에서 '전쟁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여기고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면 곧 전쟁이 종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몇달 후 '젠장, 여기에 발이 묶여버렸네. 가능한 한 빨리 끝내야겠어'라고 생각하며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한다. 그러다 '뭔가가 분명히 잘못됐어. 엉망진창이잖아!'라고 깨달은 후 마지막으로 '이 지옥에서 바져나가야 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러시아 저널리스트 아르룜 보로빅의 저서<숨겨진 전쟁>에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개입에 관해 비판한 논평이라고 한다. 

또 하나. 150여년 전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아프가니스탄은 "유럽의 이교도들에게 통치될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예언했다 한다. 다음은 한겨레신문에 실린 기사이다. (2009. 12. 3일자)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391217.html  

이와 같은 내용을 이 책 <아프가니스탄, 그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또 발견한다. 

   
 

 아프가니스탄, 어떤 침략세력도 온전할 수 없는 땅. 정말이지 원한에 사무쳐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 요량으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탕이 가루와 같은 협곡에서의 기습공격에는 현대의 어떤 신무기로도 당해낼 도리가 없을 듯싶었습니다. 쫓겨난 탈레반이 아직도 기승을 부리는 건 바로 그런 지형이 가장 큰 몫을 하는 거지요.

 
   

 역사 이래로 오랜 세월 동안에 이 척박하고 황폐한 -석유 산유국도 아니고 지하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닌-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의 미국에 의한 전쟁도 그렇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면하고 있는 이란 때문에, 그 주변의 국가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압박하기 위해서, 그리고 인접한 중국도 끊임없이 경계를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110)'더하여 아프가니스탄 북쪽 투르크메니스탄을 비롯한 카스피 해 인근 국가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경유해 인도로 끌어들이는 일도 중요합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동반자인 인도가 에너지로 인해 이란이나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니까요. 게다가 이 송유관 사업의 주체는 미국의 메이저 석유기업 유노칼입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미국과 파키스탄이 송유관 문제의 해결을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도 합니다.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참으로 더러운 전쟁이다. 이 아프간 전쟁에 미국의 눈치를 보며 파병의 대열에 선 우리 나라.  

이런 아픔의 땅, 아프가니스탄을 여행하는 저자의 눈빛은 그래서 늘 분노에 타오르면서도 늘 눈물에 젖어있다. 온갖 기행문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이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아프가니스탄, 그 절망과 희망 사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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