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2009년 8월 14일~8월 17일 /*환율: 홍콩1$=약 162원

서울 사는 사람이 부산이나 혹은 광주쯤 갔다와서 기행문 따위를 쓰는 일이 있을까?  

홍콩이 그렇다. 바다 건너 다른 나라라기 보다는 좀 멀리 떨어진 여느 도시 같은 인상이기 때문이다. 홍콩과의 실제거리라는 것이, 서쪽 끝인 인천에서 동쪽 끝인 강릉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기도하다. 연휴나 휴가 때면 10시간 정도는 너끈히 걸리고도 남는 국토 동서횡단에 시달려본 사람은 알 것이다. 홍콩까지의 비행 시간, 3시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을. 

캐세이퍼시픽 항공의 비행기를 싼 맛에 몇 번 타보면 언젠가는 홍콩에 내릴 기회가 오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내 얘기다. 그래서 홍콩은 애써 피했다. 어차피 한번쯤 가게 되리라 생각했었다. 유럽 갈 때, 인도 오갈 때, 툭하면 들르는 도시가 홍콩이었다. 그러니 나의 홍콩 경험이란 것이, 참새 방앗간 같다고나 할까, 다음 비행을 기다리며 공항에서 시간 죽이기와 하룻밤 잠을 자면서 날짜를 보내는 bed city(?)가 전부인 셈이다. 결국은 지금까지 기회가 없었다는 얘기다. 흠, 부산에 몇 번이나 가봤던가. 광주는?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라도 갔다올 수 있을 것 같지만 어디 그런가. 

이번 여름 애초의 목표 여행지는 대마도였다. 늘 예산 걱정에 여행지 선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올해는 특히 대공사에 들어간 남편의 치과 치료로 선뜻 여행에 나서기가 두려웠다. 게다가 늘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내 불우하고 불쌍한 부모형제를 생각하면 우울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학교에서는 방과후 수업으로 몸의 균형이 깨져 몸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여름방학마저 열흘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과후 수업을 해야만 했다. 그래도 별도로 받는 이 방과후수업 수당 덕에 옴짝달싹할 수 있었으니 한편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일찌감치 대마도를 목표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의외로 공부하는 맛이 났다. 그간 제대로 아는 것도 없었다는 한탄 내지는 자책도 들어 모처럼 겸손해질 수 있었다. 대마도와 관련된 덕혜옹주까지 접근하게 되니 대마도의 역사 지도가 머리에 그려지기도했다. 특히 주강현의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를 통해서 역사를 보는 관점이 육지에서 바다로 확장되는 경험도 하게 되었는데 특히 바다를 무대로 세계를 주물렀던 제국주의 국가들의 활약상(?)은 정말 흥미진진한 읽을 거리였다. 이 책은 주로 우리나라를 둘러싼 식민 제국의 내용들이지만 이 책이 제시한 관점으로 아시아 일대의 국가들을 들여다본다면 무척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홍콩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대마도행이 홍콩행으로 바뀐 결정적인 이유는 여행사 직원의 시큰둥한 반응 때문이었다. 대마도는 대중 교통이 여의치않아 패키지로 가거나 자동차를 렌트해야한다고 하면서 걱정스럽게 상담을 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물론 운전면허증마저 없고, 남편은 해외 운전 경험 전무. 패키지 여행은 아직 할 나이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고....부산 한 번 제대로 못봤다고 날 잡아 부산 가듯 그렇게 가게 되었다, 홍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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