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베트남 중부 지방의 호이안의 구시가지는 말 그대로 현지인 반 외국인 반이다. 단체 관광버스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부려놓으면 이들은 여기저기서 온 거리를 휩쓸고 다닌다. 단체 여행객들을 태운 시클로 부대가 열을 맞추어 행진하는 모습은 카 퍼레이드마냥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넋이 나간 듯 쳐다보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이방인들뿐이다. 

  구시가지의 골목을 걷다보면 그림이나 공예품, 옷 등을 제작하거나 판매하는 가게들이 죽 늘어서있어 걷는 것이 즐겁고 마음도 따라서 아기자기해진다.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로컬 요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식당도 많고, 웬만한 카페는 가이드북에 그 이름이 올라가있어 카페 순례라도 할 작정이라면 주머니 사정을 잘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이곳은 여행객이 수업료를 치러야 하는 곳이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늘 같은 일을 겪으면서도 면역체가 형성이 안 되어, 그 경험이 늘 새로운 게 있는데 바로 택시 타는 일이다. 이곳에서도 멀쩡히 눈 뜨고 당했는데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속이겠다고 작심한 택시 기사에게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혹시 다낭에서 택시로 호이안에 갈 계획이신 분은 다음 용모를 가진 택시기사를 조심하도록. 평균보다 훌쩍 큰 키에 건장한 체구로 여러 명의 택시기사가 호객을 할 경우 단연 돋보이며 나름 성실성을 겸비한 인상을 갖고 있다. 사기 수법은 간단하다. 13달러라고 흥정해 놓고는 나중에 17달러라고 말했다고 끝까지 우기는 거다. 세상에 내가 thirteen 과 seventeen 을 구분하지 못하겠냐고. 지가 나보다 영어를 더 잘하겠냐고. 적선하는 셈 치자고 생각해도 내내 불쾌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종이쪽지에라도 써 놓을 것을.

  두 번째 수업료는 이렇다. 우리가 이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대부분의 숙소들이 그렇듯 간단한 여행업무도 함께 하는 곳으로 투어 신청이나 비행기표, 버스표, 기차표 예약도 해주는 곳이었다. 유명한 신카페를 찾아갈까 하다가 그곳이 그곳이겠지 하는 생각에 미선유적지 투어 신청과 호이안→후에, 후에→하노이 간 오픈투어버스티켓을 끊었다. 두 구간의 버스 요금을 처음에는 일인당 15달러라고 쓰더니 이내 25달러라고 고쳐 말하는 데 어수룩한 우리는 그때 그의 눈빛과 생각을 읽었어야했다. ‘내가 지금 장난치고 있는데 하려면 해봐. 굳이 강요하는 건 아냐.’ 이런 여유로운 표정에 우리가 넘어간 것이다. 침대 시트는 정리해주면서 베갯잇 없는 베개는 나몰라하는 무신경과 불친절을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사실 바가지 전혀 안 쓰고 제 값 주고 산 게 하나라도 있을까 싶은 동네다. 조그마한 동네에서 마음만 잔뜩 상하다보니 느닷없이 중국 운남성의 리장이 그리워진다. 맑은 물이 흐르는 수로들, 밤에는 온 동네에 불이 난 것 같은 빨간 등의 행렬, 광장에서 춤추는 소수민족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곳은 늘 축제 분위기였다. 같은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려놓은 곳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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