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책을 최근작부터 읽기 시작했다가 2001년에 나온 <당신들의 대한민국1>까지 읽게 되었다. 그때 읽으나 지금 읽으나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은 내용. 정말 사회는 진보하는가, 역사는 진보하는가, 를 또 묻게 되는 책. 이 책이 계속 살아남아있는 한 우리 나라는 계속 그 모양으로 돌아갈터. 거꾸로다. 우리 나라가 계속 지금의 상태로 돌아가는 한 이 책은 3판 4판을 찍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책이 박노자의 초기작이라서 그런지 좀 지나치게 다변적이라는 게 살짝 불편하다. 그건 뭐 내 개인적인 성향 내지는 취향 문제겠지만.

p.63 영어공용화론의 망상...국가가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외국어를 공식화하는 것은 자유시장과 민주주의 원칙을 전면 부정하는 행정일 뿐이다....(P.64) 국민이 각자 경제적인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외국어 습득 문제까지 국가가 정책으로 결정한다면, 이는 '선진화'가 아니라 중세적인 부역제도를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사대주의적인 충성심으로 가득 찬 '조공국'이 '종주국' 언어 구사를 일체의 '신민'들에게 의무화하는 꼴이다 ....어쨌든 이 '영어공용화'논쟁은 한국 지배층의 의식상태를 매우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p.130 ..그들(주변4강)과의 관계가 불가피한 현실이긴 하지만, 그들이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폭력의 규모와 악질성도 잘 인식해야 한다. '죽음의 시장'으로 불리는 국제 무기시장을 독점하려는 '죽음의 장사치' 미국 러시아, 티베트와 신강-위구르 자치구를 군사기지와 무기시험장으로 만들어 생태계를 치명적으로 파괴한 중국, 재무장을 꾸준히 노리는 일본.....다른 것은 몰라도 그들의 국가로서의 도덕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주변4강관'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강도에게 "너는 강도다"라고 나서서 말한 여건이 안 된다 해도, 강도를 친구나 스승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p.275 사실 인종주의의 수용은 조선의 개항(1876~1884)과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인종주의의 수용이 상대적으로 매우 빨랐던 주요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된다. 첫째, 그 당시에 인종주의는 조선의 지배층이 접촉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핵심 이념이었다......둘째, 인종차별론을 처음 수용한 개화파 양반 귀족들의 극심한 엘리트주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p.299)미국인 서구인들의 살인적인 인종적 광기를 '문명'으로 오인하여 한국에 그대로 수입한 유길준 ,윤치호,서재필류의 일그러진 '유산'을 어떻게 청산할 수 있을까? 조직에 순응하는 것, 부, 성공, 출세 등과 함께 '미국/서구', '백인종'이 무조건 위에 있다는 단선적인 가치체계의 단조로움에 이미 습관이 된 사람들로서는 아주 힘든 일이지만, 다양성만이 가치가 있다는, 다양하고 다른 것들 사이에 우열을 가리면 안 된다는 다원주의를 마음으로 익히는 것이 첩경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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