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서평단 알림
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이 청소년 소설을 읽어 나가면서 나는 작년에 내가 담임을 맡았던 한 아이를 계속 떠올렸다. 입학식 날부터 주먹을 휘둘러서 나를 적잖이 긴장시키더니 일년 내내 그 주먹으로 여러 사건을 만들어내어 담임으로서 선생으로서의 내 무능을 일깨워 주었던 녀석. 그 녀석한테 맞고도 담임인 내게 말을 할 수 없었던 아이들. 보복이 두렵고 담임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이 감도는 학급의 묘한 분위기. 설득도 훈계도 징계마저도 전혀 소용에 닿지 않는 상황.

 

 

그럴 즈음 미국의 교육 전문가 루비 페인 박사의 기사를 읽었다. (2007.6.12 한겨레신문)


대부분 중산층 출신인 교사들은 빈곤층 학생들의 의지부족․능력부족․태도불량 등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속수무책을 하소연한다. 그러나 페인은 이것 역시 ‘계급적 특성’의 일종으로 교사들은 가령 저소득층 학생들이 싸움을 일삼는 것은 싸움이 그들에겐 중요한 생존기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싸움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교사의 역할은 이들에게 ‘빈곤층을 벗어나 중산층이 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화이트칼라 직업을 얻고 싶으면△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언어 습관을 익히고 △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버리는 등의 습관을 익히도록 교육하라는 얘기다.


얘기는 그럴 듯한데 이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싶었다. 아이의 눈빛에서 희망을 읽어 내고 싶은데 소통 두절 상태에 빠진다. 서로 마음을 열지 못한다. 온갖 타이름과 훈화, 조언, 설득은 일방적인 지시 내지는 잔소리의 영역에 머무를 따름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과연 ‘빈곤층을 벗어나 중산층이 되고 싶’어할까?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화이트칼라 직업을 얻고 싶’어할까? 학교 시스템에서는 이 아이들을 자극시키거나 성적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지 못한다. 성적에 관심이 있다면 그 정도로 막 나가지는 못한다. 아, 이 무능함과 막막함이라니......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장애인 아버지와 베트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완득이. 새롭고 재미있는 캐릭터인 담임이자 사회 선생인, 똥주. 이들을 둘러싼 우리의 보잘것없고 서러운 이웃들. 우선 재미있고 유쾌하다. 잘 읽힌다.

   그러나 이런 점은 너무 쉽고 안일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몇 군데 있다.

먼저 똥주는 교회에 다닌다. 똥주를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하는 완득이는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교회를 찾았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기 위해 체육관을 찾았다. 내 몸을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내 몸을 잘 움직여줄 수 있는 체육관을 찾았다.’고 말한다. 체육관이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허나 싫어하는 사람을 죽여 달라고 기도하기 위해 가는 교회라도 교회에 나갈 정도라면 희망을 품은 아이다. 그러나 현실의 주먹짱은, 내가 알고 있는 주먹짱은 절대 이런 생각하지 않는다.

   똥주 선생. 외국인 근로자의 인간적인 대접을 위해 교회 건물을 사들여 운영하고 생활은 옥탑방에서 한다는 설정. 이게 정말 가능한 이야기인가. 악덕 기업주인 아버지의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나 속죄라고 보기도 그렇고, 희생정신이 투철한 천사표로 단정하기에는 그 인물됨의 깊이가 부족해 보인다. 또 교회건물을 댄스 교습소로 전환한다는 것도 이야기이니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정윤하. 완득이의 여자 친구. 야한 만화 사건으로 범생이였던 남자 친구가 전학 간다는 부분. 정윤하의 부모가 어떻게 작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즈음 이런 일로 전학을 간다는 설정은 정말 설득력이 약하다. 이보다 훨씬 약발이 센 사건에도 아이들은 웬만해서는 그냥 버텨낸다. 아이들이 웃을 일이다.

   그러나 이런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유쾌하게 통통 튕기는 듯한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밝고 희망적이어서 좋다. 소설 속에서나마 그래도 인간의 착한 구석을 드러내주어 이 팍팍하고 재미없는 세상을 위로해 주어야하지 않을까. 비록 그것이 한낱 이야기일지라도. 비현실적인 설정에 비해 너무 앞서가거나 오버하지 않는 잔잔한 마무리는 작가의 숨고르기와 피로 같은 것이 느껴지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지만 글쎄 이 주인공들의 삶에 어떤 다른 대안이 있을까 싶다.

   책을 덮으며 풀리지 않는 현실적인 고민을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의 주먹짱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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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나무 2008-04-27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읽고, 주제넘게 몇 자 남깁니다. 역시 현실과 소설에는 괴리가 있지요? 저도 며칠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그래도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현실에 발 디디고 있는 희망이라서 그런지.. 선생님의 주먹짱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한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의미라서, 힘들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한 것 같아요. 잘 이겨내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