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호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표지디자인에는 문제가 있지만, 위염으로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있는 와중에 그래도 정신줄 놓지 않게끔 흥미를 유발하는 이 책은 마음에 든다. 동물 특히 새에 대해서 손톱만한 관심만 있어도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오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전반부까지 읽었는데 위염의 통증을 잠시 잊고 싶어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을 적어 놓을까 한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p.105

도둑갈매기라는 이름에서 '도둑'은 이들이 다른 동물의 먹이를 종종 훔쳐 먹는 습성에서 따왔다. 주로 갈매가Gull나 제비갈매기Tem 같은 새들을 쫓아서 부리에 물고 있는 물고기를 빼앗거나 토하게 만들어 먹이를 훔쳐 먹는다. 이런 행동을 절취기생Kleptoparasitism이라고 부르는데, 거미의 먹이를 훔쳐 먹는 파리나, 치타의 사냥감을 빼앗는 하이에나도 절취기생을 하는 대표적 동물이다. 특히 갈색도둑갈매기는 코끼리해표의 어린 새끼에게 다가가 이들을 공격해 모유를 토하게 한 뒤, 그 토사물을 먹기도 한다. 이런 절취기생은 인지 능력이 높은 동물들에게서 많이 관찰된다. 스스로 먹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의 먹이를 빼앗기 위해선 상황을 파악하고 인지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 보이스피싱같은 사기행각범들이 떠오른다. '인지 능력이 높은' 인간들???


p.137

누군가 죽어야 누군가 산다. 이게 북극에서만 유효한 명제는 아닐 것이다. 하나의 개체 입장에서 죽음과 삶은 뚜렷한 경계로 나뉘어 있지만, 생태계의 물질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리 대단한 차이가 아니다. 긴꼬리도둑갈매기 새끼의 몸에 잠시 머물러 있던 물질이 북극여우에게 옮겨간 것뿐이니까.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흙으로 내려와 북극버들의 잎에 머물렀다가 사향소의 몸으로 흡수되고 다시 회색늑대에게 건네질 것이다.


인간도 그렇지 않나? 큰 시선으로 보면 인간도 비슷하다.

 

p.164

지의류는 분류상으로는 진균 곰팡이Fungi인데, 곰팡이 안에 조류Algae가 같이 살고 있다. 균사층 아래 조류를 품고 있는 형태다. 그 둘의 관계는 꽤 독특하다. 조류가 광합성을 해서 태양에너지를 고정시키면 곰팡이가 마치 식물처럼 그 결과물을 가져다 쓴다. 곰팡이 입장에서는 조류를 가둬두고 경작 내지는 재배하는 것. 곰팡이는 조류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조류 입장에서는 곰팡이를 집처럼 이용하고 골격을 가져다 쓰는 셈이다. 조류가 곰팡이를 안식처럴 이용하는 것이다. 분리해서 배양을 하면 따로 살 수도 있지만,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관계. 곰팡이와 조류는 그렇게 공생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에도 대략 300종에 이르는 많은 지의류'가 있다고 한다. 처음 안 사실이다. 지난 겨울 나가사키에 갔을 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끼가 알고보니 지의류였고, 지의류를 알고나니 이제는 이런 글도 눈에 쏙쏙 들어온다. 체험학습의 중요성. 


p.210

수컷이 부르는 노래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노래를 자주 많이 부른다는 것은 먹이를 잘 찾는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며 다른 개체보다 먹이 찾는 효율이 높아서 그만큼 노래를 부를 일도 더 많다는 뜻이다. 흰멧새 연구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노래를 많이 하는 수컷들은 실제로 새끼들에게 먹이를 많이 주었고 결과적으로 새끼들을 더 잘 길렀다. 그래서 수컷의 노래는 그 자체로 육아를 얼마나 잘하는 수컷인지를 나타낸다. 암컷은 수컷의 울음소리를 듣고서 '노래 부르는 실력이 꽤 좋은 걸! 먹이도 잘 잡고 새끼들도 잘 키우겠어'하며, 짝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새들은 왜 울어댈까, 혹은 노래할까...늘 궁금했는데 이런 해석도 있다니...이런 사실들, 쓸 데는 없지만 알고나면 재밌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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