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 시민강좌
이재석 외 지음 / 연립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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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는 때가 있다. 책을 만나는 것도 때가 있다. 때를 만나는 건 시간이 걸린다. 마음이 닿아야 하고 머릿속에 그 어떤 것을 품고 있어야 한다. 요즘 일본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 책이 내 눈에 띄었다는 것. 허나 아직 때가 덜 여물었다는 것도 절감한다. 책이 반갑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완독하지는 못했다. 일본에 대한 나의 관심이 아직 어설프기 때문이다. 딱 이 시점에서 내가 읽은 부분만 조금 이해할 뿐이다. 총 10강에서 반 정도를 재밌게 읽었다. 그러니 리뷰를 쓰는 건 언감생심. 조금 베껴놓는다.


p.245

일본 유학의 특징은 초월적인 보편 원리로서의 이理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 오히려 우키요浮世, 즉 덧없는 이 세상, 내가 지금 여기 살고 있는 현세를 긍정하고, 그 속에서 무엇을 할지를 고민하는 종속의 논리가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유학은, 천황이라든지 또는 무사라든지 실제 존재하는 것들과 강하게 결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황도유학皇道儒學'이나 무사도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천황에게 충성을 바쳐야 하는 이유를 유학적으로 설명한다든지, 전쟁기에 군인들의 전투 의욕을 높이기 위해 충효의 개념을 활용하는 식입니다. 이처럼 일본의 유학이 모습을 쉽게 바꿀 수 있었던 이유는, 유학의 '본령'에서 일본이 떨어져 있었으므로 별 위화감 없이 옷을 갈아입듯 쉽게 변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조선의 경우에는 유교 본령의 가르침에, 그 정통성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성리학이라는 이론적 학문 체계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론뿐 아니라 실제 형식에서도 원형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왔습니다. 중국에서 문화대혁명으로 많은 유교문화가 파괴되었는데, 공자의 고향인 곡부에서 공자와 선현에게 지내는 제사인 석전제를 복원하기 위해 한국의 성균관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보편적인 이理라는 형이상학적인 가치에 대한 양국 유학자들의 인식 차이는 현대의 일상어에서도 엿보입니다. 우리는 섭리, 순리, 도리와 같은 말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말들이 사전에는 있어도 일상에서는 그다지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날씨를 천기天氣, 병을 병기病氣라고 하듯 기氣와 관련된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또한 우리와 저들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p.196

주자학적 세계관에서 세상 만물은 기氣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봄에 꽃이 피고 여름에 수목이 우거지다가 가을에 단풍이 들고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것, 동물이 태어나고 자라서 활발히 활동하다가 이윽고 늙어서 죽는 것. 이 모든 것이 기가 움직여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기는 반드시 어떤 원칙에 따라서만 움직입니다. 봄이 지나면 반드시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반드시 겨울이 옵니다. 어린이는 청년이 되고, 청년은 노인이 되며, 노인은 때가 되면 반드시 죽습니다. 거기에는 까닭이 있어요. 이처럼 기의 움직임을 생성하는 원리가 이理입니다. 주자학의 세계관에서는 이것을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이라고 부릅니다.


p.244

일본은 가직국가家職國家라는 말을 합니다. 각자의 가업을 가진 집안을 하나의 상자로 본다면, 이 상자가 마치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겹겹으로 포개져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개인은 자신이 속한 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그안에서 자기 역할을 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이런 사회였기 대문에 가업 도덕이 발전했고 이것이 곧 상도덕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기업의 윤리를 유학에서 말하는 충이나 효 같은 도덕적 개념과 등치시켜 이해하는 인식이 일찌감치 18세기부터 성립되었던 것입니다.



'우리와 저들의 사고방식의 차이'에 왜 관심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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