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어떤 분은 나보다 13살 연상의 할머니인데 전직이 목사이시다. 오늘은 밥을 사주신다고 해서 아파트 현관에서 만났다. 만나자마자 갓 파마를 한 내 머리를 보고는 염색 좀 하라고 하신다.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그때마다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는데도 변함없이 지적하신다. 순간 밥을 먹으러 가야 하나 고민이 스친다.


"제 나이가 60이 넘었어요. 이 나이에 머리 염색하라는 말을 계속 들어야 하나요?" 얼굴이 예쁜 것보다 말씨가 예쁜 사람을 좋아한다는데 나는 죽다 깨어나도 (둘 다) 안되겠구나 싶었지만 이미 뱉은 말. 사실 나는 벼르고 있었다. 한번만 더 염색 어쩌구 하시면 한방 먹여야지 하고. 


염색 권하는 사회에 대해서. 젊어보여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사회에 대해서. 젊음을 동경하는 사회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분명 기 - 승 - 전 - 하나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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