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다녀왔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내가 움직여야 세상이 움직인다는 생각. 고여있는 세상은 답답하다.
인천에서 완도까지, 다시 차량을 배에 싣고 제주까지. 여정이 길었는데 늙은 몸(?)으로 혼자 운전하는 남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난 면허조차 없다. 그런데 배삯이 생각보다 많이 나갔다. 우리는 순간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 되었다.
첫날 숙소는 J**펜션. 2006년에 중국 따리에 갔을 때 신세졌던 넘버쓰리게스트하우스. 그 숙소의 사장님이 새롭게 제주에 개척한 펜션이어서 작심하고 찾아갔는데....우리를 맞이하는 낯선 사장님. 2017년에 펜션을 인수했다고 한다. 제임스 조 사장님은 강원도 어딘가로 가셨다고. 밤은 깊어가고 이 시간에 또 어디를 헤매랴싶어 그냥 묵기로 한다.
* https://blog.aladin.co.kr/nama/1113973 제임스 조 사장님과의 인연을 기록한 글이다.
제주 올레길을 거의 마스터한 친구도 못 가본 곳, '짜장면 시키신 분'의 마라도.
한 그릇 시켜서 두 사람이 먹어도 괜찮다기에 딱 한 그릇 시켜 먹은 톳짜장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먹었다.
갯무꽃. 순을 잘라서 씹어보면 영락없는 무맛이 난다. 무꽃은 무조건 노란색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
섬에 들어올 때부터 섬을 떠나는 시간이 정해져있어서 오래 머물 수도 없다. 서귀포 운진항으로 돌아갈 배를 기다리는 동안 아쉬운 마음으로 남기는 사진.
안도 다다오의 건축, 본태박물관. 복잡해보이는 동선과 노출콘크리트, 그리고 물.
박물관 전시물. 옛 상여에 쓰였던 장식물이란다.
쿠사마 야요이의 점박이 호박 상단부.
베개. 모아놓으니 이것 또한 작품이 되네.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를 보고 한번쯤 보고 싶었던 그의 건축물이다. 저런 교회라면 다녀볼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경내에 핀 매화.
제주하면 바다.
어떻게 줏어들어서 머리 속에 입력된 디어 마이 블루 서점. 일찌감치 찾아갔더니 개점시간 전. 동네 한 바퀴 돌고 11시쯤 다시 왔더니 여전히 닫혀 있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개점시간이 오후 1시란다. 오후에 문 여는 서점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허를 찔렸다. 안녕~ 푸른 이미지만 눈에 담는다.
목포엔 <코롬방제과>, 대전엔 <성심당>이 있듯이 제주엔 <덕인당>이 있다. 갈 곳을 정하지 않고 대충 떠나온 여행이라 어쩌다 알게 된 빵집이 꼭 가야할 곳이 된 상황. 네비게이션에 덕인당을 입력하고 열심히 찾아갔으나 매주 일요일은 정기 휴일이란다. 20대 딸아이 데리고왔으면 이런 허망한 실수는 안 할텐데... 다행히 3호점은 열었다니 십 몇 킬로미터를 달려서 찾아갔다.
진열장에 진열된 4종류의 빵 중에서 두 종류가 품절. 품절 표시된 빵이 얼마나 맛있어 보이는지 ...그 실망감이라니...
" 10년 만에 제주와서 소문 듣고 찾아온 빵집인데 이럴 수가요..." 나의 궁시렁에 마음이 움직였는지 알바 여학생이 조용히 빵을 내놓는다. "못난이 빵이라 판매하지 않는 건데 이거라도 가져가시겠어요?" ㅎㅎㅎ 그렇게해서 진한 쑥향이 나는 쑥빵을 두 개 공짜로 얻어왔다. 코로나 여파로 손님이 줄어들어서 자연 빵도 덜 만들다보니 품절 현상이 생겼다는데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다음에 다시 제주에 가게 되면 서점은 몰라도 <덕인당>은 꼭 찾아가야지.
만나보지 못한 사람도 있고, 못 들어가본 책방도 있고, 못 먹어본 빵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제주 여행이었다. 다시 갈 핑계가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