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지 않아도 자꾸 입안에서 맴도는 노래처럼, 어쩌다보니 모네가 내 일상으로 들어와버렸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저 우연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여기저기 수고롭게 다니면서 식물채집하듯 하나씩 건져올려야 했으니 말이다. 다만 이것저것 채집하다보니 그중에서 모네가 교집합으로 걸리더라는 것.

 

 

 

남해 산골짜기에 자리한 섬이정원. 방송에만 나왔더라면 호기심만 당기고 말았을 텐데 산림청에서 발행하는 계간지까지 실리니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벼르고 별러서 찾아간 곳이다. 그래도 남해라니. 나에겐 심적으로 인도보다 멀리 있는 곳이 남해가 아니던가.

 

 

소문대로 섬이정원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곳이다. 공간활용이 뛰어나서 허투루 놀리는 빈 공간이 거의 없었다. 오밀조밀, 아기자기하게 만발한 꽃밭에서 노니는 기분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살아있는 그림동화책 속으로 들어간 기분? 그중 화룡점정은 바로 위의 연못이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선호하는 곳-그렇잖은가. 사람들 눈은 다 비슷하다는 것.-이라서 순번을 기다려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헌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걸린 모네 그림이다. 내가 미국엘 가다니..... 절대 미국엔 안 간다던 나의 다짐과 신조를 스스로 깼다. 이 얘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섬이정원이 모네의 정원을 벤치마킹했다. 어떤 책에서 이 정원이 일본식이라고 하던데, 하필이면 이 시점에 일본식 정원이라니.....정원이 무슨 죄가 있겠냐만, 일본식 정원을 좋아한 모네가 무슨 죄가 있겠냐만, 일본식 정원을 좋아한 모네를 따라한 섬이정원 주인이 무슨 죄가 있겠냐만....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회. 역시나 인파가 대단했다. 미술애호가들이 그렇게나 많다니...놀라웠다.  사람에 치여 대충 둘러보고 와서 대신 책으로 보충한다. ( 전시회에 진열된 호크니 작품을 한 장도 카에라에 담지 못했다. 못 찍게 하니까. 뉴욕의 유수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선 후레시만 사용하지 않으면 마음껏 사진 찍게 하던데, 우리나라 미술관이 유수에 들어가지 못해서 그럴까. 빌려왔으니 곱게 돌려줘야해서 그런가. 입장료는 비싼데 그 값어치를 하게 해야지.)

 

 

 

 

 

 

 

 

 

 

 

 

 

 

 

 

글씨가 작아서 눈이 피곤한 책이다. 끝까지 읽으려나 했는데 책은 생각보다 잘 읽힌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생각이 복잡한 사람은 아닌 듯하다.

 

이 책 얘기는 나중에 하면 좋겠지만, 현재 내 눈을 사로잡는 부분만 옮겨본다.

 

내가 지금까지 본 삶의 방식 중 가장 훌륭한 것이 모네의 방식입니다. 그는 지베르니의 수수한 집, 그러나 매우 훌륭한 주방과 두 명의 요리사, 정원사, 멋진 작업실이 있는 집을 갖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훌륭한 삶입니까! 그가 한 일이라곤 수련 연못과 정원을 바라보는 것뿐이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입니다. 그는 그곳에서 43년간 머물렀습니다. 그는 마흔세 번의 봄과 마흔세 번의 여름, 그리고 마흔세 번의 가을과 겨울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던 것입니다.

                                                                                                  (105쪽)

 

모네의 삶의 방식은 내겐 가당치도 않기에 부러워할 건덕지도 없지만, 그가 43년간 한 곳에 머물며 그림을 그린 덕에 아름다운 정원 그림을 머리에 각인시킬 수 있는 것만은 고마워해야겠다.

 

 

가는 곳마다, 집어드는 책마다(?) 유령처럼 따라오는 모네를 잠시 화젯거리로 삼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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