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이 길지 그후 중학교, 고등학교 시기는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고들 그랬다. 그 긴 초등학교 6년 동안 학교의 행사는 얼마나 많고 다양한가. 입학식부터 운동회, 각종 현장학습 등. 저학년일 경우는 급식도우미, 청소도우미 등도 부모가 감당할 일이었다.

 

딸이 초등학교 입학식 때는 당연 가지 못했다. 담임을 맡은 나 역시 입학식이 있었고 내 아이보다 내가 맡은 아이들이 먼저였다. 딸이 저학년일 때 딱 한번 급식도우미로 참여한 적은 있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개교기념일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가는 게 왜 그렇게 가슴 떨리던지. 어떻게 담임 선생님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 지 그저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가는 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나도 직장에서는 다른 아이들의 선생인데도 입장이 바뀌니 그게 별 소용이 없었다.

 

6년 동안 한번도 현장학습에 따라가지 못했고 다만 운동회 때 어떻게 시간이 되어 두어 번 돗자리 펴들고 앉아보긴 했다. 당시 함께 사시던 시어머님의 정성어린 보살핌이 있었기에 모든 게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길고 긴 6년을 마치고 드디어 중학생이 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걸어서 5분 거리였던 내 근무지 학교는 딸이 다니던 초등학교 아이들이 선호하는 중학교였다. 우선 한 동네에 있었고 학교규칙이 비교적 융통성 있다고 소문이 나서 멀리서 일부러 오는 아이도 있을 정도였다. 드디어 내게도 때가 왔다. 초등학교 때는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면 나도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있으리라 내심 기대가 되었다. 부푼 희망으로 얼굴에 화색이 돌 즈음, 평소 입 바른 소리로 유명한 동료가 한소리했다.

 

"그거 알지? 부모와 자식이 한 학교에 다니면 민폐라는 거."

 

나도 마음 속에 걸리는 바가 없던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딸과 한 학교에 다녀본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동료의 이 한마디에 바로 마음을 바로 잡을 수 있었다.

 

결국 딸은 걸어서 30분 거리의 학교에 시내버스를 타고 등교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5분 정도 가볍게 걸어서 출근하고.

 

물론 그 입 바른 동료와는 지금도 이따금 만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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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5 14: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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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5 1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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