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토마토 파란시선 8
김하늘 지음 / 파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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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이렇게 .. . 구운 스팸 한 조각에, 머금은 소주가 달달할 수 있을까. 읊고 또 읊는다. 시와 여자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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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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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를 개처럼 취급할 때에도

기필코 나는 '사랑에 관해 소리치고 있어'야 한다.

분  명  하  다.

 

 

 

 

 

 

 

 

 

 

 

 

 벌나무 껍질 한 줌을 덜어 냄비에 넣고 생수를 붓는다. 유근피와 예덕나무를 달인 물이 냉장고 가득이지만, 채우고 채워도 게우고 게워내는 아픈 위를 위로하기엔 부족하다. 가장 작은불에 냄비를 올리고, 데워 둔 우유를 들고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본다. 아직이다. 다운로드의 진행률을 보여주는 붉은 선을 노려보다 책상 위, 표지를 벗겨 둔 책을 훑어본다. 여기, 그들이 있었던가. 아니. 없었던가. 돌연, 마른기침이 튀어나오다 난데없이 눈물이 왈칵한다. 그래, 당신은 여기 있다. 나 마저도 그리고 우리마저도. 순식간에 모니터 화면이 검어진다. 다운로드 완료로 자동 실행 된 파일이 모니터 가득 흩어져 덩어리를 이룬다. 'ㄱ'이 말하고 'ㄴ'이 듣고 'ㄷ'이 보아 이루었던 '세 덩어리'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발음하며 나는 단박에 이 영화의 이름도 함께 뱉아냈다. 몽상가들. 아주, 오래 된 영화였지만 'ㄱ'과 'ㄴ'과 'ㄷ'을 보내는 마지막 길 즈음에, 이 영화를 다시 보기를 다짐했던 터였다. 데운 우유가 든 유리잔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 놓고는 두 무릎을 세워 팔을 괸다. 알 수 없는 감정들에 차마 고개가 무거워 얼굴마저도 묻어 잠시 운다. 그래. 나는, 'ㄱ'이 말하고 'ㄴ'이 듣고 'ㄷ'이 보아 온 풍경들이 결코 낯설지않다.

 

 

 

 'ㄱ'을 따라 걷다, 종종 뒷걸음치기 일쑤였다. 선인장을 꽃 피우는 'ㄱ'의 등을 가만 보다가도 '남자1'을 위한 유일한 서비스에 불과했던 결혼앞에서는 결국 'ㄱ'을 잠시 놓치기도 했다. 한때는, 그래, 가장 예뻤던 시절의 그 한때는 '남자1'만이 유일무이한 꿈이고 목표고 삶이었음을 부정 할 수는 없음이다. 그로인해, 결여되어진 어린 시절의 풍경들에게서 도망치듯 살아 갈 수 있었음 또한 고개 저을 수 없다. 'ㄱ'이 말하길 - 결혼이란, 연애에서의 희푸른 그늘을 오로지 제거하는 합법적인 수단이며 단지 패각의 무덤으로 끌고가는 것 (p.248) -  이라 했다. 제 무덤 파듯 우물을 삽으로 이룩해나가던 'ㄴ'처럼, 'ㄱ' 역시 가장 예뻤던 시절 속에 스스로의 무덤에 길을 터, 푸르고 희었던 청춘을 죽여버린것이다. 'ㄱ'과 마찬가지의 이른 결혼이라는 현실과 마주했던 나는, 그래서 'ㄱ'을 따라 걷다가도 뒷걸음을 쳤던거다. 다르지 않았고 틀리지도 않았음을 'ㄱ'이 말해주어 너무나도 잘 알게 되는게 무서웠음이다. 뛰어서 안된다면 걸어서라도, 걸어서도 안된다면 기어서라도 나와야했던 푸르고 희었던 가장 예쁜 시절에, 내가 죽인 청춘을 다시금 자맥질하긴 싫었던것이다. 다시, 다시, 또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사랑, 또 사랑일 수 밖에 없는 비현실적이기만한 현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해서 나는, 자주 'ㄷ'과 함께 울던 'ㄱ'과 함께 사무치도록 흠뻑 운다.

 

 

 

 나는 안녕해요, 안녕한가요. 'ㄴ'.

 있잖아요, 'ㄴ',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은 'ㄱ'에 의한 'ㄷ'의 구원이었고 'ㄷ'에 의한 'ㄱ'의 구원이었어요. 'ㄱ'의 집으로 걸어 들어오던 당신에게 나는 꽃을 전해주고 싶었을만큼요, 응.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어요. 잘 알잖아요. 'ㄱ'은 당신의 가방을 무던히도 무서워했어요. 그 우물도 마찬가지로요. 물론, 영원한 안식처라 믿어 의심치않은 당신만의 우물은 당신의 구원이었겠지만 'ㄱ'과 'ㄷ'에게는 아니었던 것 처럼요. 네, 그러했을거예요. 사실 그렇잖아요. '우물'이 아닌 'ㄴ', 당신의 '죽음'이 되려 'ㄱ'과 'ㄷ'의 구원이었던 셈이예요. 그러니까 'ㄴ', 당신의 유랑의 시작이 형의 죽음으로 비롯되었단 오해의 결말이 그러했고, 야외용 의자에 앉아 몸을 떨던 'ㄷ'을 보았던것처럼, 길고 긴 호흡 한 번 토해내 듯 눈 한 번 꼭 감아 움츠린 어깨 좀 펴주어요. 나에게 있어 구원이란 건, 응. 그건요. 열 살 하고도 두 살때 쯤엔, 손톱으로 긁어내던 혓바늘이었고 손가락 마디마디를 끊어먹던 적은 살점들이었어요. 좀 더 크고 자랐을때는 손목을 긋고 수면제를 열 알도 넘게 집어 삼켰던거구요. 나도 가여워요, 근데 있지요, 나는 'ㄴ', 당신이 더 가엽다고 생각했어요. 유작과도 같은 어린 시절이 그러해서도 아니고 스스로 제자리를 찾듯 우물을 파고 내려가던 당신을 알아서도 아니예요. 그 우물을, 그 땅을, 그 호수를 경험하고도 당신은 말했어요. 공유했으나 우리 자신도 다 해석하지 못한 비밀들이 있다구요. 응, 그래서 가여운거예요. 'ㄴ', 당신은 비밀을 알아도, 말하고싶어도 이젠 - 못하니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 어때요, 그곳은?

 

 

 

 영화는 끝나고 더웠던 우유는 한참 전에 식었다. 벌나무 껍질이 우러나는 가스불을 끄고 냉장고를 열어 생수통에 담긴 유근피를 달인 찬 물을 연거푸, 숨 막히게 들이킨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적 없는 사랑이고 연민이고 '정'이다. 불가능하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랑이 야기시킨 오해가 아니고서는 무엇이겠는가. 술에 취해, 햇볕에 취해, 밤에 취해 긴 걸음을 함께하며 'ㄱ'과 'ㄴ'과 'ㄷ'을 발음하고 듣고 보았다. 휘청이던 술 잔에 'ㄱ'을 담아 잔잔하게 뜨거웠던 'ㄴ'을 떠올리며 'ㄷ'을 가만가만, 바라보며 함께 걸었다. 오래 머물러도 쉬이 잊는 이가 있는가 하며, 짧게 머물러도 깊이 머무는 이가 있다던 'ㄷ'의 노랫가사가 귓등에 얹힌다. 나쁘지않지만 그리 좋은 기분도 아니다. 'ㄱ'과 'ㄴ'과 함께 걸었음에도 은연중에 'ㄷ'을 밀어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ㄱ', 'ㄴ', 'ㄷ'의 공통분모에도 머리카락 한 올이 마냥 억세게 휘어지듯 'ㄷ'이 서글프게 미웁다. 여기 그리고 저기. 그리고 거기. 'ㄷ'이 없으면 덩어리가 될 수 없는 둔탁하지만 오롯한 여명이 가슴을 친다. 스토리도, 로맨스도, 반전도, 클락이맥스도 없다. 해서, 'ㄱ'도 'ㄴ'도' 'ㄷ'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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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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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그저 이 이름 석 자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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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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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그리고 올해를 더불어 - 스릴러는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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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23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깔끔한 한 줄 서평이로군요.
그러니까 읽어보고 싶네요. 기억하겠슴다.
봄되니까 준님을 볼 수 있나 봅니다.
쫌만 있으면 봄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능.^^

2012-03-17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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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알잖아요. 사랑한다고해서 모든 걸 용서 할 수는 없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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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13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릴러는 좀 문외한인데 제목이 확 끌리네요.^^

아이리시스 2011-10-1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준님의 40자평에 확 끌려요. 그래요, 슬프지만, 사실이죠! 사랑한다고해서 모든 걸 용서할 수는 없는 거죠.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