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던 이른 새벽길이였지요.
당신과 내가 숱하게 지나오고 지나쳤던 도로변에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가을을 몰고오던데 혹, 보셨는지요.
당신이 나를 보내던 날,
땅을 치며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하셨지요, 당신은.
그런 당신을 나는 최악이라고 수치스럽다 했었던가요.
내가 당신을 보내던 날,
억지스레 당신 손 끌어다 잡으며 마지막이라 했었지요.
왜 마지막이냐며 미안한 듯 짙은 농을 하며 웃었던가요, 당신은.
그 웃음에 참았던 눈물이 날 듯 해 성급히 돌아서서 걷는데
제 가슴이 당신에게 안녕을 고하더이다.
동안, 고마웠다며 안녕을. 잘 지내라며 안녕을. 아주 가라며 안녕을.
그리고, 이 무더운 여름이 메마른 가을을 부르기도전에
난 기어이 당신을 보냈습니다 .. .
늦은 저녁에 부는 스산한 바람결엔 낙엽냄새가 나지요.
흐르는 모든것은 마르고 움직이는 모든것들에게선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고 햇빛에 주눅들었던 하늘은 청아해지고 있습니다.
서럽고도 잔인했던 스물넷의 여름이 지나갑니다.
누군가 내게 살아만달라, 부탁을 했지요.
예전처럼 손목을 긋거나 수면제를 삼켜버리지도 않는데도
켜켜이 쌓여버린 슬픔을 아는 듯 살아달라 했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아프지말라며 늦은 밤, 쓸쓸한 안부를 전했지요.
잠결에도 그 한마디가 눈물겨워 한참을 뒤척였더랬어요.
잘 지내지 못하는게 죄가 되는듯 해, 참 미안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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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보고싶단말도 참으로 미안한 일이 되버렸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