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버린지는 꽤 오래된 이야기다.

   동안, 수 없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에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이

   그저 내 이름만을 되새김질해낼 뿐 딱히 이렇다 할 주관 따윈 없었다.

   스물 하고도 아홉해를 살아오며 내게 중요했던 건,

   오로지 나 보다 '타인'에 일관됐음을 나는 무시할 수 없다.

   누군가의 그림자를 인생의 지반으로 잡고 내가 나이기를 포기한 채

   필사하듯 사는 삶에 진저리치며 수 천번도 더한 스스로에 대한

   자맥질에도 불과하고 끝끝내 다시, 타인의 그림자를 쫓는다.

 

 

 

 

 

모방과도 같은 삶을 선택하고 스스로 자멸 - 그러니까

수도없이 나 자신을 벼랑끝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이러한 자명한 사실을 깨달을 줄 알았음에도, 멈출 수 없는 삶의 방식 

달리 살아 갈 방법이 없는것이다. 나는.

 

 

 

 

 

 

 

 

 

 

 

 

 

 

 밋밋해보여서 그닥, 이라고 생각하며 손에 쥔 책은 누쿠이 도쿠로의 「후회와 진실의 빛」이다. 재미없는 일상의 반복에 강렬한 장르의 책이 필요했음에도 처음 마주하는 이의 작품을 아무렇지않게 바쁜 출근 준비 와중에도 불구하고 가방에 챙겨넣은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러고선 버스에서 펼친 책은 그 좋아하던 술도 포기하게 만들만큼 강렬했다.

 

 

 

 

 

 

 

 

   이건 뭐, 경찰 풀이 사전이야 ?

   속으로 비웃는 건 찰나다. 그러니까 - 범인이

   익숙하게 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의 손가락을

   잘라가는 속도만큼이나 재빠르게 책의 활자속으로

   독자의 시선을 잡아끈다.

   끝이, 범인이, 결말이. 보이지 않았고 추정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 , 그 자식, 하며

   무미건조함에서 오는 냉철하고 파격적인 반전.

 

 

 

 

 

 

 파격적인 반전, 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기호이다. 또한 내가 이 책을 아주 잘, 그것도 정말이지 최고로 잘 만들어진 책이다, 고 생각할만큼 나는 이 책의 흐름과 구성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희열, 그래 아마 나는 그 반전이라고 생각한 부분에서 강력한 희열감에 몸서리를 쳤었다. 주인공 사이조가 모든 것을 잃고 더 내려갈 수도 없는 밑바닥을 치는 부분. 아마도 난 이 부분에서 함께 무너져내렸으리라. 타이트한 흐름에 점점 페달에 속력을 더할 때, 느닷없는 장애물에 걸려 갑작스레 온 몸이 아스팔트 바닥에 사정없이 내팽겨쳐지는 기분 나쁜 현실.

 

 어떠한 책이든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다. 이미 읽고 평을 남긴 어떤분은 애정을 가질 수 없는 인물들 속의 뻔한 범인과 일본 경찰의 추악한 면이 발각되는 책에 불과하다고 쓰셨다. 맞다, 애정이 가는 인물이 없는 것은 나도 동의는 한다. 왜냐하면, 책의 인물들이 책 밖으로 당장 튀어나온다해도 전혀 이상할리 없는 현실의 인간들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별 다섯이다, 난. (마음에 드는 책 구절을 테잎질 해 놓았는데, 책을 들고 오지 못했다. 엉엉.)

 

 

 

 

 

 

 

 

 

 

 

 

 

 

 안녕 ! 존 버든.

 아니,데이브 거니 !

 

 

 

 

 

 

 

존 버든, 악녀를 위한 밤

 

 

 

 

 

 그의 책이 나왔다. 나는 버든의 작품「 658 우연히 」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묘한, 소설이라고만 페이퍼에 포스팅 해 놓았을 뿐 책을 다 읽고서는 그 어떤 말도 쓰지 않았다. 아마도, 구태여 내가 두 손 두 발 들어 이런 책 보셨냐며 추천에 추천을 하지 않아도 이미 입소문을 타고 두둥실 독자들의 품에 안겨진 책이 되었음을 인지한 상태라 그러했을 터. 알라딘에서는 책 검색은 되지만 아직 이미지가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라 손수 사진까지 찍었더랬다. 처음 올려보는 사진 이미지에 몇 번을 지우고 등록하기를 반복했는지, 신경질이 머리 끝까지 솟았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아직 초입부다. 목 잘린 신부와 결혼식 날 토막난 아름다운 신부. 과연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도 기대치지만 이거 원, 페이지수가 무려 643p 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초절정의 집중력으로 몰입하려다 보니 같은 구절을 몇 번씩 반복한다. 술 석 잔씩 줄이고 하루에 기어코 백페이지씩은 읽고 말테다, 무엇보다 책이 무겁다 보니 어깨가 끊어질 듯 아프다, 힝.

 

 

 

 

 

 

 

 

 

 

 

 

 

 

 

   기성작가들을 제외하고 꾸준히 지켜보며

   소박한 응원을 보내는 작가가있다면 김사과와 전아리다.

   구매한지는 꽤 되었지만 이미 여러 사람에게

   선물로 보내왔던 책이다. 김사과에게는 그저 보잘것없는

   동갑내기에 대한 열등감이겠지만 전아리를 좀 다르다.

   통통, 튀는 매력이랄까. 숨기고 싶어하는 듯한 발랄함과

   스스로 기어들어가려는듯한 깊이없는 음침함.

   서툴다. 그것이 글에서 보인다. 그래서 좋다.

   틈이 보이는 사람, 충분히 매력 있다.

 

 

 

 

 

 이번에 읽은 「앤」은 어른들의 동화다. 낯선 시작과 뻔한 끝. 사랑이 빚어 낸 무수히 많은 연애소설을 읽어왔던터라 새삼스런 반가움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손사래치며 구태여 책을 덮을 이유는 없었다. 한 여자에 대한 연민이 만들어 낸 빗나간 사랑으로 ( 이 남자의 사랑 방식을 지나친 집착으로 보는 시선이 더 많을지 모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집착도 사랑으로 보기 때문에, 사랑으로 - )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다소 진부하게 그려낸 이야기다. 작품성이라고까지는 조금은 과장스럽겠지만 잠시 쉬어가는 여백이 있다면야, 무더기로 내리치는 지금의 이 빗줄기와 함께 읽는다면야 그저 한 번 싱긋, 웃을 수 있을 것이다.

 

 

 

 

 

 

 

 

 

 

 

 

 

 **

      비 다. 유난히 오늘따라 재수없는 비.

      우리 만나서 막걸리나 한 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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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2-09-04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혹시 누쿠이 도쿠로의 후회와 진실의 빛.
 읽고 싶은 신 분 계시면 덧글 달아주세요. 드릴게 책 밖에 없는 여자라 ,
 물론 한 권 뿐이지만요 !
 
 

2012-09-04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9-0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ne*님, 제주 아일랜드는? 태풍은?
안 날아가고 잘 살아있는 거예요? 다리도 안 부러졌고?
얘기해주러 올줄 알았는데, 안오고! 쳇! (삐짐)

프레이야 2012-09-05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준님, 왠지 제 기분인가 몰라도 아주 않은 시간이 나를 우리를 삼키고 지나간 것 같아요. 많은 이야기도 묻혀가겠지요.^^ 스스로 위로하고 싶은 날ᆢ 여긴 새벽에 빗소리 들리더니 지금은 쾌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