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우울한 2017년 세밑을 보내고 있다.

주변이 온통 병과 죽음으로 뒤덮였다. 건강하고 활기차고 밝은 기운을 맘껏 쬐고 싶다. 봄 따사로운 햇살마냥 그런 기분좋은 볕을 만나고 싶다.

아침에 기운없어 늘어진 냥이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동네병원을 사흘동안 두번 다니며 몇가지 의심되는 병진단을 위해 검사를 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걱정할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돌아왔건만 밤새 아이는 나아지지 않고 아침이 되었을 땐 더 악화된 것만 같았다. 식욕이 돌아올거란 의사말을 밑고 하루 더 지켜볼까도 생각했지만 상태를 봐선 아무래도 그대로 둘 수 없어서 병원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몇군데 휴일진료 가능한 곳을 찾아보고 선택한 병원이었건만.. 대기실에 방치된 채 1시간 40분을 기다려야 했다.

냥이는 고개도 들지 않은채 늘어져 있고 응급 상황인지 봐주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시간은 자꾸만 가고 가슴은 분노와 초조함으로 들끓었다. 2017년 마지막날을 이렇게 보낼 줄 몰랐다.

하긴 의사도 점심도 늦춘 채 계속 진료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참 뭐라 하기도 난감했다.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범백 확진을 받았다. 치료로 회복될 확률이 20% 정도라니. 어제 동네병원에서 받은 검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건 초기였기 때문이라나. 길냥이라 예방접종이 되지 않은 상태라 더욱 안심할 수 없는 상태. 입원시켜놓고 일단 돌아왔다. 생각같아선 그 병원에서 애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지만 집중치료를 해야 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 불신. 낯선 곳 낯선 사람틈에 놔두고 돌아왔다는 걸 생각하면 미안하다. 서로의 운명을 생각하면 각자가 감당하고 견뎌야 할 고통이라고 마음먹지만 기분좋은 새해를 맞이할 수 없을것만 같다. ..... 생명에게 이별은 다반사겠지만 ..

 

올한해 목표삼았던 것에 턱없이 못미치는 나날들을 보냈다.

흐트러진 삶. 이게 2017년 내 생활을 정리한 말일 듯싶다. 흐트러져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길로 인생이 접어들더니 앞날을 가늠할 수 없을만큼 지금까지 나라고 생각해왔던 나 아닌 나가 나서 그 길로 마냥 가고 있는 것 같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책에서 멀어졌다는 점이지 않을까.

물론 책구입은 최근 몇년에 비해 가장 많이 구입했고 여전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오고 반납하고 또다시 빌려오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달라진 것은 그 책들을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이렇게 책읽는 일이 어렵다고 느껴졌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2017년을 제대로 돌아보지도 못하겠고 새해 생각도 못하겠다.

그냥 이대로 오늘밤을 넘기고 2018년 새 해를 볼 것이다.

냥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모두다 그랬으면 좋겠다...

 

아직은 이별을 얘기하고 싶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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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2-3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트잇님 2018년에는 많은 바를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포스트잇 2017-12-31 17:39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겨울호랑이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곰곰생각하는발 2017-12-31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봐도 심란하네요. 고양이들의 건투를 빕니다.. 포스트잇님..

포스트잇 2017-12-31 17:44   좋아요 1 | URL
어찌됐든 오늘은 저물거고 내일해는 뜨겠죠.
똥꼬발랄한 냥이를 다시 보고 싶네요.
(닉네임을 바꾸셨더라도 ..)곰곰발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시이소오 2017-12-31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냥이와 포스트잇님 모두 행복한 한 해되시길. ^^

포스트잇 2017-12-31 21:36   좋아요 0 | URL
그렇게 되길 정말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올한해 시이소오 님 재밌고 유익한 글들 읽게 되어 좋았습니다.
내년에도 부탁드립니다.^^ 새해,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