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릴리언트 클래식스
브릴리언트 클래식스
Brilliant
시샵뮤직
11CD(수입)
양질의 연주를 가장 싼 가격에 제공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브릴리언트 클래식스는 기존 저가 음반의 대명사였던 낙소스나 아르테 노바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 낙소스와 아르테 노바가 낱장 위주의 발매 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브릴리언트 클래식스는 전집물 중심으로 음반을 내놓고 있다. 이 정책이 바로 브릴리언트 클래식스의 인기 비결인데, 이 레이블에서 꾸준히 내놓고 있는 이 박스물은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신뢰할 만한 것이어서 해외에서 여러 번 호평받았다.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멘델스존, 말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은 물론 160CD로 구성된 ‘바흐 에디션’, 170CD로 완성될 ‘모차르트 에디션’, 슈베르트 가곡집, 바그너의 오페라 등 웬만한 레퍼토리는 모두 갖추고 있어 저가 레이블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레이블에서 이처럼 다양한 전집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해답은 바로 라이선스 음반 발매에 있다. 브릴리언트 클래식스의 음원은 대부분 다른 음반사의 것이다. 브릴리언트 클래식스는 이 음원을 사들여 싼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는다. 여기에는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연주와 이미 폐반된 음반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고, 더불어 원래 레이블로 시중에 팔리고 있는 음반도 상당수 발견된다.

바르샤이의 열정과 세밀한 성찰이 담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은 브릴리언트 레이블에서 단연 돋보이는 타이틀이다. 루돌프 바르샤이와 WDR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지난 1994년부터 2000년에 걸쳐 완성한 이 전집은 이례적으로 다른 음반사의 음원이 아니라 자체 기획으로 제작된 앨범이다.
완성도 높은 연주도 주목할 만하다. 작곡가와 친분이 두터워 교향곡 14번을 초연하기도 했던 바르샤이는 단 한 곡도 겉치레로 꾸미지 않는다. 옹골차게 텍스처와 프레이징을 이끌어가는 1번과 목관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강렬한 음을 펼친 8번, 역사의 아이러니와 비극을 뛰어나게 표현한 솔리스트 알라 시모니와 블라디미르 바네예프의 활약이 돋보이는 14번, 웅장한 피날레가 마음을 사로잡는 15번은 그야말로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연주이다.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11번과 강인함보다는 고귀함을 강조한 5번, 열정을 아름답게 채색해놓은 6번 등도 놓치기에는 아까운 연주이다.
모든 연주에는 이처럼 바르샤이의 열정적이면서도 세밀한 성찰이 깃들여 있다. 마치 작곡가의 내면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다. 5만원 정도로 이만큼 뛰어난 전집을 얻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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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트벵글러 ‘디 오리지널스’


일본 유니버설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디 오리지널스’ 시리즈. 이 시리즈는 푸르트벵글러의 위대한 연주만을 엄선해 OIBP(Original-Image Bit-Processing) 시스템으로 자체 리마스터링을 거쳐 LP 형식으로 발매한 것이다. 이미 애호가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해 한때 일본 직거래로 많이 구입하곤 했던 음반이다.  그러니 푸르트벵글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클래식 음악 팬이라면 누구나 군침을 삼킬 만하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흠. 2만 원대를 훨씬 뛰어넘는 가격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게 분명하며, 이 타이틀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은 연주의 질과 녹음 상태를 의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적당한 가격이라면 연주와 녹음 상태를 따지지 않고 푸르트벵글러라는 이름과 유니버설의 ‘노란 딱지’만을 믿고 구입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의심할 여지 없이 음반 내용은 상당히 알차다. 모두 푸르트벵글러가 장기로 삼았던 베토벤, 브람스, 슈만, 슈베르트, 바그너 등 독일 정통 관현악 작품이 수록됐다. 이 중 푸르트벵글러가 스위스로 망명한 뒤 1947년 베를린 필하모닉에 복귀하며 가졌던 베토벤 교향곡 5번 연주가 가장 각별하다(이 연주회는 1947년 5월 26일에서 28일까지 사흘에 걸쳐 열렸는데, 뮤직 앤 아트와 타라 레이블 등에서 이 연주회 실황이 음반으로 선보였다). 이 음반에는 푸르트벵글러의 해석 경향이 오롯이 담겨 있다. 특유의 웅장함과 다이내믹함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느림과 빠름, 그리고 그 중간 템포를 오가며 곡의 구성을 명확하게 하는 독특한 면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또 함께 커플링 된 ‘에그몬트 서곡’에서도 서서히 부풀어 올라 환희를 과시하는 푸르트벵글러만의 뜨거운 열기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예전에 ‘도큐멘트’ 시리즈로 나온 베토벤 교향곡 7번(1953년)은 오히려 열기와 긴장감이 전시 녹음(DG, 1947년)보다 뒤처지는 편이다.

음악적 긴장감과 실황의 불같은 열기

푸르트벵글러가 베토벤 다음으로 가장 많이 연주했다는 브람스 교향곡도 두 타이틀이 선보였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연주한 1952년 녹음인 1번과 1954년 녹음인 3번이 그것인데, 두 음반 모두 EMI에서 선보인 1952년 녹음, 1949년 녹음과 좋은 비교가 된다. 우선 1번은 빈 필하모닉과 함께 한 EMI반보다 녹음 상태가 더 좋지 않은 데 반해 실황의 격렬함과 음악적 긴장감이 생생하다는 측면에서는 DG반이 월등히 좋다. 반면 3번은 여러모로 활기차고 웅장한 EMI 쪽이 훨씬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푸르트벵글러가 베토벤과 브람스와 함께 애착을 가지고 자주 연주했다는 브루크너 교향곡 녹음은 음질이 좋지 않다는 게 흠이다. 빈 필하모닉과 연주한 4번(1951년 )이 특히 좋지 않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녹음한 7번(1951년)은 관악기를 중심으로 7번 교향곡의 특징인 중후한 울림을 강력하게 묘사하고 있다. 두 음반 모두 푸르트벵글러의 개성인 웅장한 스케일과 다이내믹함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현대의 연주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 브루크너 초심자보다는 마니아에게 더 잘 어울리는 연주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트리스탄과 이졸데’ ‘파르지팔’ 등 바그너 관현악곡을 수록한 음반에도 푸르트벵글러의 살아 움직이는 음악이 담겨 있다. 슈만 교향곡 4번(1953년)과 ‘만프레드 서곡’(1949년)이 담긴 음반 또한 놓치기 아깝다. 독일적인 중후한 흐름을 바탕으로 유연한 감흥과 스케일감이 낭만성과 어우러져 표현되어 있는 명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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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칼라스 컬렉션
카리스마 넘치는 칼라스 서거 25주년 기념 미발매 음원
마리아 칼라스 서거 25주년(2002년)을 기념해 EMI가 그동안 발매되지 않았던 음반들을 대거 선보였다. 오페라 전곡집 네 타이틀과 오페라 리사이틀 다섯 타이틀. 모두 1950년대 중·후반 칼라스의 최전성기 시절 라이브 실황이다.
우선 리사이틀 앨범 다섯 종은 모두 최초 발매인 만큼 자료 가치가 높다. 하지만 역으로 음질 상태가 나빠서 그동안 음원이 버려져 있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도 든다. 그만큼 대부분의 음질 상태가 극도로 좋지 못하다. 때문에 칼라스를 평소에 잘 모르거나 자주 듣지 않았던 사람보다는 칼라스를 아주 익숙히 알고 있는 마니아에게 더 어울리는 음반이다.
이 중 가장 추천할 만한 것은 ‘1956년 밀라노, 1957년 아테네 실황’이다. 다른 타이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질도 괜찮은 편이고, 칼라스의 위엄도 비교적 잘 표현되어 있다. 첫 트랙 스폰티니의 ‘베스타의 무녀’ 아리아가 특히 인상적인데, 칼라스 특유의 감정 처리와 음색이 어우러지며 대단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어지는 벨리니의 ‘해적’, 로시니의 ‘세미라미데’,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의 아리아에도 마찬가지로 아름다우면서 다채로운 칼라스만의 개성이 고풍스레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두 번째 트랙 벨리니의 ‘해적’ 중 ‘아르투로의 여인이여, 교회로 돌아오라’에서부터 약간씩 음질이 손상되어 아쉬움을 주는데, 코러스 부분의 음질과 뒷부분의 칼라스의 음정이 자주 끊겨 감상에 방해요소가 된다.
‘1958년 파리 실황’도 들을 만하다. 여기에 담긴 음원은 이미 비디오나 DVD로 선보였기 때문에 비교적 애호가 사이에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음질도 ‘밀라노, 아테네 실황’보다 괜찮은 편이다. 칼라스의 장기였던 벨리니의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과 푸치니의 ‘토스카’ 아리아가 담겨 있어 더욱 각별하다. 특히 뒷부분의 열한 곡을 모두 ‘토스카’로 채우고 있는데, 칼라스의 박진감 넘치는 진면목이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등에 다채롭게 묘사되어 있다.
나머지 세 음반은 끝까지 듣는 데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할 정도로 음질이 좋지 못하다. ‘1958년, 59년 런던 실황’은 테이프 늘어지는 소리와 갖은 잡음으로 인해 칼라스의 파괴력이 다소 둔화되는 느낌이 든다. ‘1957년 달라스 리허설’ 음반도 칼라스와 지휘자 니콜로 레시뇨가 얘기하는 장면이 포착되어 있어 자료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겠으나 감상용으로 추천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음질이 좋지 않다.

테발디파의 집중 공격을 받은 ‘안드레아 셰니에’
리사이틀 음반보다 오페라 전곡 녹음 네 타이틀이 오히려 칼라스라는 한 인간을 더욱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는 듯하다. 1953년 번스타인과 함께 한 공연 실황 케루비니의 ‘메데아’는 비교적 초창기 시절, 즉 살을 빼기 직전의 뚱뚱했던 칼라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녹음이다. 박진감 넘치는 번스타인의 반주가 우선 귀를 사로잡고, 이에 걸맞게 칼라스의 음성도 상당히 풍부하게 들린다. ‘당신은 당신 아이들의 어머니를 보고 있소‘ 등에서 칼라스의 매력적인 어두운 음색이 잘 나타나지만, 상대 배역으로 나오는 테너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해 겉도는 느낌이 든다.
1955년 실황인 벨리니의 ‘몽유병의 여인’도 마찬가지로 번스타인과 함께 한 녹음이다. 한 가지 뜻깊은 것은 이 공연을 통해 칼라스가 라 스칼라에서 처음으로 아미나로 분했다는 점이다. 당시 관객에게 많은 갈채를 받았다고 전해지는데, 그 생생함이 음반을 통해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칼라스의 기교와 연기력이 최상으로 치솟았음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몽유병 장면에서 드러나는 감정 처리도 뛰어나고, 흔들리지 않고 맘껏 내지르는 칼라스의 음정도 나무랄 데 없이 좋다.
안토니오 보토가 반주를 맡은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는 당시 라이벌이었던 테발디의 팬에게 집중 공격을 받았던 사연 깊은 녹음이다. 1955년 당시 ‘안드레아 셰니에’는 테발디의 고유 레퍼토리였다. 그러던 것이 공연을 5일 앞두고 갑작스레 칼라스가 이 곡을 공연한다고 하자 테발디파 사람들이 “칼라스가 테발디의 레퍼토리를 훔쳐갔다”고 비난한 것이다. 사실은 칼라스가 레퍼토리를 바꾼 게 아니라 델 모나코가 바꾼 것이었지만, 아무튼 이로 인해 반대파들은 다시 한번 칼라스의 위대함만 확인하는 꼴이 되었다. 한 번도 공연해보지 않았던 이 곡을 칼라스가 단 5일 만에 마스터해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이 음반에서 칼라스의 음성은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들리며, 성량 또한 폭발적이다. 상대역으로 출연한 델 모나코의 음성도 힘차며, 보토의 반주도 좋은 편이다.
1957년 라이브 공연을 담고 있는 베르디의 ‘가면 무도회’는 우선 화려한 출연진이 주목거리다. 주세페 디 스테파노(리카르도), 에토레 바스티아니니(레나토), 줄리에타 시묘나토(울리카) 등 당대를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펼치는 협연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여기에 가바체니의 반주도 이채로운데, 그는 빠르고 거칠게 몰아치며 시원스레 악단을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보토와 함께 한 1956년 스튜디오 반보다 드라마틱하고 야성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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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 - 필립스 저가 전집

데카, 필립스에서 나온 저가 전집 세트들. 이런 음반을 모으면 쏠쏠하다. 고음악에서 대편성 교향곡, 원전 연주에서 합창곡,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그 면면이 상당히 다양하다.
우선 하이든, 슈베르트, 말러 교향곡이 담긴 필립스의 박스 세 종이 눈길을 끈다. 이 중 프란츠 브뤼헨의 하이든 교향곡집(13CD)은 지난 1988년부터 2000년까지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18세기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것으로, ‘질풍노도’ ‘파리 교향곡’ ‘런던 교향곡’이라는 표제 아래 각각 열아홉 곡, 여섯 곡, 열두 곡의 교향곡과 한 곡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수록하고 있다. 표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각 교향곡은 하이든의 가장 중요한 세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연주의 완성도는 수준급이다. 원전악기 특유의 명쾌함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현대적 감각의 신선함도 잘 살아 있다. 열아홉 곡의 ‘질풍노도 시기’ 교향곡도 뛰어나지만, 여섯 곡의 ‘파리 교향곡’이 특히 듣기 좋다. 순도 높은 완성도는 물론이고 악기 간의 조화와 아기자기한 미감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명연이다. 또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놀람’ ‘군대’ ‘시계’ ‘큰북연타’ 등 ‘런던 교향곡’의 현대적인 감각의 유려한 음색과 발랄하고 상큼한 템포는 듣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네빌 매리너와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의 슈베르트 교향곡 전집(6CD)도 브뤼헨의 음반처럼 알찬 연주가 담겨 있다. 이 전집물의 단적인 특징은 교향곡 작곡가로서 슈베르트의 업적을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알려져 있는 아홉 개의 교향곡은 물론 슈베르트가 교향곡 6번을 끝낸 뒤 몰두한 두 교향곡의 창작 노트(D.615, D708a)를 새롭게 복원해 선보였고, 교향곡 10번의 피아노 스케치도 오케스트레이션을 거쳐 어엿한 교향곡의 모습으로 내놓았다. 또 미완성으로 끝난 교향곡 7번과 8번을 손질해 완전한 모습의 작품으로 선보인 것도 주목할 점이다.
매리너는 모두 브라이언 뉴바울드의 판본을 따르고 있다. 특히 낭만적인 어법과 죽음의 이미지가 강하고, 연주하기가 곤란하다고 알려진 교향곡 10번의 완성본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교향곡 8번, 9번의 연주도 훌륭하다. 격조 높은 앙상블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그려놓은 전체 형상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실내악에서 교향곡, 원전 연주에서 오페라까지

오자와 세이지의 ‘말러 교향곡 전집’(14CD)은 연주 수준이 들쭉날쭉해 초보자에게 추천하기는 껄끄럽다. 수많은 말러 교향곡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1980년대와 90년대 초반에 완성된 오자와의 연주는 다소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말러다운 정열과 탐미적인 낭만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게 가장 큰 흠이다. 그렇지만 악보를 충실히 재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음폭이 균일하고 안정된 음색이 장점이며 오자와는 이를 통해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밝은 울림을 알맞게 이끌어내고 있다.
이 전집에는 ‘대지의 노래’를 제외한 열 곡의 교향곡과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가 담겨 있으며 이 중 1번, 2번, 3번, 7번 교향곡이 들을 만하다. 또 제시 노먼의 엄숙한 목소리가 빛을 발하는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도 좋은 연주에 속한다. 모두 보스턴 심포니와 연주한 녹음.
아슈케나지의 슈만 피아노 독주곡집(7CD)은 저가 전집 박스 세트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슈만의 대표적인 독주곡이 대부분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연주도 아슈케나지의 보편적인 이상이 잘 구현되어 있어 합당한 가격에 좋은 연주라는 아이템과 잘 들어맞는다. 소품 연주보다는 ‘어린이 정경’ ‘카니발’ ‘교향적 연습곡’ 등 대곡의 연주가 더 뛰어나다.
또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연주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외스트만의 모차르트 오페라곡집(10CD)도 인상적이다. 이 박스에는 외스트만이 드로트닝홀름 궁정극장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코지 판 투테’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마술피리’가 담겨 있다. 마니아들에게는 수집 대상으로 알려진 음반이지만, 다소 밋밋한 원전 연주의 실내악적 분위기를 싫어하는 이도 많다. ‘코지 판 투테’를 제외한 작품에 바리톤 하칸 하게고드와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가 공통으로 출연하고 있으며, 두 사람의 미성이 외스트만의 관현악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술피리’에서는 조수미의 ‘밤의 여왕’ 아리아도 들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고음악 팬들이 좋아할 만한 전집물 두 세트도 선보였다. 아카데미 체임버 앙상블의 헨델 실내악 전집(9CD)과 피케트, 룰리, 노링턴의 몬테베르디 작품집(8CD)이 그것이다. 헨델 음반에는 세 곡의 오보에 소나타, 여섯 곡의 리코더 소나타, 아홉 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다섯 곡의 플루트 소나타가 담겨 있으며, 몬테베르디 음반에는 ‘성모 마리아의 저녁 기도’, 오페라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 ‘오르페오’, 발레 음악 ‘새침데기 아가씨들의 춤‘, ‘마드리갈 곡집 4, 5권’ 등이 수록돼 있다. 이 밖에 주빈 메타,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로린 마젤, 안탈 도라티 등의 연주를 모은 R.슈트라우스 교향시(6CD)와 니콜라이 코르니예프가 지휘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체임버 합창단의 러시아 종교 합창곡집(7CD)도 발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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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필하모닉 스페셜 에디션
‘더 말러 브로드캐스츠 1948∼1982’ & ‘번스타인 라이브’

라이브의 참맛을 담은 ‘뉴욕 필하모닉 스페셜 에디션’. 1996년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20세기 뉴욕 필하모닉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그야말로 특별한 음반이다. 사실 이 시리즈의 존재는 이미 국내에 폭넓게 알려져 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직거래 구입을 마다하지 않은 수많은 마니아에 의해 소문이 조금씩 돌기 시작한 것. 특히 이번에 소개된 ‘더 말러 브로드캐스츠 1948∼1982’는 진지한 ‘말러리안’이라면 거의 하나씩 소장하고 있을 만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유명한 음반이다.
1842년에 창단해 올해로 창립 160주년을 맞은 뉴욕 필하모닉은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오케스트라이다. 또 이 악단을 거쳐간 무수한 거장들의 이름을 열거하면 그 자체로 클래식 음악의 연주 역사가 될 만큼 영향력도 드높다. ‘뉴욕 필하모닉 스페셜 에디션’은 이런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비롯된 품목이다. 더불어 1922년부터 악단의 라이브 연주가 라디오 방송에 중계된 영향도 크다(현재도 뉴욕 필하모닉의 실황 연주를 WQXR-FM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음원이 존재하게 됐고, 이와 같은 특별 에디션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음반의 세심한 구성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1차분으로 수입된 두 타이틀 ‘더 말러 브로드캐스츠 1948∼1982’(10CD)와 ‘번스타인 라이브’(10CD)에는 각기 두 권의 두터운 책자가 담겨 있다. 246페이지 분량의 책자에는 연주가, 작곡가, 곡목 해설, 사진, 인터뷰 자료 등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누구라도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말러에게 조련된 세계 최고의 말러 오케스트라 말러 음반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1948년에서 1982년 사이에 방송된 연주를 모아 전집 형태로 구성한 것이다. 큰 줄기는 ‘말러에게 조련된 세계 최고의 말러 오케스트라’이다. 곧 1908년 말러가 악단을 맡은 후 뉴욕 필하모닉이 말러 교향곡에 관한 한 최고의 악단임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게 골자다. 사실 뉴욕 필하모닉이 말러 교향곡 해석에 끼친 영향은 말 그대로 지대하다. 이는 음반에 수록된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증명 가능하다. 바비롤리(1번, 9번·1959, 1962), 메타(2번·1982), 불레즈(3번·1976), 솔티(4번·1962), 텐슈테트(5번·1980), 미트로풀로스(6번, 10번·1955, 1959), 쿠벨릭(7번·1981), 스토코프스키(8번·1950), 발터(대지의 노래·1948), 피셔 디스카우(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1964) 등 하나같이 말러 해석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들의 연주가 담겨 있다. 굳이 이 사람들의 연주를 왈가왈부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고른 완성도를 갖춘 최상의 해석을 들려주고 있다.
‘번스타인 라이브’는 뉴욕 필하모닉의 황금기를 연출한 번스타인의 업적을 기린 것이다. 1958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1969년 사임하기까지 번스타인은 이 악단과 함께 생애 최전성기를 보냈다. 음반에는 1958년에서 1977년까지의 연주가 담겨 있으며 여기에는 모두 번스타인 나름의 보편적인 개성이 표출되어 있다. 특히 수많은 현대음악 음원을 복원해 번스타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케 한 점이 높이 살 만하다. 번스타인의 해설과 함께 수록된 코플랜드, 크세나키스, 브란트, 불레즈, 케이지의 작품을 비롯해 브리튼, 바레즈, 루글레스, 아이브스, 헨체 등의 곡이 세련된 모습으로 해석되어 있다. 그리고 베르만(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뒤 프레(슈만 첼로 협주곡), 켐프(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아슈케나지(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등과 함께 한 연주와 독특한 브루크너 교향곡 6번, 스트라빈스키의 ‘나이팅게일의 노래’ 등이 담겨 있다. 모두 디지털로 리마스터링되어 비교적 음질이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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