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릴리언트 클래식스
브릴리언트 클래식스
Brilliant
시샵뮤직
11CD(수입)
양질의 연주를 가장 싼 가격에 제공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는 브릴리언트 클래식스는 기존 저가 음반의 대명사였던 낙소스나 아르테 노바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 낙소스와 아르테 노바가 낱장 위주의 발매 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브릴리언트 클래식스는 전집물 중심으로 음반을 내놓고 있다. 이 정책이 바로 브릴리언트 클래식스의 인기 비결인데, 이 레이블에서 꾸준히 내놓고 있는 이 박스물은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신뢰할 만한 것이어서 해외에서 여러 번 호평받았다.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멘델스존, 말러,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은 물론 160CD로 구성된 ‘바흐 에디션’, 170CD로 완성될 ‘모차르트 에디션’, 슈베르트 가곡집, 바그너의 오페라 등 웬만한 레퍼토리는 모두 갖추고 있어 저가 레이블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레이블에서 이처럼 다양한 전집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해답은 바로 라이선스 음반 발매에 있다. 브릴리언트 클래식스의 음원은 대부분 다른 음반사의 것이다. 브릴리언트 클래식스는 이 음원을 사들여 싼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는다. 여기에는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연주와 이미 폐반된 음반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고, 더불어 원래 레이블로 시중에 팔리고 있는 음반도 상당수 발견된다.

바르샤이의 열정과 세밀한 성찰이 담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집은 브릴리언트 레이블에서 단연 돋보이는 타이틀이다. 루돌프 바르샤이와 WDR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지난 1994년부터 2000년에 걸쳐 완성한 이 전집은 이례적으로 다른 음반사의 음원이 아니라 자체 기획으로 제작된 앨범이다.
완성도 높은 연주도 주목할 만하다. 작곡가와 친분이 두터워 교향곡 14번을 초연하기도 했던 바르샤이는 단 한 곡도 겉치레로 꾸미지 않는다. 옹골차게 텍스처와 프레이징을 이끌어가는 1번과 목관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강렬한 음을 펼친 8번, 역사의 아이러니와 비극을 뛰어나게 표현한 솔리스트 알라 시모니와 블라디미르 바네예프의 활약이 돋보이는 14번, 웅장한 피날레가 마음을 사로잡는 15번은 그야말로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연주이다.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11번과 강인함보다는 고귀함을 강조한 5번, 열정을 아름답게 채색해놓은 6번 등도 놓치기에는 아까운 연주이다.
모든 연주에는 이처럼 바르샤이의 열정적이면서도 세밀한 성찰이 깃들여 있다. 마치 작곡가의 내면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인간적이다. 5만원 정도로 이만큼 뛰어난 전집을 얻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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