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말러 브로드캐스츠 1948∼1982’ & ‘번스타인 라이브’
라이브의 참맛을 담은 ‘뉴욕 필하모닉 스페셜 에디션’. 1996년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이 시리즈는 20세기 뉴욕 필하모닉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그야말로 특별한 음반이다. 사실 이 시리즈의 존재는 이미 국내에 폭넓게 알려져 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직거래 구입을 마다하지 않은 수많은 마니아에 의해 소문이 조금씩 돌기 시작한 것. 특히 이번에 소개된 ‘더 말러 브로드캐스츠 1948∼1982’는 진지한 ‘말러리안’이라면 거의 하나씩 소장하고 있을 만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유명한 음반이다. 1842년에 창단해 올해로 창립 160주년을 맞은 뉴욕 필하모닉은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오케스트라이다. 또 이 악단을 거쳐간 무수한 거장들의 이름을 열거하면 그 자체로 클래식 음악의 연주 역사가 될 만큼 영향력도 드높다. ‘뉴욕 필하모닉 스페셜 에디션’은 이런 오랜 역사와 전통에서 비롯된 품목이다. 더불어 1922년부터 악단의 라이브 연주가 라디오 방송에 중계된 영향도 크다(현재도 뉴욕 필하모닉의 실황 연주를 WQXR-FM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음원이 존재하게 됐고, 이와 같은 특별 에디션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음반의 세심한 구성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1차분으로 수입된 두 타이틀 ‘더 말러 브로드캐스츠 1948∼1982’(10CD)와 ‘번스타인 라이브’(10CD)에는 각기 두 권의 두터운 책자가 담겨 있다. 246페이지 분량의 책자에는 연주가, 작곡가, 곡목 해설, 사진, 인터뷰 자료 등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누구라도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말러에게 조련된 세계 최고의 말러 오케스트라 말러 음반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1948년에서 1982년 사이에 방송된 연주를 모아 전집 형태로 구성한 것이다. 큰 줄기는 ‘말러에게 조련된 세계 최고의 말러 오케스트라’이다. 곧 1908년 말러가 악단을 맡은 후 뉴욕 필하모닉이 말러 교향곡에 관한 한 최고의 악단임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게 골자다. 사실 뉴욕 필하모닉이 말러 교향곡 해석에 끼친 영향은 말 그대로 지대하다. 이는 음반에 수록된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증명 가능하다. 바비롤리(1번, 9번·1959, 1962), 메타(2번·1982), 불레즈(3번·1976), 솔티(4번·1962), 텐슈테트(5번·1980), 미트로풀로스(6번, 10번·1955, 1959), 쿠벨릭(7번·1981), 스토코프스키(8번·1950), 발터(대지의 노래·1948), 피셔 디스카우(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1964) 등 하나같이 말러 해석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들의 연주가 담겨 있다. 굳이 이 사람들의 연주를 왈가왈부하지 않아도 될 만큼 고른 완성도를 갖춘 최상의 해석을 들려주고 있다. ‘번스타인 라이브’는 뉴욕 필하모닉의 황금기를 연출한 번스타인의 업적을 기린 것이다. 1958년 음악감독으로 취임해 1969년 사임하기까지 번스타인은 이 악단과 함께 생애 최전성기를 보냈다. 음반에는 1958년에서 1977년까지의 연주가 담겨 있으며 여기에는 모두 번스타인 나름의 보편적인 개성이 표출되어 있다. 특히 수많은 현대음악 음원을 복원해 번스타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가능케 한 점이 높이 살 만하다. 번스타인의 해설과 함께 수록된 코플랜드, 크세나키스, 브란트, 불레즈, 케이지의 작품을 비롯해 브리튼, 바레즈, 루글레스, 아이브스, 헨체 등의 곡이 세련된 모습으로 해석되어 있다. 그리고 베르만(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뒤 프레(슈만 첼로 협주곡), 켐프(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아슈케나지(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등과 함께 한 연주와 독특한 브루크너 교향곡 6번, 스트라빈스키의 ‘나이팅게일의 노래’ 등이 담겨 있다. 모두 디지털로 리마스터링되어 비교적 음질이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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