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ko Goykovich - Samba Do Mar
Dusko Goykovich (두스코 고이코비치) 연주 / 굿인터내셔널 / 200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스코 고이코비치는 마일스 데이비스를 연상시키는 트럼펫 연주로 유럽 무대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정통 비밥에서부터 자신의 조국인 보스니아가 속한 발칸 반도의 음악까지 다재다능한 음악을 들려주었다. 이번에 선보인 음반은 라틴 아메리카의 음악. 카를로스 조빔과 빌라 로보스의 음악을 비롯해 자신의 자작곡을 보사노바와 삼바로 편곡해 들려준다. 그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평가받는 산뜻한 멜로디의 발라드 연주가 주로 연주되며, 특유의 외형적인 스타일이 잘 표출되어 있다. 헝가리 출신의 집시 기타리스트 페렝크 스네트 베르거의 연주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음반이다. 동유럽적인 삼바나 보사노바가 아닌 그냥 똑같이 재생된 보편적인 라틴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려라, 아비
김애란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의 소설은 새롭지는 않다. 모두가 지적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이야기는 이미 수많은 작가들이 쓴 바 있고, 현대 도시인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 자신의 모호함에 관한 이야기도 역시 이미 많은 작가들이 서술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의 문체는 새롭다. 이 문체로 새롭게 써내려간 소설은 상당히 신선해 보인다. 그녀만의 상상력이 개입되어 있어 호소력이 있고, 감동도 안겨준다. 그러나 이야기의 구성 방식, 접근 방식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에 그의 앞으로의 행보를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

그는 작가 후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설을 쓰는 데 배움이나 경험이 반드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경험은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이번 단편집에 묶인 배경과 인물 설정이 하나같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가 새로운 것을 접하면 세상은 좀 더 다르게 보일 것이고, 그 다른 면을 또 소설로 이어나갈 것이다. 그 소설들이 기다려진다. 좀 더 깊이 있게, 좀 더 새로운 성찰이 돋보이는 소설들이 그의 손 아래에서 나왔으면 좋겠다.

나와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숨이 막히기도 했고, 우습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다. 좋은 작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속죄
이언 매큐언 지음, 한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엔 지루했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 게다가 처음엔 진도가 거의 나가지 않았었다. 이러다간 또 읽다 그만두겠는걸. 헛기침을 한번 하고 그래도 읽어나갔다. 그러면서 차츰 소설에 빠져들었다. 지하철에서도 읽고, 잠자기 전에도 읽고, 화장실에서도 읽고, 직장에서 몰래 일하다가 읽고, 시간만 나면 읽고... 그러다가 이제 곧 끝이네, 아까워라, 천천히 읽어야지 하다가 단숨에 끝까지 읽고 말았다.

재미있었다.  가끔 눈물도 났다. 숨도 막혔다. 손에 땀도 배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도 많았다.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서, 전쟁에 대해서, 또 다른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브리오니는 과연 속죄를 했을까? 두 남녀의 비참한 운명과는 다르게 브리오니의 속죄는 너무 더디게, 또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속죄란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미 운명은 개인이 속죄하기엔 너무 깊고, 너무 멀게 가버렸다. 시대가 개입하고, 자본이 끼어들고, 또 여러 사람들이 걸림돌이 되었다. 그것이 아마 이 세상에서 사는 법칙일 것이다. 브리오니는 끝내 자신의 상상력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또 그 상상력으로 속죄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 방법이란 것,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일 듯하다.

이 소설은 묘사가 굉장히 치밀하다. 그래서 약간 지루한 면이 있다. 또 그래서 초반 장면을 읽기가 힘들다. 하루 사이에 일어난 일이 거의 소설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읽다보면 어느새 그 묘사에 휘둘리게 되고, 자신이 사건에 개입하는 느낌이 든다. 곧 작가가 치밀하게 묘사해놓은 행간의 의미는 두고 두고 되새김질할 만하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빛을 발한다.

작가는 중간 중간에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에 대해 조금씩 언급을 하며 소설을 전개한다. 그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고, 나중에는 그것 때문에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현대적인 면보다는 예전 자연주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접한 건 행운이었다. 그동안 찾고 있었던 멸망 스토리. 이제 그때가 멀지 않았다, 고 느꼈다.

이스터 섬이 있다. 서양 사람들이 이 섬을 최초로 발견했을 때, 이 섬엔 거대한 석상이 있었다. 그 거대한 석상을 보고 사람들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도대체 이것을 누가, 왜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 뒤로 갖가지 설이 난무했다. 세계의 미스터리를 다루는 책에는 꼭 이 섬의 거상들이 담겼었다. 누구는 우주인이 내려와서 만들고 갔다고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섬의 사람들이 스스로 멸망했다고 말한다. 그 뒤엔 이 거대한 석상이 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배계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석상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때 풍요로웠던 섬은 서로 먹고, 할퀴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풍부했던 나무가 잘렸고, 농지가 줄어들었다. 인구는 많아지고, 지배계급들은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했다. 전쟁이 일어났고, 식량이 부족해 식인풍습도 생겼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계속 나무를 베어냈고, 나무는 더 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석상만 남긴 채 사람들은 사라져갔다.

참 단순한 정리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수세기가 걸렸다. 아마 우리의 후대의 현실도 이러지 않을까 싶다. 책에는 이스터 섬뿐만 아니라 마야 문명, 아나사지 유적, 현대의 소말리아, 르완다, 중국, 오스트레일리아의 붕괴 과정도 담겨 있다. 이것들을 읽고 있으면 그냥 소림끼친다.

그러나 책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멸망 스토리만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책을 읽은 뒤부터 휴지 한 장, 물 한 방울 쓰는 게 두려워지기도 했다. 개인의 힘, 또 옆 사람의 힘, 그리고 모든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6년 벽두. 처음으로 읽은 책이 <카스테라>라니...

여름 지나고 가을쯤에 읽었다면 더 즐겁지 않았을까?

새해가 오면 직장인은 더 잘살기 위해, 더 실적을 쌓기 위해 뭔가를 결심하고, 실천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결심을 실실 웃으며 철회하게 된다.

모르고 있었던가?

삶은 늘 그랬듯이 계획과는 상관없이 똑같이 무료하게 아니면 좋지 않게 진행되지 않던가?

세계는 그런 것이다.

이렇게 살다 죽으리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척하며 사는 게 아닌가?

음, 그렇지, 그렇구말고.

이것이 진실이다.

알고 있었다. 그의 소설이 이렇다는 걸.

 

대부분은 좋았으나, 두 편은 정말 무료했다.

그가 소설에서 주장하는 바대로 세상을 응시하면서 살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