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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접한 건 행운이었다. 그동안 찾고 있었던 멸망 스토리. 이제 그때가 멀지 않았다, 고 느꼈다.
이스터 섬이 있다. 서양 사람들이 이 섬을 최초로 발견했을 때, 이 섬엔 거대한 석상이 있었다. 그 거대한 석상을 보고 사람들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도대체 이것을 누가, 왜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 뒤로 갖가지 설이 난무했다. 세계의 미스터리를 다루는 책에는 꼭 이 섬의 거상들이 담겼었다. 누구는 우주인이 내려와서 만들고 갔다고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섬의 사람들이 스스로 멸망했다고 말한다. 그 뒤엔 이 거대한 석상이 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배계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석상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때 풍요로웠던 섬은 서로 먹고, 할퀴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풍부했던 나무가 잘렸고, 농지가 줄어들었다. 인구는 많아지고, 지배계급들은 자신의 이익에만 급급했다. 전쟁이 일어났고, 식량이 부족해 식인풍습도 생겼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계속 나무를 베어냈고, 나무는 더 자라지 않았다. 그리고 석상만 남긴 채 사람들은 사라져갔다.
참 단순한 정리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수세기가 걸렸다. 아마 우리의 후대의 현실도 이러지 않을까 싶다. 책에는 이스터 섬뿐만 아니라 마야 문명, 아나사지 유적, 현대의 소말리아, 르완다, 중국, 오스트레일리아의 붕괴 과정도 담겨 있다. 이것들을 읽고 있으면 그냥 소림끼친다.
그러나 책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멸망 스토리만 담고 있는 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책을 읽은 뒤부터 휴지 한 장, 물 한 방울 쓰는 게 두려워지기도 했다. 개인의 힘, 또 옆 사람의 힘, 그리고 모든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