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노래 - 러시아 음유시가 베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아울로스(Aulos Media)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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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에서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바르듸 음악은 1차 세계대전 이후에 탄생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포크 계열의 음악인 이 장르는 우리로 치면 민중가요 형식이라 할 만하다. 주로 대학생층에서 생겨나서 서정적인 주제부터 사회성 짙은 내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현재는 직업 가수보다는 아마추어이면서도 노래에 뛰어난 재질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이 계열의 음악을 부르고 있다.

본 음반은 러시아 음유시가를 만든 불라트 아꾸드좌바를 비롯해 바르듸 음악의 1세대인 율리 김, 유리 비즈보르, 블라지미르 브이쏘츠키 등의 선배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후배 가수들이 모여 부른 음반이다. 이들은 10년 내지 20년 동안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중창, 1970년대 전후의 포크 계열의 곡, 또 낭만적인 느낌이 표현된 곡이라는 선정기준을 정하고 열아홉 곡을 선곡해 수록했다. 그래서인지 음반에 수록된 노래는 바르듸 음악의 진수라 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특히 ‘그루지야 노래’, ‘그대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 ‘사랑스런 여인’, ‘흑해’ 등이 인상적이다.

음반에 참여한 가수들은 앞서 말했듯이 전문 가수가 아니라 수학자, 지리학자, 연출가, 경제학자 등의 직업을 가진 아마추어들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노래 실력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이들은 러시아의 서정과 낭만을 한껏 부드러운 선율로 뛰어나게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음반은 러시아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1999년에는 쟁쟁한 대중가요 가수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고, 현재도 극심한 경제파탄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장르를 그들 자신이 지키고 가꾼다는 자부심이 묻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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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an Kupala - Kostroma
이반 꾸빨라 노래 / 아울로스(Aulos Media)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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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3인조 그룹 이반 꾸빨라의 음반 ‘꼬스뜨로마’는 음반사의 소개 문구대로 굉장히 신선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음악 스타일이 신선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들의 뛰어난 점은 음악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점점 확장시키고, 그것을 자신의 개성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음악 전반에 깔려 있는 것은 물론 러시아의 민요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이 독특한 그룹은 영미권의 다양한 팝 장르를 뒤섞었다. 언뜻 정체불명의 음악이 탄생되는 것 같지만, 막상 들어보면 러시아의 선율이 곧이곧대로 살아 있으면서,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귀에 익은 팝 리듬이 흘러나온다. 물론 이런 시도는 전에도 있었고, 현재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 나라에서 많이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대개 이와 같은 음악들은 팝 음악에 무게중심을 두어서 전통과 현대 모두를 살리지 못한 어정쩡한 음악으로 변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와는 다르게 이반 꾸빨라는 철저히 민속음악에 초점을 맞춰 보컬과 내용을 전개시키고, 여기에 팝의 리듬을 첨가해 자신들의 개성을 살린다. 때문에 팝, 록, 발라드, 댄스 음악 등이 쉼없이 흐르지만, 그 기조에는 러시아 민속음악이 단단하게 도사리고 있다. 또 러시아 여러 지방의 민요 앙상블이 적극 참여해서인지 민속음악 특유의 민중성이 음악 곳곳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이 음반은 1999년에 제작되었으며, 매년 러시아에서 분야별 최고 가수에게 수여하는 아바찌야 상을 수상했다. 이반 꾸빨라는 에스닉 퓨전 밴드 딥 포리스트에게 영감을 받아 결성해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은 물론 러시아의 민속음악으로 온갖 작업을 하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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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k Music of the World - 세계의 민속음악
Various Artists 노래 / 씨앤엘뮤직 (C&L)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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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접어들어 국내에는 월드 뮤직이라는 장르가 급속도로 확장됐다. 그렇지만 현재는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상태다. 여전히 월드 뮤직은 영미권의 팝 음악, 클래식, 가요에 밀려 뒷전에 처져 있다. 이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입에 불어 닥친 월드 뮤직 물결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음악계의 잘못이 크다. 음반업계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같은 유명 연주가들에게만 초점을 맞춰 음반을 양산했고, 출판업계는 대중의 요구를 받아 안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흐름을 놓치고 말았다. 이는 한때 음반업계의 불황을 뚫을 유일한 탈출구라고 추켜세우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순적인 처사였다.

그렇지만 지금도 월드 뮤직 음반은 국내에 존재해 있다. 문제는 이것이 수입 음반이라는 점이다. 곧 대중은 알고 싶어도 제대로 된 해설이 없는, 또는 알아보기가 무척 어려운 음반이라는 점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해왔다. 또 음반업계가 듣기 편하고, 선율이 익숙한 월드 뮤직만을 라이선스로 제작해 선보였다는 것도 문제다. 이 음반에는 비교적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지만 월드 뮤직이라는 이름만 그럴싸하게 달고 있는 사이비 음반과도 같은 것이었다(물론 좋은 음반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 많은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듣기 편한 음악에만 매달리는 것은 자신의 발목을 스스로 잡은 거나 마찬가지다. 스스로 선을 그어버리고, 이것은 팔리지 않을 것이니 묶어놓고, 이것은 잘 팔릴 것이니 푼다는 식은 음반계의 불황을 더욱 부채질하는 행동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엔엘 뮤직이 과감히 선보인 ‘세계의 민속 음악’(모두 ARC 음원)의 발매가 반갑기 그지없다. 네 장의 CD에는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음악이 견실하게 수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반에 소책자를 방불케 하는 두터운 해설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수록곡 해설은 물론 각 대륙의 음악적 특징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해설지에는 국내 최초의 월드 뮤직 서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너무 현학적이어서 다소 어렵다는 점과 비문을 좀더 다듬어 부드럽게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첫 번째 음반에는 유럽 각 지역의 민속 음악이 담겨 있다. 아일랜드 유일리안 파이프와 피들,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연주 등 캘틱 지역의 청아한 음악이 첫 장을 장식하고 있고 다음으로는 스페인의 플라멩코와 포르투갈의 파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음악들은 비교적 우리의 귀에도 친숙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월드 뮤직이라는 장르를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그리스의 시르타키 춤고, 렘베티카 가창, 러시아 발랄라이카 연주, 백러시아 민속 춤곡, 우크라이나, 폴란드, 아르메니아의 춤곡에 이어 집시의 멜로디가 흐른다. 모두 각기 다른 민족과 국가의 음악이지만 이어서 듣다보면 모두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월드 뮤직의 원천인 아프리카와 신흥 강국 중동의 음악을 담은 두 번째 CD도 풍성하긴 마찬가지다. 앞에는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음악이 담겨 있고 그밖에는 이집트, 모로코, 케냐, 샤카 줄루의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또 아시아의 음악을 담은 세 번째 CD와 아메리카의 노래를 담은 네 번째 CD도 월드 뮤직의 향연을 느끼기에 충분한 음원들로 채워져 있다. 각 지역과 대륙의 특색을 조명하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긴 하지만 모처럼 시도된 옹골찬 음반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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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ne Hockley, Taryn Fiebig - Thyme & Roses
타린 피비그 & 제인 호클리 노래.연주 / 드림비트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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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민요는 이미 세계화가 진행되어 현재는 어느 나라 사람이라도 자유롭게 부르고 있다.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하피스트와 소프라노가 아일랜드의 노래 모음집을 선보였다고 해서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타임과 장미’(Thyme & Rose)라는 이름이 붙은 이 음반에는 아일랜드 특유의 차갑고 고혹한 분위기가 잘 표출되어 있다. 특히 하프가 반주 악기로 쓰여서인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를테면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아, 나의 사랑은 붉고, 붉은 장미와 같네’라든지, ‘내게도 사랑이 있었지만’, ‘갈래요, 아가씨, 우리 가죠’와 같은 노래에서 풋풋하고 애절한 감정이 아름다운 선율에 잘 깃들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내게도 사랑이 있었지만’, ‘강이 넓어서’, ‘내가 사랑하는 이의 머리카락은 검은색’, ‘맑은 하늘의 종달새’와 같은 노래에서도 어김없이 환상적인 사랑의 속삭임이 아름다운 선율에 묘사되어 있다.

음반의 두 주인공은 우리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연주가들이지만 연주력만큼은 남달라 보인다. 하피스트 제인 호클리는 1975년부터 하프를 연주하기 시작해 뮤지컬, 클래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닦은 연주가이고, 소프라노 타린 파이빅은 마그네틱 픽, 블랙 스완 시어터 컴퍼니 등과 같은 현대음악 그룹에 주로 몸담아온 연주가이다.

두 연주가를 중심으로 첼로, 만돌린의 반주가 첨가된 노래는 늦은 여름과 초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꾸며줄 게 분명하다. 조금씩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즈음 이 노래들을 듣고 있으면 야릇한 정감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북받쳐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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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천운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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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판에서 '웰 메이드' 영화라는 단어가 쓰인다. 잘은 만들었으나 내용은 별로인 영화. 천운영의 소설을 읽으면서 난데없이 그런 단어가 떠올랐다. 문장도 훌륭하고, 구성과 줄거리도 나름대로 괜찮으나 내용면에서는 아쉬운 소설.

이 소설집을 모두 읽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도 이 소설집에는 아쉬운 면이 많았다. 그것은 죽음에 대한 작가의 생각 때문이었다. 책 뒤에서 김동식은 이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죽음에 대해 "생명의 근원에 다가가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라고 해놓았다. 과연 그럴까, 하고 또다시 생각해봤지만 그 논의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비주류들(패배자, 가난한 자, 상처가 많은 사람 등등)이다.  그리고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가족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소설 말미에서 자살을 하거나, 살인을 하거나, 죽음을 묵인한다. 왜 그래야만 할까? 왜 그녀는 소설 속에서 그렇게 죽음을 많이 묘사할까? 어떤 면에서 보면 지극히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대부분 그들은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죽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지도 모르나 대부분 그들은 죽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죽이고 만다.

내가 그녀의 소설을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많은 죽음이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이 죽으면서까지 이루려 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왜 작가는 그들을 죽이면서 자신의 소설을 완성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런 궁금증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몇 몇 주인공들은 이유 없이 가족들에게 버림 받는다. 다른 자녀들은 부모의 밑에서 잘 자라나, 주인공은 다른 곳에 맡겨지고, 결국에는 버림을 받는다.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인공의 상처가 소설의 큰 줄기를 이룬다. 그리고 난데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식이다.

너무 쉽게 죽음이 난무하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까웠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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