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k Music of the World - 세계의 민속음악
Various Artists 노래 / 씨앤엘뮤직 (C&L)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2000년대에 접어들어 국내에는 월드 뮤직이라는 장르가 급속도로 확장됐다. 그렇지만 현재는 더 이상 늘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상태다. 여전히 월드 뮤직은 영미권의 팝 음악, 클래식, 가요에 밀려 뒷전에 처져 있다. 이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입에 불어 닥친 월드 뮤직 물결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 음악계의 잘못이 크다. 음반업계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같은 유명 연주가들에게만 초점을 맞춰 음반을 양산했고, 출판업계는 대중의 요구를 받아 안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흐름을 놓치고 말았다. 이는 한때 음반업계의 불황을 뚫을 유일한 탈출구라고 추켜세우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모순적인 처사였다.

그렇지만 지금도 월드 뮤직 음반은 국내에 존재해 있다. 문제는 이것이 수입 음반이라는 점이다. 곧 대중은 알고 싶어도 제대로 된 해설이 없는, 또는 알아보기가 무척 어려운 음반이라는 점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해왔다. 또 음반업계가 듣기 편하고, 선율이 익숙한 월드 뮤직만을 라이선스로 제작해 선보였다는 것도 문제다. 이 음반에는 비교적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지만 월드 뮤직이라는 이름만 그럴싸하게 달고 있는 사이비 음반과도 같은 것이었다(물론 좋은 음반도 상당히 많이 나왔다). 많은 카탈로그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듣기 편한 음악에만 매달리는 것은 자신의 발목을 스스로 잡은 거나 마찬가지다. 스스로 선을 그어버리고, 이것은 팔리지 않을 것이니 묶어놓고, 이것은 잘 팔릴 것이니 푼다는 식은 음반계의 불황을 더욱 부채질하는 행동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엔엘 뮤직이 과감히 선보인 ‘세계의 민속 음악’(모두 ARC 음원)의 발매가 반갑기 그지없다. 네 장의 CD에는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음악이 견실하게 수록되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반에 소책자를 방불케 하는 두터운 해설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수록곡 해설은 물론 각 대륙의 음악적 특징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해설지에는 국내 최초의 월드 뮤직 서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너무 현학적이어서 다소 어렵다는 점과 비문을 좀더 다듬어 부드럽게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첫 번째 음반에는 유럽 각 지역의 민속 음악이 담겨 있다. 아일랜드 유일리안 파이프와 피들,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연주 등 캘틱 지역의 청아한 음악이 첫 장을 장식하고 있고 다음으로는 스페인의 플라멩코와 포르투갈의 파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음악들은 비교적 우리의 귀에도 친숙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월드 뮤직이라는 장르를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그리스의 시르타키 춤고, 렘베티카 가창, 러시아 발랄라이카 연주, 백러시아 민속 춤곡, 우크라이나, 폴란드, 아르메니아의 춤곡에 이어 집시의 멜로디가 흐른다. 모두 각기 다른 민족과 국가의 음악이지만 이어서 듣다보면 모두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금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월드 뮤직의 원천인 아프리카와 신흥 강국 중동의 음악을 담은 두 번째 CD도 풍성하긴 마찬가지다. 앞에는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음악이 담겨 있고 그밖에는 이집트, 모로코, 케냐, 샤카 줄루의 음악으로 채워져 있다. 또 아시아의 음악을 담은 세 번째 CD와 아메리카의 노래를 담은 네 번째 CD도 월드 뮤직의 향연을 느끼기에 충분한 음원들로 채워져 있다. 각 지역과 대륙의 특색을 조명하기에는 너무 적은 양이긴 하지만 모처럼 시도된 옹골찬 음반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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