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육 - 예일대 출신 김기영 교수의 교육 담론
김기영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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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의 직장 생활은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모두가 과도한 업무 강도와 심한 압박에서 일했던 시절인데다, 일 욕심까지 많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가 감당하기 힘든 것인지조차 모르고 살았었다. 어쩌면 학창 시절, 책상에 오래 앉아있던 생활의 연속성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불행했느냐? 아니었다. 힘든 만큼 눈물바람인 날도 많았으나,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나'가 있었다. 특출난 재능, 탁월한 마케팅 감각, 뛰어난 세상을 읽는 센스는 없었으나, 그저 엉덩이 무겁게 앉아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수많은 소시민 중 하나로 살면서 그래도 늘 행복했다.

아이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다. 참 열심히 부모 노릇을 하려 했다. 현재 청년들의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아이를 키울 조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세대는 위 세대가 한 것처럼 '당연한 일'로 여기고 아이를 낳아 키웠다.

일과 육아가 한 개인에게, 그것도 여자에게 한꺼번에 주어졌을 때 해 내야 할 일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선택하라고 해도 나는 둘 다 선택할 것 같다. 그리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또다시 그 힘든 가시밭길을 기꺼이 헤쳐나갈 것이다.

사회인으로서 30년 가까이 살면서 그저 노동의 대가로 돈만 번 것이 아니다. 어쩌면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일지 몰라도 그 속에서 내가 느끼고 얻은 수많은 경험들이 있었다. 그 경험을 나만 가지고 있었다면, 내 인생은 죽음과 더불어 사장되었을 것이다. 아이를 키웠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 얻은 나의 경험과 인사이트들이 나의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전달될 수 있었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할 때는, 한국 그 너머가 궁금했다.

내가 방법론을 따르며 일을 할 때, 누가 이 방법론을 만들었는지가 궁금했다. 학창 시절 영어는 그저 대학을 가기 위한 주요 과목 중 하나였으나, 실무에서 영어란,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사회, 국민을 이해하는 창문이었다.

해외에서 공부한 덕에 주입식 교육을 받지 않고 자란 사람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보고 있자니, 나와 결이 많이 비슷했다.

지금은 국내/해외 10대 기업이니 해도, 10년만 지나도 새로운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며 국내 경쟁이 치열하다 해도 글로벌 경쟁에 비할 바 못 되는구나를 젊은 나이에 저절로 깨달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일을 하는 동안 좋은 직장, 더 나은 직급과 직책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며 대부분 꿈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많은 부모들이 지금 당장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과, 내가 사회에서 일하며 바라본 인재상은 차이가 상당히 큰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고등학생 때까지 배우는 것들은 대학에서 수학하기 위한 기초이기 때문에 '기초를 단단히 다지는 공부'를 해 두어야 더 큰 공부를 할 때 도움이 되겠구나 여겼고, 진짜 학문은 석박사에 가서 나 할 수 있겠구나를 세월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현재 인기 대학, 인기학과도 크게 의미가 없었다. 이 아이들이 졸업하고 사회에서 토대를 다진 후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떨치기 시작할 무렵이면 또 세상이 달라져 있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사회적 인기를 따라가기보다는 아이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일을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여겼다.

일을 했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 육아에 하나씩 접목되었다. 거기에 큰 도움을 준 것이 독서이다. 책에서는 내가 미쳐 깨닫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내가 가진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역사, 인문학, 예술, 그 어떤 책을 읽어도 세상을 읽게 되는 힘을 길러 주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 조금 다르게 키웠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정직하게 키웠다. 더 쉬운 길이 있어도 정면돌파 방식으로 키운 것이다. 그 사이에서 하는 모든 시행착오는 아이가 단단하게 자랄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어떤 미래가 올지는 몰라도 '한계'를 넘은 '어떤 곳'으로 향해갔다.

너무도 다르게 키웠기 때문에, 단 한 명도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다만 과정이 행복했기에 불안해도 괜찮았다. 명문대, 좋은 학과 입학을 종착점으로 여기지 않았고, 그저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거기서 전문성을 키우며 살면 행복한 삶이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다행히도 결과가 좋아서 아이가 미국에서도 합격하기 어렵다는 명문대에 입학해서 꿈을 찾아가고 있다.

이렇게 길게 나의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 책은 여느 육아/교육책이라고 보기 어려워서다.

대부분 육아/교육책은 '아이는 이렇게 키워야 한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부모 한둘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때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 선배 부모들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된다.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 해도 나의 태도에 좀 더 다양성을 부여한다. 다만, 내가 가지려 했던 '미래를 바라보는 눈'은 거기에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 내가 사회생활한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나의 생각과 많이 일치했다. 아마 저자가 나의 지인이었다면, 큰 위로와 용기를 받아 가며 아이를 키웠을 것이다.

이 책대로 키운 아이가 어쩌면 나의 아들일 수도 있겠다 싶다. 얼마 전 낸 내 책의 경우가, 저자가 좀 더 넓게 보고 아이를 키우라는 방법대로 나 자신을 변화시켜가며 아이를 키운 실천 책 같다.


<자기주도로 스탠퍼드가는 아이 키우기> : 네이버블로그


저자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뉴욕대 금융학 학사, 컬럼비아 응용통계학 석사, 예일대 MBA을 거쳐 글로벌 컨설팅 회사 및 국내 대기업 자문 심사, 벤처 투자자 그리고 국대 겸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저자의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세상을 보는 눈도 넓을 것이다. 그런 저자의 눈에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부모들에게, 지금 당장 성적에서 벗어나 숨을 고른 다음 더 곳을 한번 쳐다보라는 말을 하고 있다.

책에서 전하는 여러 메시지들을 살펴보자.

먼저 <6장 새로운 학교도 고민해 보자>부터 논하고 싶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한계를 언급하고 외국인학교, 국제학교, 대한학교, 홈스쿨링, 미국 유학을 언급한다. 한때 초등학생 단기 유학이 유행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대치동의 유명한 어떤 초등학교는 고학년이 될수록 학생 수가 줄어드는 기현상까지 있었다. 그러다 효과가 떨어지는 분위기 때문에 그 수요가 확 줄었다. 저자는 유학도 긍정적으로 고민해 보라고 말한다.

단순히 영어를 잘하게 해야겠다, 남들이 가니 보내야겠다는 거품이 빠져들고 나서 이후, 지금까지 조용히 저 길을 선택하는 엄마들은 남다른 분들이 많았다. 아이의 기질을 먼저 살피고 큰 그림을 그리며 한국의 공교육을 벗어나게 한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아이와 함께 있어도 독립심을 키울 수 있었으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아이의 의존성만 키우는 시스템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도 직장 때문에 사실상 아이와 떨어져 지냈고, 중고등학생 때 멀러 보냈기 때문에, 아이는 충분히 생각하고 실수할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시간이 주어져야 자신의 속도에 맞춰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아니겠지만, 자라면서 부모와 자식이 물리적으로 떨어져지는 것 자체가 아이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

1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운동'이다. 나도 운동을 워낙 못했고 나이가 들고 나서야 아이 덕분에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해 보니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운동을 해 보면서 알게 된 것은 그저 몸을 움직이는 것이 운동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과학이 있고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운동이 나의 하루 전체에 활력과 에너지를 준다는 것도 깨달았다. 달리기 같은 운동은 머리를 비우게 할 뿐 아니라 영감까지 주었다.

아이도, 나도 운동을 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어느 날 갑자기 신기한 경험을 했다. 길을 걸을 때 사람들 자세가 모두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대부분 거북목에 구부정한 등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닐 텐데 너무 신기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한동안 생각했다. 결론은 운동을 하는 사이 점점 좋은 자세를 찾게 되었던 것이고, 그 반대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오게 된 것이다.

운동은 정말 중요하다. 모를 때는 그냥 해 보면 된다. 꾸준히. 그 시간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땀을 흘려봤으면 좋겠다. 훨씬 공부 효율도 오른다.

'독서'는 말해 무엇하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해서 생략하련다.

'기술은 인문학, 예술과 결함할 때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스티브 잡스-' (p21)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이 말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저자는 다독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은 이미 다독의 과정을 거친 사람이거나 좋은 책을 선별할 눈을 타고난 사람이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책을 읽어야 그 속에서 자신을 다듬어 나갈 수 있다. 이와 관련된 글을 써둔 적이 있어서 링크를 해 두었다.


[썰] 책을 많이 읽을 필요가 없다? : 네이버블로그


저자는 역사 공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공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역사책도 읽게 된다. 사람의 경험은 유전이 되지 않는다. 이것만으로도 역사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아무리 우리의 조상들이 좋은 교훈을 얻었어도 그 사람의 교훈으로 끝난다. 이를 이어받으려면 역사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2장은 수학과 영어를 간단히 다룬다. AI 시대에도 수학은 중요하고 디지털 시대에도 영어는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공감한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참으로 신기하다. 사람들은 수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수학은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데 탁월한 학문으로 여기고 있다.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수학 문제를 풀 수 없고, 수학을 깊이 파고들면 철학과 만난다.

나는 아직도 대학시절, 0+1=1, 0+1=1에 대한 증명을 배웠을 때가 잊히지 않는다. '아니 저걸 증명할 수 있었던 거야? 당연한 것이 아니고?' 고등학생 때까지 배운 것들은 학문이 아니었고, 모두 기초 소양이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때 어린 나이였으나 머리에 데앵 하고 종이 울렸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은 자연이, 인간이 만들어 낸 것들이고 그 중 인간이 만든 것은 모두 증명이 가능할 수 있겠구나를 깨달았다. 그 말은, 모든 것들을 논리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영어, 최근 들어 번역 기능이 탁월해짐에 따라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이럴 때일수록 영어는 더욱 필요하다.

아들이 얼마 전 이런 말을 했다. '영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엄청나므로 한국어만 해서는, 번역기를 돌려서는 절대 부족할 것이다'라고. 마구 쏟아지는 양질의 논문, 기술서적을 바로바로 내 것으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시차를 두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출발부터 늦다는 것이다.

정보의 사용자로서만 머무는 경우는 괜찮다. 그러나 정보의 생산자로 살고 싶은 사람은 영어는 필수다. 단순 회화 수준이 아니라, 학술 영어까지 해야 글로벌 시대에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3장은 코딩을 말하고 있다. 나는 아이가 초등학생 때 C++ (가물가물하네, C 인가)를 배우게 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메스 메디카, 파이선을 독학한 것까지는 보았고 이후는 잘 모른다. 대학에 가서 코딩 실력이 더 꽃을 피워서 AI까지 공부하고 지금은 수학, AI, 바이오, 전기공학을 접목하여 뇌공학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잠시나마 프로그래밍을 맛보게 해 준 것을 잘 한 것 같다.

나는 우리 한국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한다. 우리의 역사, 근대사를 읽다 보면,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오로지 인적자원으로 이렇게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소위 말하는 개발도상국의 국민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주입식 교육으로 충분했고 경쟁 사회가 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선진국이다. 저성장 시대의 선진국의 국민으로 살기 위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할 때다. 그러려면, 위 세대가 한 것보다 '더 많이, 더 세게'가 필요한 게 아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극심한 강도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다.


[썰] 4세고시, 7세고시가 도대체 뭐람 : 네이버블로그



달리기를 그만 멈추고, 멀리 내다보자. 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나라에서 이렇게 성장했는데, 분명 슬기로운 답을 찾을 것이다.

나는 그 해답을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달리지 않으면 된다고 본다. 각자의 방향으로만 달리면 분명히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썰] 각자의 방향 (ft.이십대 아들과 대화.. : 네이버블로그


ps. 내 책에 대한 리뷰도 누가 이렇게 써주면 좋겠다. 내 책도 좋은데 (부끄)

김기영 교수님, 이 리뷰를 읽으실지 모르겠는데 제 책 읽어보시고 추천사나 평 써주시면 안될까요? 책 보내 드릴 수 있는데.. (엉뚱하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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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따라하기 도쿄 - 2025-2026 최신개정판 무작정 따라하기 여행 시리즈
정숙영 지음 / 길벗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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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오오사카만 수차례 갔었다. 도쿄는 서울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오히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에 읽었던 『도쿄를 바꾼 빌딩들』 덕분에 도쿄가 무척이나 가고 싶어졌다. 책에서 워낙 도쿄의 빌딩들을 맛깔스럽게 잘 설명해 주어서다. 한 도시가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상세히 밝혀주는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에서는 도교내 특정 지역이 어떤 흥망성쇠를 겪었는지를 빌딩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그러고 보니 서울 역시 동네마다 색깔이 뚜렷하다.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역사가 다를 수밖에 없고 각 동네마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서울의 구나 동, 또는 작은 동네 기준으로 어떤 변화를 겪고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 있었으면 싶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3688101091


최근 또다시 여행을 가고 싶어 남편과 어디를 가면 좋을지 의견을 나누었다. 마음 같아서는 유럽을 가고 싶었지만, 업무 때문에 일정을 빼는 것도 여의치 않은 데다 지난번 유럽여행과 비교하니 숙박비가 엄청나게 올랐다. 예상했던 여행경비를 훌쩍 뛰어넘어 아무래도 Plan B도 필요해 보여 도쿄를 강력한 후보지를 올렸다.

그러다 마침, 『도쿄 무작정 따라하기』가 도착했다. 원래, <무작정 따라하기>시리즈는 여행지 소개를 잘 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 책은 더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다. 책의 서문에 매거진과 가이드북을 한 권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적혀 있다.

Vol1은 테마북으로, Vol2는 가이드북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Vol1 테마북이 마치 매거진 느낌이다. 명소, 먹거리, 쇼핑, 경험 등 주제를 정해서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Vol2 가이드북은 도쿄 내 지역을 잘게 쪼개서 교통편, 지역 설명, 상세 코스, 핵심 여행정보의 순으로 꼼꼼하게 적혀있다.

정말 책 한 권이 어찌나 알차게 구성되어 있는지, 솔직히 이 책을 가지고 도쿄 여행을 가면 한 달은 족히 있어야 다 둘러볼 듯한 양이다. 얼마나 눌러 담았는지 글씨도 자그마하다. 사진이 많은 점도 큰 장점이다.


가장 먼저 펼쳐본 페이지는 'HOT&NEW'이다.

이름난 명소들이 유독 '새로고침'이 많은 도시가 도쿄이므로 늘 F5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시부야 츠타야, 도큐 플라자 하자주쿠 '하라카도'를 가장 먼저 설명한다. 하라주쿠가 독보적으로 특이한 생김새를 하는 명소였는데, 대각선 건너편에 하라카도가 생겼다. 이 두 건물이 마차 토기 화분과 유리 화분을 마주 보는 듯한 외관을 하고 있다고 한다. 쇼핑은 별로 관심이 없으니 실내보다 이들의 외관이 실제로 어떻지 궁금하다. 하라카도의 옥상에는 정원이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비플랫 코뮨'은 야외 푸드코드이다. 음식뿐 아니라 문화행사도 함께 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기간 한정이어서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고 한다. 현재 예정된 기간은 2026년 봄까지다. 하루 종일 구경을 다니다, 저녁에 이곳에서 맥주 한잔하면 좋을 것 같다. 아자부다이 힐스도 궁금했는데 사진을 보니 더욱 가고 싶어진다.

원래는 이 책을 보고 됴쿄 어디를 여행 갈까 찾아보려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보고 남편이 2월 일본 여행은 가지 말자고 말한다. 바로 '도쿄, 언제 여행 가면 좋을까?' 페이지 때문이다. 가장 추천하는 달은 4월, 11월, 12월이고 비추천 하는 달이 2월, 6월이다.

4월과 11월은 1년 중 도쿄가 가장 아름다운 달이라고 한다. 4월은 연중 최고 성수기로 벚꽃을 볼 수 있어 좋고, 11월은 날씨도 좋지만 비도 거의 오지 않고 비수기에 해당해서다. 2월은 비가 많이 오기도 하지만 해도 짧다. 2월 여행지를 찾던 터라, 도쿄는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또 재미있는 페이지는 어떤 여행 스타일이냐에 따라 추천 명소, 핫한 동네, 식당들을 추천해 주는 코너다. 여자 둘, 혼자, 저예산으로, 마니아, 커플, 가족여행을 구분하여 여행 플랜을 짜서 제시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구성이라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추천하는 도쿄 대표 명소는 다음과 같다. 스크램블 교차로, 도쿄 타워, 카미나리몬, 카부키초, 도쿄 역, 유니콘 건담, 도쿄 스카이트리.

이 중 스크램블 교차료가 왜 No1일까 하고 설명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너무 복잡해서 명물이 된 교차로라고 한다. 도쿄 타워에 대해서는 낮에는 그냥 송전탑 같고 가까이보다는 멀리서 보는 게 낫다는 재치 넘치는 설명을 한다. 카미나리몬은 천년 고찰의 정문으로 사람 없는 시간대는 포기하란다. 유니콘 건담도 도쿄를 대표하는 명소라는 것이 신선하다. 어릴 때 건담 만화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꼭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 스카이트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으로 낮에는 은빛, 밤에는 오색으로 빛나서 멋진 건물이다.


이 책을 만든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을까 싶다. 게다가 변화무쌍한 도시이다 보니, 개정판이 나올 때마다 책 속에 적힌 내용을 전체 다 점검하고 업그레이드했을 테니 그 수고스러움에 대해 박수를 보낼 정도다. '마감 직전까지 도쿄의 최신 여행 정보를 담았습니다.'라는 말이 찡하게 다가왔다.

저자의 다른 책을 보니, 『앙코르와트 내비게이션』이 있다. 오래전 캄보디아 여행 갔을 때 샀던 책이라 반가웠다.

요즘은 여행을 갈 때 인터넷이나 유튜브 검색만으로도 정리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도쿄는 메가 도시라서 전체 소개된 책을 보고, 남의 취향이 아닌 내 취향에 맞춰 돌아다니는 것이 좋은 듯하다.


올해 여행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가장 유력한 것은 4월의 유럽여행인데, 업무 때문에 장기 휴가 일정을 만들지 못할 경우 가까운 곳으로 다녀올 예정이다. 만약 일본을 가게 되면 11월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ps.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는데, 여행책을 보기만 해도 신나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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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혁명 - 매일 젊어지는 세포 심상 훈련법
에릭 프랭클린 지음, 김지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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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좋아하는 분의 추천사로 시작하는 책은 읽기도 전에 신뢰가 간다. 그런 의미에서 <세포혁명>은 이주환교수님의 추천사로 시작하기 때문에 당연히 '믿고 읽으려고' 했다. 그런데 추천사 덕분에 오히려 책 내용이 타당한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읽었다.


김주환 교수님의 추천사에 따르면, '이데오키네시스'라고 불리는 심상 기법은 주로 몸의 구조, 움직임과 관련해 사용해 왔으나 이 책은 심상 기법을 '세포 레벨'로 끌여내리는 시도를 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한 대담함, 창의력에는 찬사를 보내면서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과연 저자의 말이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주환 교수님은 마치 '내가 추천은 하지만, 독자들도 나의 추천의 글이나 저자의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며 책을 읽어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을 알려주신 듯해서 내심 뜨끔하면서도 '역시 김주환 교수님' 하며 홀로 엄지척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을 관통하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심상'이다. '심상'이란 과연 무엇일까?

심상은 주로 문학이나 예술에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듯 생생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의미하며, 철학에서의 심상은 마음속에서 시각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나 표상을 의미한다.

'이데오키네시스'는 20세기 초 미국의 무용가이자 교육자인 루루루 울프에 의해 개발되었는데, 척수를 길게 할 때 "머리가 하늘로 끌려 올라가는 느낌"과 같은 심상을 사용하게 했다. 정신적 이미지를 통해 불필요한 긴장을 풀어 이완시키고, 자신의 몸과 움직임을 인식하고 개선한다.

필라테스를 할 때 선생님이 "정수리를 뽑아낸다는 느낌으로", "배가 척추와 완전 달라붙는 느낌이 들 정도로" 라는 표현을 종종 하시는데 이것이 바로 심상을 이용하는 방법이었구나 싶었다.


이데오키네시스가 우리 신체의 자연스러운 정렬과 효율적 움직임을 개선했다면, 이를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는 어떨까?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에서도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을까?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세포들이 각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우리 몸 전체 역시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을 수 있다.

즉, <세포혁명>에서 말하는 '세포'는 마치 하나의 생명체라고 가정해 본다면 그 세포들이 모여 있는 우리의 몸은 세포들의 거대 왕국일 수 있는데, 각 세포들이 모두 건강하다면 세포 왕국도 함께 강해질 수 있다. 그래서 원제는 'Glow younger daily'이지만 세포 각각이 깨어난다는 의미에서 한글 책 제목이 <세포 혁명>이 되었나 보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생물학 입문서 또는 교양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설명하는 내용이 아니라 세포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덧입혀져 애정 어린 눈으로 '우리 몸'을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되고, 우리의 상상은 우리의 신체 상태를 반영한다'는 믿음으로 세포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세포를 주제로 한 심상 훈련은 몸속 싶이 들어가 신체 조직 수준에서 우리의 습관적 패턴과 변화의 가능성 사이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익숙한 패턴을 깨고 더 건강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건강에만 국한하지 않고 피부가 좋아지고, 얼굴이 훨씬 나아지고, 젊어질 수 있는 훈련들도 소개한다. 예를 들자면, 줄기세포를 위한 피부 재생법으로 원하는 부위의 피부에 손을 얼려놓고 선 아래 맞닿은 표피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가 태어나고 있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다. 운동을 할 때 근육에 집중하듯 피부의 움직임도 느껴본다면 운동의 경험이 달라지고, 운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세포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세포들에 대한 심상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으므로 저자가 알려주는 심상 법과 더불어 우리 몸에 대해 많은 지식과 상식을 배울 수 있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우리 몸에는 세포가 무수히 많고 각자 위치에 따라 하는 역할이 다르다.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상상을 해 보았는데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내 생각에, 건강한 사람이 심상을 이용해서 몸 구석구석 세포를 각성시키기란 쉽지가 않아 보였다. 오히려 몸이 좋지 않을 때 그 부위만 집중해서 심상을 활용해 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였다. 김주환 교수님 말씀처럼 신선한 접근이었던 책이다.



#세포혁명 #세포심상훈련법 #내면소통 #마음챙김 #플랭클린메소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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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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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랫동안 소설보다 인문학, 과학, 철학, 예술 등 관심사를 옮겨가며 책을 읽었다. 아주 간간이 소설을 읽기는 했으나 스스로 찾아서 읽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 책을 보내주면 읽은 정도다. 소설은 스토리만으로도 재미있지만,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인간 내면을 이해하게 된다.

인간을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를 이해하는 데는 생물학 그중에서도 유전학, 뇌과학 분야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분명 물리적 요소이지만 인간의 무형의 요소를 해석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서 진화를 포함한 유전자에 대한 이해와 뇌의 작동 원리가 심리학과 결합하여 인간의 행동, 아울러 깊은 내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래도 아직은 소설만큼 우리를 잘 설명해 주지 못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생체 내 화학적 결합이나 진화 때문이라고만 말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책을 펼치면 사연이 가득해 보이는 노숙자 마크,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으나 당찬 소녀 에비, 부유한 상속녀지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허무해 보이는 엘리슨, 이 세 명의 이야기가 하나씩 시작된다. 이들이 서로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으나 왠지 책에 점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기욤 뮈소의 탁월한 글솜씨 때문일 것이다. 도대체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흡입력이 대단해서 빨리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마크는 알고 보니 저명한 의사였고 사랑하는 아내 니콜과 딸 라일라가 있었다. 이 딸은 그의 친 자식이 아니었고 결혼했을 때 이미 임신한 아내가 낳은 딸임에도 불구하고 친자식 이상 끔찍하게 아꼈다. 그런 딸이 어느 날 사라진다.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은 데다 뉴욕의 쇼핑몰에서 사라지다 보니 유괴의 가능성이 컸으나 딸은 돌아오지 않았고 유괴범의 협박도 없었다. 그 후 마크는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노숙자가 되어 술에 찌든 채 5년의 시간을 보낸다.

이런 마크에게 딸을 찾았다는 연락이 오게 되고, 딸과 해후한 마크는 함께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참이다. 이 비행기에는 에비와 엘리슨도 함께 타고 있었다.

이들은 한 비행기에서 만나서 자연스레 서로의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에비는 아픈 어머니를 둔 일종의 소녀 가장이었다. 악바리 근성이 많은 꿈 많고 똘똘한 그런 소녀였는데, 어머니의 간이식 수술을 위해 애를 쓰던 중 드디어 어머니의 차례가 돌아온 순간, 누군가가 에비 엄마의 차례를 가로채고 어머니는 죽고 만다. 그 후 에비는 간을 가로챈 사람에게 복수를 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길에서 우연히 의사 커너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엘리슨 역시 아픈 과거가 있다. 재력가의 상속녀지만 온갖 사건사고를 일으켜서 방송에 자주 나온 트러블 메이커인 엘리슨은 알고 보니 운전을 하다가 실수로 한 아이를 치게 되고, 아버지는 그 시체를 수습한다. 아버지는 이후 방황하는 엘리슨이 저지르는 크고 작은 실수를 수습해 주다가 커너 의사를 만나 볼 것을 권한다. 불치병에 걸린 후 자실을 하게 되는데, 엘리슨의 가슴속 응어리는 더욱 크게 자리 잡는다.

모든 캐릭터의 스토리에 스쳐가듯 등장하는 의사 커너는 마크의 과거 회상 장면에서 크게 등장한다.

마크와 커너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였고 고난도 함께 겪어내고 의사로서 성공도 함께 해 냈다. 커너의 과거만으로도 소설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고난이 많을 정도였으나 이 둘은 정신과 의사로 성공했을 뿐 아니라 최면을 통한 심리치료의 선구자로도 유명해진다.

커너와 어떤 형태로든 접점이 있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으며, 바로 그것이 이 들 세명이 한 비행기에 타고 있는 이유다.

이 책이 미스터리 물이지만 이렇게 마음을 끄는 이유는, 사랑과 용서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소설이 주는 묘미이다. 서두에 말했듯, 과학이나 심리학 등과 같은 학문에서 아무리 우리의 행동을 자세히 해석해서 설명해 주어도 소설에 미치지 못한다. 마치 우리의 거울 세상처럼 우리와 닮은 모습을 한 소설 속 캐릭터들은 울고 웃으며 우리 내면을 대신 보여준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으나 딸을 누구보다 사랑한 마크, 철부지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딸 에비, 누구보다 딸을 걱정했을 엘리슨의 아버지와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졌으나 자신의 과오로 괴로워하는 엘리슨은 우리의 몇 가지 단면과 닮았다.

그런데 여기서 기욤 뮈소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들의 과거에는 분명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때로는 우리에게 가해자로써 제대로 된 사과를 하고 죗값을 받을 용기가 있는지 물어보고, 때로는 피해자로써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나라면..."

책을 읽는 내내 등장인물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해 보았다.

현실과 과거, 현실과 꿈을 넘나드는 마술과 같은 구성 속에서 크라이막스로 갈수록 혼란스럽지만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 넘치는 소설이다. 미스터리지만 무섭지 않고, 심리를 다루지만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 보다 밝고 희망찬 부분을 강조해 주어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기윰 뮈소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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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지음 / 스마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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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대해서는 묘한 동경이 있다. 무엇을 하든, 심지어 예술과 문학, 이과 영역에서도 그 끝은 철학과 닿아있는 것 같기도 해서 그리스 철학가부터 근대, 그리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철학가들이 한 말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졌었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철학책들을 한권씩 읽어보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글도 많긴 했지만,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배워보자 마음으로 접하고 있다. 언젠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이해할 날을 꿈꾸며 말이다.

이 책의 저자 김필영님은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전기공학 전공에 관련 직종으로 30년을 근무하면서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4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5분 뚝딱 철학'을 운영하며 철학의 대중화에 힘쓰면서 강의를 하고 있다.

철학의 대중화를 꿈꾸는 만큼 철학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는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지만 철학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간질맛 나는 밀당을 해 주어서 즐겁게 읽은 책이다. 26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책, 영화, 유명 일화 등을 다루며 이를 한데 묶어서 하나의 흐름으로 설명해 주어 좋았다. 철학을 고민해본 시늉을 하거나 가볍게 접근 한게 아니라 '깊이있으면서도 재미있는 비범함'이 있는 책이다. 그동안 했던 경험들이 이 책에서 언급된 경우가 많아서 반갑기도 했고 나와의 차이, 같은점을 발견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26가지 에세이 중 몇 가지에 대해 정리하면서 나의 생각도 곁들여 보았다. 이 책은 읽는 데도, 리뷰를 쓰는데도 오래 걸렸으나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 죽고 싶지만 철학은 하고 싶어 (feat. 비트겐슈타인, 마틴 셀리그만)

'긍정 심리학'의 마틴 셀리그만은 행복한 삶의 첫번째 조건은 '즐거움', 두번째는 '몰입', 세번째는 '삶의 의미'라고 했다. 20세기 오스트리아 위대한 철학자 비트센슈타인은 비극적 삶을 산 사람 같지만 죽음을 앞두고 '멋진 사람'을 살았다고 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인생을 좀더 즐기지 못했다는 점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라는 말을 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즐거움이나 행복이 아니다. 즐거움 그 자체는 삶의 목표가 아니라 감정의 상태일 뿐이다.

저자는 수단이 목표가 될 수 없으므로 즐거움은 부수적으로, 일시적으로 따라오는 감정일 뿐이니 '즐거움'은 우리 인생에서 '후순위'로 두고 '몰입'과 '의미'에 집중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한다. 우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에 몰입하고 또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우리도 죽음을 앞두고 비트겐슈타인처럼 "내 삶은 멋졌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재미없고 하기 싫어 죽겠는데 '몰입'하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 즐거움과 몰입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까이 붙어 있다. 그리고 몰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의미를 어느 정도 찾았다고 보여진다. 아무 가치없는 일에 몰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feat. 페스팅거, 카뮈, <이방인>)

우리가 원하는 대로, 믿는 대로 세상이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리는 자신을 기만한다. 내가 진짜로 믿었던 것을 그것이 아니라며.

이전에는 나도 종종 자기합리화를 했다. 이런 자기합리화가 내 마음의 안정을 주기도 하지만, 때때로 나 자신에 대한 객관화를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해서 '자기합리화' 중이구나에 솔직하려는 연습을 하곤한다.

  • 목숨을 건 인정투쟁 (feat. 헤겔, 호네트, <스타트렉>, <신세기 에반게리온>, <더 레슬러>)

헤겔의 정신현상학에서 자기의식의 핵심 개념은 목숨을 건 인정투쟁이다. 독일의 철학자 학셀 호네트는 이를 더 발전시켜서 우리가 어떤 특정한 타자에게 인정받으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일반적인 다수의 타자들로 부터 인정받으려 한다고 했다. 그래서 죽어라 공부하고, 승진을 위해 애를 쓰고, 먹을 때마다 SNS에 올리는 행동을 하게 된다.

과도한 인정욕구는 불행을 부르므로 어떤 이들은 타인으로부터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라고 하는데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는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가 없고 '누군가'에게만 인정을 받으면 된다. 또한 동시대 사람일 필요도 없다. 이것이 바로 '삶의 기술'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무엇'에 대한 인정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가장 쉬운 예로 인터넷 의 '숫자'이다. 블로그를 예를 들어보자면, 이웃이 늘고 '좋아요' 숫자가 늘고 댓글이 있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다. 그런데, 이 숫자 중 허수가 많다.

정성스래 글을 쓰고, 그 글에 공감을 해서 증가한 숫자는 단순한 '1'이 아니다. 그 속에는 '교감'이 분명히 있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 대해 충분히 노력을 하고 거기서 얻는 '인정'이야 말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낯설고도 낯익은 내 안의 또 다른 나 (feat. 프로이트, 라캉, <지킬박사와 하이드>)

카프카의 책을 읽었을 때, 낯설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데 등장인물들은 당연한 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책에서 카프카의 변신에 대한 해석을 해 주어서 반가웠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가 되고 가족들이 떠나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에 대해 카뮈와 사르트르는 실존주의적 소설로 해석하고,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 소외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해석한다.

도기숙 교수는 카프카라 '하이퍼그라피아' 였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하이퍼그라피아란 글쓰기에 집착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조증, 우울증, 과대망상을 동반하기도 하고, 자페적 성향이 강하므로 내면의 생각의 흐름을 글로 쓴다. 따라서 상징적으로 함호같아서 해독이 어려운데, 이런 설명을 듣고 보니 카프카 책이 왜 그리도 난해한지 알겟다.

'카프카스러운'은 '수수께끼 같고, 섬뜩하고, 위협적'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프로이트의 '언캐니'는 친숙한과 낯선 두가지 뜻을 다 가지고 있다. 카프카 소설은 두 상반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프가 스러운 것이다.

카프카 소설은 분명히 이해가 어려운데 희한하게도 뇌리에 남아 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내가 느낀 것도 실존주의, 인간 소외여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프라하에 여행을 갔다가 카프카의 흔적을 쫓은 적이 있다. 두개의 카프카 동상과 프라하성에 있는 황금 소로에 갔었는데 확실히 장소가 주는 힘이 있다. 하이퍼그라피아 성향이 그의 글에 녹아 있을 수 있지만 성장배경과 그의 정체성도 크게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 무아지경에 빠져버린 미니멀리스트 (feat. 불교, 데이비드 흄, 러셀)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지만,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다는 것이므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나'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할까.

영국의 철학자 흄은 '자아'는 없으며 자아라고 생각되는 것은 감각과 생각의 다발일 뿐이라고 했다. 러셀은 '나'는 실체로서 존재하는 어떤 것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기술하는 불환전한 기호일 뿐이라고 했다. 불교의 무아사상에 따르면 나는 실체가 아니라 생각의 무더기일 뿐이라고 설명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나'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아니다이다.

닉 체터의 <생각한다는 착각>에서는 마치 컴퓨터의 RAM 처럼 생각은 뇌의 켠에 평면적으로 머무는 것이고 정신, 마음, 나라는 실체 모두 뇌가 과거의 경험으로 '즉흥적'으로 만든 창작물로 설명한다.

나의 육체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한 것처럼 유전자 보존을 위한 생존기계이고, 나의 자아는 사실은 '생각의 다발'이라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런 주제로 접근하게 되면 우리가 현재 중요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부질없이 느껴진다. 재미있는 주제이기도 하니, 러셀의 철학 책을 한번 찾아 읽어봐야 겠다.

* 러셀의 책은 두권 읽은 적이 있다. 오래전 쓰였으나 의외로 재미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완독의 기쁨을 줬고 두권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세상을 놀이터로 본 보모 (feat. 발터 벤야민, 비비안 마이어)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논문은 현대 미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아우라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의 호흡, 숨결이라는 말에서 유례했다. 어떤 사람이나 물건에 영적 분위기, 신비스러운 분위기,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을 때 아우라가 있다고 한다.

벤야민은 아우라를 경험하는 세가지 조건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물질성, 유일무이한 원본성, 공간적 일화성이다. 그런데 19세기에 사진이 등장하면서 이 세가지 모두가 파괴되었다고 말한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에서 원본과 복제된 그림에 대한 차이를 설명해 주었다. 원작은 어떤 정보를 통해서도 느낄 수 없는 침묵과 고요함이 있는 반면, 현대 복제기술로 만들어낸 복제 예술은 무가치하고 자유로운 것이 되었고 했다.

지금은 AI까지 등장하였으니 원본의 아우라까지도 흉내를 내는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 어떤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할 까. 어쩌면 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아우라가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상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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