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데리고 갔는데 옆에서 어떤 아이가 이 책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 자기 책 보는 듯 하더니.. 나중에.. 슬며시 가서 책 제목을 보고 오네요. 그래서 "왜? 저책 마음에 들어?"그러니 그렇다고 합니다. 한 권 가져와서 주니 아주 재미있어 하네요.
아.. 정말 머리 아픈 책입니다. 여우누이의 원작은.. 저도 아이와 함께 읽으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책마다 조금씩 틀리지만, 막내 여동생이 사실상 여우라는 설정까지는 그나마 이해를 하겠지만, 그 막내 여동생이 자신을 키워준.. 가족들과 동네 주민을 다 죽여버리고... 결국 막내 오빠가 여우 동생을 죽이게 되는 이야기는.. 전래동화긴 해도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 그래서 착한 누구누구는 복을 받아 잘 살았데..라고 하는 진부한 주제조차 끼워 맞출 수 없는 이야기 같았거든요.. 물론 제가 어릴 때에는..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재미있게 읽고 들었던 이야기지요. 그런데.. 전 솔직히 오히려 이 책이 더 공감이 갑니다. 여우누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이유도 공감이 가고... 여우누이와 막내 오빠의 그 복잡한 심정은 더 이해가 갑니다. 제 생각에는.. 우리 아이같이 어린 아이말고.. 최소한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에 제대로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비단치마"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목탄으로 그린 거친 그림... 이 그림도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눈보라와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모르고 읽었습니다. 읽다보니.."응? 어디서 본 이야기인데?" 그러네요.. 심청전의 청이 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이가 아니네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과 자신의 목숨과 바꾼 효녀 심청이가 아닙니다. 비단치마에 마음을 빼앗긴 소녀.. 연꽃아씨로 대접받지만, 정체가 탈로날까봐 두려운 소녀.. 대감집 도련님을 사모하는 소녀.. 거지로 나타난 아버지를 보며 갈등하는 청이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전래동화에 등장한.. 처음부터 착하기만 한 캐릭터, 처음부터 악하기만 한 캐릭터들이.. 지금 재 해석을 합니다. 경제능력도 없으면서 아이만 낳아대고 제비 다리를 고쳐주어 쉽게 부자가 된 흥부가 과연 칭송받아 마땅한가.. 놀부가 오히려 이 시대에 맞는 재태크, 경제의 원리를 아는 경제인이 아닐까 등... 어쩌면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말장난과 같은 재해석에 비해.. 이 책은 복잡한 사람의 심리에 대해 잘 묘사해 주고 있습니다.
너무너무너무 유명한 책이지만.. 아이 나이에 비해 글이 너무 많아서 치일피일 보여주는 걸 미뤘습니다. 그리고 지금 5세인데.. 글이 문제냐.. 얼른 보여주자 싶어서 드디어 함께 봤네요. 그런데 정말 긴 글인데 잘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열심히 간판을 닦는 청소부.. 누구보다 열심히 간판을 닦는 청소부는 이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사람들 처럼이요. 이 청소부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더 한 욕심이 있다기 보다 지금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자신이 닦는 간판에 적힌 작가와 음악가가 누군지 관심을 가지고 그때 부터 열심히 공부를 하지요. 열심히 음악을 듣고 관련 책을 접하고..작가들의 작품을 읽으면서요.. 그러면서 이 청소부는 자신의 일에 더 애정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생활이 풍요로와 지지요. 그 풍요로움은.. 길가는 사람의 발길을 잡습니다. 함께 그 향기에 취하게 되지요. 유명해진 청소부는 대학강의 제의까지 옵니다만 거절을 합니다. 아마, 스스로 좋아서 한 일이기 때문에.. 청소부의 강의는 살아 있지 않았을 까 그리 생각됩니다. 지식을 전달하고 이론을 알려주는 차원이 아니라 마음에서 느껴진 그런 강의였을 겁니다. 이 동화책 한 권만으로도 독일 문화의 자부심과 수준이 느껴집니다. 그림체도 훌륭하지만.. 그림책 전반의 색체야 말로..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색감을 낼 수가 있는지.. 그리고 책속에 언급된 독일 작가와 음악가들.. 괜히 부럽네요..
오빠에게는 요술물감이 있지요. 그걸로 멋진 그림을 그리는 데 동생이 그려보고 싶다고 합니다. 처음 그린 그림은 오빠가 볼때 그냥 의미없는 낙서에 불과하지요.. 이런 저런 색이 마구 섞인 그림이요.. 그러다 오빠가 없는 사이.. 동물들과 함께 그린 그림은.. 정말 훌륭합니다. 동물들이 도와 준 것은 아니에요. 각자 그림을 그렸는데 누리의 그림은 색이 하나하나 살아 있네요. 우리 아이가 책을 보다 말고 눈을 바짝 다가가서 보더니 "정말 멋지다" 이럽니다. 하야시 아키코의 감성이 그대로 베어 있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누리의 그림이 크게 나와 있으면 좋을 텐데요.. 뱀, 자벌레, 곰 등등 동물들 특유의 그림을 누리의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게 해 줬으면 하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