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1 (20주년 기념판) - 에셔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 미학 오디세이 20주년 기념판 1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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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세, 근현대의 시공간적 경계를 넘나들며 에셔, 마그리트, 피라네시의 작품과 함께 예술사와 철학사를 한눈에 그림으로써, 예술 체험이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나아가는 경험을 선사한다.

1권 ‘에셔와 함께 탐험하는 아름다움의 세계’에서는 자연주의적 양식과 기하학적 양식의 차이를 에셔의 작품을 들어 설명하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상 대화를 통해 개념적 이해를 돕는다.

교보문고 제공

오랫만에 미술관련 책 읽었는데, 완전 내 취향 저격이다. <미학 오디세이>는 진중권씨가 저자로, 오랜기간 스테디셀러였으나 이제 읽었다. 오래전 미술관련 책을 탐독했던 시절이 있었으나 그때는 아이러니 하게도 이 책을 알지 못했다.

당시 <지식의 미술관>을 읽고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미술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당시 나의 독서 방법은 도서관에 가서 미술책이 꽂혀 있는 책장에 가서 거기 꽂힌 책을 모조리 읽는 방식이었다. 특히 같은 책이 여러권 꽂혀 있는 경우는 인기작인 경우가 많아 가장 먼저 선택해서 읽었다. 프로젝트가 새로 시작할 때 마다 인근 도서관부터 찾아 다니는 습관이 있었고, 다행히 항상 근처에 대형도서관들이 있어서 풍족하게 책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런데 <미학 오디세이>는 도서관에서 영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유시민작가의 <글쓰기 특강>을 읽다가 추천 목록에 있어서 한권만 먼저 읽어 볼까 하고 주문을 했는데 솔직히 조금 망설이기는 했다. 아마도, 저자의 정치적 행보로 인한 선입견이 있어서 였던거 같다.

다읽고 난 소감으로는, '읽기를 잘했다'다.

책을 읽을 때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분명 특정 주제의 책이지만 '영역간 경계'가 없는 생각거리를 얻을 때다. 그런 의미에서 미학책이지만 그저 미술에만 한정하고 있지 않고 여러 영역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줘 많이 반가웠다.

책의 제목은 '미학 오디세이'다.

'미학'은 철학의 한 분야로 아름다움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즉 완성도가 높은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분별하는 분야다. 미학에 대한 개념이 없는 내가 읽기에는 깊이가 있다. (내가 감히 미학에 대해 논할 수준이 아니기에)

그러면 저자는 왜 제목이름에 ''오디세이'를 붙였을까, 오디세이는 고대시인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이의 모험을 다룬 대서사시로 '미학이 무엇인지를 찾아 떠나는 대 장정'을 뜻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봤다.

1편은 에셔의 그림이 매 챕터 등장하여 무심한 듯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챕터 속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화가 등장하여 더더욱 내 흥미를 당겼다. 비록 온전히 이해를 못할 지언정 나도 껴서 이야기 하고 싶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에셔 작품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본적이 있다.

판화작품에서 단골로 등장하지만 다른 판화와 많이 다르다. 일반적인 판화 작품은 눈에 보이는 장면을 판화로 만든경우가 많은데, 에셔 작품은 독특하게도 반복과 대칭을 활용하면서 이중적인 표현과 비현실적 구성으로 표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소재는 일상에서 접하기 쉬운 새, 인간, 도마뱀 등으로 분명 현실을 반영하는 거 같으면서도 묘하게 공간을 틀어놔서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거다. 처음에 에셔 그림을 봤을 때는 뭘 뜻하는지 잘 몰랐다. 단지 묘한 느낌을 주는 건 알겠다. 혹자는 삶의 주기나 윤회를 뜻한다라는 식으로 해석을 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저 그만의 독특한 세계에 감히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없다.

그리고 등장하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은 서구미학의 시초라고도 불리우며 명문귀족 출신으로 정신을 강조하는 '이상주의자'이다. 본질이 존재하는 세계는 '이데아'이며 현실세계는 이데아에 대한 복사물로 유한하고 불완전한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사집안의 부유한 평민출신으로 정신 뿐 아니라 물질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자이다. 그러다 보니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며 이를 추구하기 위해 '중용'을 강조한다.

스승과 제자의 만남이므로 아르스토텔레스는 존칭을 쓴다. 이리 다른 사상을 가진 이들의 대화이므로 투닥거리는 모습이 재미도 있지만, 대화를 이어가지 않고 급 마무리 하는 경우는 괜히 해학적이기도 했다.

에셔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 대한 깊이가 있다면 이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미학'과 연결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나의 무지함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어설프나마 미술 책들을 제법 읽은 경험으로 봤을 때 <미학 오디세이​>를 제일 먼저 읽었다면 나머지 책은 내 흥미를 덜 당겼을 거 같다. 미술책들이 많은 내용이 중복이 있지만, 다른 책들은 일반적으로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적혀 있다면 <미학 오디세이​>는 생각을 하며 읽게 한다.

비유를 하자면 '추리소설'과 '클래식명작' 정도로 할 수 있을 까?

철학이 껴 있는 스타일을 내가 좋아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여러번 읽어도 재미있을 내용이다. 솔직히 책의 내용을 내가 한번에 다 이해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그렇테지만 그렇다고 어렵거나 스트레스 받는다가 아니라 다음에 또 다른 즐거움을 주겠구나 하는 반가움이 더 앞선다.

아이러니 하게도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직도 '미학'이 뭔지 잘 모르겠다. 남은 두권을 다 읽는다고 온전히 이해할거 같지는 않다.

사실 '미학'이 뭔지를 알고 싶은게 아니라 뜻 그대로 어떤 것이 완성도 높은 아름다움인지 분별하는 눈을 가지고 싶다. 이건 '이론' 가지고 될 문제는 아니겠지..

그러고 보니 미술전시회 못간지도 오래됐다..한때 매주 주말 예술의 전당에 구경갔었는데..

자유로운 외출을 할 날을 꿈꾸면서, 당분간은 책으로 만족해야 겠다.

ps. '창의/예술적인 분야'로 갈수록 어떤 작품이 진정한 명작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한번은 '온라인 갤러리'에서 현시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며 좋은 작품을 골라본 적이 있다.

여러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른 후 한달이 지나 다시 그 그림들을 보는데, 이런.. 그중 대부분이 처음 봤을 때 처럼 구미에 당기지 않는다.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서 마음에 드는 옷을 봤는데, 다음에 다시 보니 그다지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느낌?

반면 너무도 유명한 명화나 작품은 언제 봐도 그 느낌이 퇴색되지 않는다. 오히려 첫 대면에서 이 작품이 왜 그리 유명하지? 갸우뚱 했다가 볼수록 편안하게 와 닿는다.

과거 댄스곡 중 인기는 좋았지만 작품성은 낮은 것으로 여겼던 노래인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서 들어보니 과거 내가 이리 좋은 노래를 잘못 폄하했구나 하는 경험도 비슷한 맥락이다.

과연.. 명작이란 무엇일까. 온전히 나의 경험과 나의 소신으로 '명작'이라고 받아들인 것일까, 아니면 전문가와 대중들의 심리를 내가 쫓아간 것일 까. <미학 오디세이>가 재미있게 느껴진 이유도 내가 스스로 판단한게 맞을까. 아니면 베스트셀러와 미학의 대가라는 명성을 먼저 접수한 후, 저자의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수용해서 그리 느낀 것일까.

'미학'이 뭔지, 완성도 높은 아름다움을 구분하는 눈을 가질 수는 있는지는 결국 많은 작품을 보고, 다른이의 그림 평가도 들어 보고, 나의 평도 어설프게 해 보고 하면서 조금씩 깨워질거 같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107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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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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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유명한 책인데, 그동안 읽지 않았다.

어려서 부터 션에게 책을 많이도 사주고 빌려도 줬는데, 자라면서 션이 직접 고르는 경우가 늘었고 가끔 내가 추천해 주는 경우가 있었다. 션도 자랄 수록 비문학류를 읽는 비중이 늘어 났고, 그런 션이 '멋진 신세계'만큼은 단숨에 읽었다고 했다.

요새 점심시간에 책 읽는 재미가 들려서 책을 한권씩 읽고 있는데, 드디어 멋진 신세계를 집어 들었고 몇 페이지 읽다가 '이 책 뭐지?' 싶었다.

분명 32년도 작품이라고 했는데 상당히 세련됐다.

출간 당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싶은 '디스토피아' 에 해당하는 내용은 꼭 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든다. 또한 매끄러운 번역 덕분에 온전히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서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친 거 같다.

(1984와 함께 대표적 디스토피아 소설이지만, 조지오웰의 디스토피아가 공포가 깔려 있다면 올더스 헉슬러의 디스토피아는 평화를 가장한 욕망이 깔려 있는 듯 하다.)

미리 계획된 유전자로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의 인생이 결정이 되어 있는 사회

그 속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은 그 사회에 적응하기도 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거대 조직을 거부하기도 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계획된 훈련을 통해 자신의 계급과 역할에 만족을 하며 살고 있다. 이미 유전자는 해당 역할에 맞게 변조가 되어 있으므로 직업 훈련 및 세뇌작업도 어찌보면 본인의 타고난 적성 (엄밀히 말하면 변조된 적성)에 맞춤형일 듯 하다.

설계된 인생, 영원한 젊음, 임신과 출산/결혼에서의 자유, 생활의 일부로 당연히 허락된 쾌락

유토피아 같지만 '본인의 선택이라고는 처음부터 없었던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야만인 존는 던진다. 세익스피어 작품을 인용하면서.

사실, 존이 등장할 때, 과연 야만인이 누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익스피어 작품을 욾으며 끊임없이 문명사회에 질문을 하고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존이 단지 출생공간과 신분만으로 야만인으로 불리는 게 맞을까에 의문이 든 거다.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계급인 알파조차도 문명사회에서 주어진 틀 안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살기에 더 그런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어항 속 물고기를 보고 '저 물고기는 자유가 없이 좁은 어항에서만 살고 있는데 행복할까'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 넓은 바다에 살고 있었다면 가고 싶은곳에 어디건 갈 수 있을텐데..라며..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항 속 물고기는 '바다'라는 세상을 모르므로 어항속에서 충분히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 설사 '바다'를 알아도 천적이 도사리고 있는 곳보다 안전하면서 매 끼니마다 밥을 주는 어항이 이 물고기에게는 천국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어린 마음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멋진 신세계'에서 '바다'와 '어항 속 물고기'는 누구일까?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과 쾌락을 주는 소마가 지배하는 문명사회가 바다일까?

아니면, 무한한 자유가 있는 거 같지만 서로의 관습에 얽매이는 인디언 구역이 바다일까?

'얼른 그 곳에서 나와, 여기 더 큰 자유가 있어'라고 외치기엔 두 세상 모두 어항같기만 하다.

그렇다고 '그 책에서 나와, 여기가 진짜 자유가 있는 바다야'라고 말하기엔 나도 보이지 않는 '어항'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ps. 이 책은 등장인물 한명 한명을 주인공으로 외전이 있어도 좋을 법하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10426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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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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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를 제대로 알기 시작한 건, <썰전>에서 부터이다.

촛불집회가 있기 전과 후 나에게 생긴 큰 변화라고 하면, 그 이전은 정치는 1도 관심이 없었다는 점이고 그 이후는 그래도 정치에 대한 기본 소양은 갖추게 되었다는 점.

희한하게도 어려서 부터 역사책은 좋아해서 근대사와 현대사보다 고대, 중세에 대 관심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 역사도 마찬가지) 오래된 이야기는 찾아읽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찌 돌아가는지는 까막눈으로 오랜 세월 살아왔다.

그러다 션 키우면서, 책도 읽어주고 골라주다 보니 '어? 세상이 언제 이리 바뀐거야?'를 느낀 적이 많다. 대학시절 금서에 가까운 내용들이 지금은 떳떳하고 자유롭게 적혀 있는 걸 보고 살짝 놀랐던 거다. 그러고 보니, 대학 절친 중 한명이 그리 열심히 '운동권'에서 활약하다가 어느날 일반인으로 사는 걸 보고 '요즘은 그런거 안해?'라고 물어 본적 있는데 그 친구가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잖아'라고 대답한 적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오랜 세월을 정말 눈닫고 귀닫고 살았나 보다.

촛불집회가 있을 당시 썰전부터 시작해서 각 방송국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여러 개 방송했다. 그 흔한 드라마 조차 보지 않고 살아 왔는데, 그 당시에 서로 다른 시각/견해차를 가진 패널들의 토론을 제법 찾아 챙겨봤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근대사가 자연스래 연결되는 재미있는 경험도 하고..

한쪽의 시각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열띈 논의를 하고, 또 방송사 마다 색이 다르다 보니 동일 주제에 대한 토론 비교를 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당연히 관심이 있는 주제는 따로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벼락치기 하듯 제법 많은 지식 (지식이라고 하기엔 미약하고, 정보라고 해야겠다) 이 쌓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이전과는 달리 제법 생겼다고 으쓱했었다.

그 당시 가장 눈길이 갔던 분은 역시 유시민 작가다. 썰전에서 시작해서 알쓸신잡과 기타 등 제법 프로그램을 챙겨봤는데 감탄이 나올 때가 많았다. 처음 봤을 때 정치인이 왜 '작가'라고 하지?로 의아했는데 바로 수긍이 되었다.

그 당시에 '글쓰기 특강'을 사 놓고 책장에 모셔놨다.

새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마음에 여유가 없었고 업무부담이 과해서 한동안 가벼운 책을 읽었기 때문.. 유명세 좀 탔다는 로판은 이 기간 거의 섭렵한 듯하다.

그러다 얼마전 점심시간, 글쓰기 특강을 한 페이지, 두 페이지 넘기다가 완전 빠져들었다. 말그대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겠지, 좀 딱딱한 내용이려나 하고 책을 펼쳤는데, 왠걸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다. 거창하게 이야기 하면 유시민 작가의 인생관을 엿볼 수 있어서 그랬을까?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점심시간 끝나고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계속 읽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다.

너무 오버 아니냐 할 수도 있는데, 내가 평소 생각한 부분과 공감이 되는 그의 '썰'이 많아 '맞아, 맞아'로 시작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아그렇지,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를 느껴서 같은데 꼭 친한 친구와 좋아하는 주제로 수다를 실컷 나눈 느낌이었던 거 같다.

물론 후반부로 갈수록 글쓰기에 대한 조언과 방법도 알려주는데, 그 이전에 책 구석구석 '사람이 제대로 사고하는 법'을 차분히 설명해 주는 거 같아 좋았다.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점'이다. 물론 나도 색안경 낄 때도 있다. 또한 내가 하는 행동 중에 '나는 괜찮으니 저 사람도 괜찮다고 생각해 주겠지'라고 생각해서 실수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보고, 이왕 보는 거 장점을 보려 한다. (노력한다기 보다 이건 천성인거 같다)

유시민 작가에 대해 선호도는 다들 다를 것이다. 정치색을 달리하는 경우 특별히 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논리적인 사람과 글'이 좋다. 그래서 유승민씨와 유시민작가의 토론도 좋고, 정재승 교수와 블럭체인에 대한 토론도 좋다.

책 읽고 스트레스가 뻥 뚫린 기분 드는 것도 오랫만이다.

* 이 책에는 추천 책 리스트가 있다. 이미 읽은 책도 있지만 아닌 책이 더 많다. 추천을 했다고 해서 나에게 다 좋은 책은 아닐 수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이겠지. 덜 보이면 훗날 다시 읽어보면 될 것이고.



https://blog.naver.com/jykang73/22207587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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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를 뒤흔든 금융 이야기
왕웨이 지음, 정영선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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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융박물관 이사장이자 경영대학원 개원교수 왕웨이가 지은 책으로, 제목도 <금융이야기>이다 보니 [화폐전쟁]을 떠올리고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분위기가 다른 책이었다.

<금융이야기>는 중국 역사를 포함한 세계사를 어느 정도 꿰고 있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사는 어릴 때 부터 재미있게 읽은 영역인데... 한동안 등한시 한 탓에 가물가물한 부분도 많았고 특히 중국사에 대해서는 그 깊이가 얄팍하다 보니 <금융이야기>를 읽을 때 나 자신에게 아쉬운 점이 많았다. 저자는 인류의 큰 역사적 흐름 (중국인이다 보니 중국 역사와 결부해서)에 따라 금융, 엄밀히 말하면 문자그대로 '돈'의 역사를 함께 해석해 주고 있는데 내가 그 내용을 충분히 못 쫓아간 것이다.

거기다 업무적으로 머리를 과도하게 써야 하는 기간에 하필 이 책을 고른 탓에 따로 책읽을 시간이 없어 10분, 20분 정도 짬나는 짜투리 시간에 읽다 보니 책 전체적인 맥이 자꾸 끊어졌다. 이럴 땐 가벼운 에세이나 소설을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 역시 했다.

또 하나 아쉬운 부분은 저자는 금융박물관 이사장이면서 이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보니, 서론과 부록에서 금융사에 대한 본인의 포부나 중국에서 금융박물관의 의미에 대해 언급하는데 본문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 하면, 본문과 상관없는 갑작스런 전환이 책의 서두와 말미에 있어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재미있게 읽은 건 사실이다. 책 전체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도입부에 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이나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는 신화나 민족 이데올로기의 색체가 자주 가미된다. 그러나 배후에서 조종하고 지원해 주는 <돈>이라는 하나의 중요한 요서는 최대한 감추려 한다. 돈은 교환의 도구로서 모든 물품으로 바꿀 수 있었고, 심지어 명예까지도 얻을 수 있는 도구였다. 만약 돈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면 이야기나 위인은 천우신조나 능력은 사라져 버리고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하게 된다. 그래서 돈과 밀접했던 인물이나 이야기일수록 역사에서 돈과 거리를 두려고 유달리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 문장 하나로 금융이야기를 저술한 저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역사를 논할때 '특정 테마'를 주인공으로 하여 색다른 시각으로 푼 이야기들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시도한 테마의 대부분은 역사의 흐름에서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아 바뀔 수 밖에 없는 '결과론적인 해석'을 주로 하고 있는 반면, 금융이야기에서는 '돈'역사의 주체로 두고 썰을 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제1부 세계 금융의 역사와 제2부 중국 금융의 역사에서 이렇게 '돈'을 중심에 놓고 이를 누가, 왜 컨트럴 하느냐를 설명해 주는 데 그 시각이 재미있었다.

나의 본업인 IT컨설팅의 세월도 벌써 26해 정도 된거 같다. 시작은 IBM 컨설턴트 였지만 지금은 내가 주도한 계약을 해서 프로젝트의 한 영역을 맡고 있다. 일의 성격은 바뀐게 없지만 일종의 '신분'이 바뀐 셈이다. 나와 입사를 비슷하게 시작한 동료 중 일부는 현재 IBM에서 상무/전무가 되어 있기도 하고, 임원은 골치아프고 성미에 맞지 않는다며 적정 수준에서 진급을 stop 한 경우도 있고,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퇴직한 경우도 많다.

나도 한때는 '회사를 나오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 성향상 여전히 조직 내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고 지금 내 모습은 어느 정도 그려졌기 때문이다. 과거 나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절친 동료와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이 동료가 "대기업 임원은 명예직이야, 골치 아픈 명예보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서 적당한 돈을 버는게 더 낫지 않아?"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아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들었던 '명예'가 무엇일까를 곰씹어 봤던 거 같다.

이 무렵 조직에서 호령을 했던 분들이 은퇴를 시작했고 은퇴 후 모습은 말 그대로 자연인으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 발길도 뜨음 해 지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이나 명예의 유한성'에 대해 자연스래 접하게 된 셈이다.

<금융이야기>를 읽으며 엉뚱하게도 이렇게 잊었던 직장인의 권력, 명예, 돈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 본거 같다. 역사에 등장하는 대단한 영웅이나 위인은 아니지만 일반 소시민에게도 나름의 같은 세계가 있기 때문에.

저자는 고대로마를 거쳐 유럽의 근/현대 역사를 훑으며 인류의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다음이 진짜 금융이야기의 시작이지 않을까. 그 시작은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며 내가 살아갈 '나의 남은 날들'이 될 것이다. 계급이 사라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돈'이야말로 이 시대의 새로운 계급 사회를 구분하는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끔 농담삼아 '생계형이 되어 버려서 은퇴하고픈 시기가 점점 늦춰져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또 한번 내 남은 IT생활에서 내가 뭘 추구하는 가도 생각해 보기도 했고, 은퇴 후 나의 생활도 생각해 본 기회가 됐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04282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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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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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인데

책 전반 분위기는 인류의 역사의 흐름도시와 건축의 시각으로 재 해석한 이야기로 보인다.

인류 생활의 '의식주' 중 <주> 모습이 인류 생활 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에는 분명하다. 물론 인간의 의식변화가 변저 와서 <주>의 생활이 바뀐 건지, <주>의 변화로 인해 인간의 의식변화가 시작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직업 상 짧게는 1년 길게는 3~5년 정도의 IT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보니 프로젝트 단위로 일터가 바뀐다. 아무래도 대규모 SI프로젝트가 통신, 금융 등 에서 10년에서 15년 주기로 생기는 경향이 있어 대부분 프로젝트는 서울이다. 긴 세월 동안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 세 번 정도 서울 아닌 곳에서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장기적으로 다른 도심에 있어 본 경험도 나름 신선했다.

이 세 번 중 K프로젝트는 장소가 분당이라 말이 서울이 아닌거지, 서울과 바로 인접한 곳으로 거리상은 크게 멀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K프로젝트 참여 후 6~7개월 지났을 무렵, 어느날, '어?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전투적으로 일을 할 프로젝트 단계로 많이 예민해져 있을 기간인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조바심이 느껴지지 않고 fact중심으로 나름 차분하게 (그리고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나의 변화'가 느껴져서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떠오른 것은, 언제부터인가 출근할 때 서울을 벗어나서 분당으로 들어서면서 넓어진 길, 노란 은행나무, 나즈막한 건물들이 갑자기 눈에 들어 오면서 마음이 안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았고, 반면 퇴근할 때 서울로 진입하면서 빽빽한 고층 빌딩, 많은 차로 인해 가슴이 좀 답답하다 느꼈던 순간순간 기분이었다.

아마도 출퇴근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모습에 의해 나의 심리적 변화까지 서서히 연결되어 기본적인 마음의 안정감을 가지게 되어 그러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그러면서, 아.. 내가 사는 공간, 내가 걷는 공간이 알게모르게 내 심리적 안정감에 크게 영향을 끼쳤구나를 알았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 나즈막한 건물이 있는 도시를 좋아하는지, 자연이 가득한 공간을 좋아하는지도 설명이 가능해졌다.

책을 읽다 보니, 내가 꿈꾸는 도시에 대해 저자가 하나씩 언급해 주고 있음도 알았다. 건축물에 대해, 공원과 같은 공공장소에 대해, 도시에 대해 그 역사와 현재, 미래를 언급하며 '거기서 사는 사람'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 개선점을 알려준다. 안타까운건, 실행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규제나 정책으로 인해 어렵다는 점.

나이가 들면서 나도 어쩔수 없이 과거를 그리워 하게 된다. 그중에서 해외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었다. 해외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문화, 역사가 가득한 관광지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서울의 깨끗한 거리와 높은 건물들을 보게 되는데.. 이 또한 한국의 모습이지만 '우리의 역사'를 일상에서 보기가 참 힘들구나 싶었다. 그 이유를 6.25 탓이라고도 생각해보고, 새마을 운동의 여파라고도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 너무도 흔하게 돌아다녔던 좁은 골목, 돌이나 시맨트 담, 좁은 길과 작은 집이 소중한지 모르고, 새로 건물을 올리고 길을 만드는 수많은 세월동안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있던 과거의 흔적들 역시 우리의 역사인데 알게 모르게 사라져간 것을 알았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과거의 향수에 빠지게 하는 것들이 당시의 옷, 음악, 각종 소품도 있지만.. 고무줄 뛰기, 말뚝밖기를 하고 놀았던 골목여름밤 수박을 먹고 더위를 식혔던 옥상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보톡스 도시>가 많이 와 닿았다. 시간이 흘러서 나이를 먹어도 얼굴에 주름이라는 것을 남겨둬야 자연스럽듯이, 눈앞의 개발이익으로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남기자는 저자의 말이 완전히 공감이 된다. 그리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서민이 살았던 곳'이 아닐까. 내가 어릴 적 뛰어 다니던 좁은 골목과 낮은 집들이 있던 바로 그 건축물들..

만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다.

경주를 방문하고, 경복궁을 가야만 그 역사를 접할 수 있게 하지말고,

내 발길이 닿는 곳에 10년전 과거의 모습, 또 얼마간 갔을 때 50년전 과거의 모습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도심의 모습이 더 친근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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