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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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유명한 책인데, 그동안 읽지 않았다.

어려서 부터 션에게 책을 많이도 사주고 빌려도 줬는데, 자라면서 션이 직접 고르는 경우가 늘었고 가끔 내가 추천해 주는 경우가 있었다. 션도 자랄 수록 비문학류를 읽는 비중이 늘어 났고, 그런 션이 '멋진 신세계'만큼은 단숨에 읽었다고 했다.

요새 점심시간에 책 읽는 재미가 들려서 책을 한권씩 읽고 있는데, 드디어 멋진 신세계를 집어 들었고 몇 페이지 읽다가 '이 책 뭐지?' 싶었다.

분명 32년도 작품이라고 했는데 상당히 세련됐다.

출간 당시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지 않았을까 싶은 '디스토피아' 에 해당하는 내용은 꼭 한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든다. 또한 매끄러운 번역 덕분에 온전히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줘서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친 거 같다.

(1984와 함께 대표적 디스토피아 소설이지만, 조지오웰의 디스토피아가 공포가 깔려 있다면 올더스 헉슬러의 디스토피아는 평화를 가장한 욕망이 깔려 있는 듯 하다.)

미리 계획된 유전자로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의 인생이 결정이 되어 있는 사회

그 속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은 그 사회에 적응하기도 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거대 조직을 거부하기도 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계획된 훈련을 통해 자신의 계급과 역할에 만족을 하며 살고 있다. 이미 유전자는 해당 역할에 맞게 변조가 되어 있으므로 직업 훈련 및 세뇌작업도 어찌보면 본인의 타고난 적성 (엄밀히 말하면 변조된 적성)에 맞춤형일 듯 하다.

설계된 인생, 영원한 젊음, 임신과 출산/결혼에서의 자유, 생활의 일부로 당연히 허락된 쾌락

유토피아 같지만 '본인의 선택이라고는 처음부터 없었던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야만인 존는 던진다. 세익스피어 작품을 인용하면서.

사실, 존이 등장할 때, 과연 야만인이 누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익스피어 작품을 욾으며 끊임없이 문명사회에 질문을 하고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존이 단지 출생공간과 신분만으로 야만인으로 불리는 게 맞을까에 의문이 든 거다. 사회 지도층에 속하는 계급인 알파조차도 문명사회에서 주어진 틀 안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살기에 더 그런 생각을 했다.

어린 시절 어항 속 물고기를 보고 '저 물고기는 자유가 없이 좁은 어항에서만 살고 있는데 행복할까'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 넓은 바다에 살고 있었다면 가고 싶은곳에 어디건 갈 수 있을텐데..라며..

그런데 한편으로는 어항 속 물고기는 '바다'라는 세상을 모르므로 어항속에서 충분히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 설사 '바다'를 알아도 천적이 도사리고 있는 곳보다 안전하면서 매 끼니마다 밥을 주는 어항이 이 물고기에게는 천국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어린 마음에 혼란스럽기도 했다.

'멋진 신세계'에서 '바다'와 '어항 속 물고기'는 누구일까?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과 쾌락을 주는 소마가 지배하는 문명사회가 바다일까?

아니면, 무한한 자유가 있는 거 같지만 서로의 관습에 얽매이는 인디언 구역이 바다일까?

'얼른 그 곳에서 나와, 여기 더 큰 자유가 있어'라고 외치기엔 두 세상 모두 어항같기만 하다.

그렇다고 '그 책에서 나와, 여기가 진짜 자유가 있는 바다야'라고 말하기엔 나도 보이지 않는 '어항'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ps. 이 책은 등장인물 한명 한명을 주인공으로 외전이 있어도 좋을 법하다.


https://blog.naver.com/jykang73/22210426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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