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장 하나로 금융이야기를 저술한 저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알 수 있다.
역사를 논할때 '특정 테마'를 주인공으로 하여 색다른 시각으로 푼 이야기들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시도한 테마의 대부분은 역사의 흐름에서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아 바뀔 수 밖에 없는 '결과론적인 해석'을 주로 하고 있는 반면, 금융이야기에서는 '돈'을 역사의 주체로 두고 썰을 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제1부 세계 금융의 역사와 제2부 중국 금융의 역사에서 이렇게 '돈'을 중심에 놓고 이를 누가, 왜 컨트럴 하느냐를 설명해 주는 데 그 시각이 재미있었다.
나의 본업인 IT컨설팅의 세월도 벌써 26해 정도 된거 같다. 시작은 IBM 컨설턴트 였지만 지금은 내가 주도한 계약을 해서 프로젝트의 한 영역을 맡고 있다. 일의 성격은 바뀐게 없지만 일종의 '신분'이 바뀐 셈이다. 나와 입사를 비슷하게 시작한 동료 중 일부는 현재 IBM에서 상무/전무가 되어 있기도 하고, 임원은 골치아프고 성미에 맞지 않는다며 적정 수준에서 진급을 stop 한 경우도 있고,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퇴직한 경우도 많다.
나도 한때는 '회사를 나오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 성향상 여전히 조직 내에서 열심히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고 지금 내 모습은 어느 정도 그려졌기 때문이다. 과거 나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절친 동료와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이 동료가 "대기업 임원은 명예직이야, 골치 아픈 명예보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면서 적당한 돈을 버는게 더 낫지 않아?"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아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들었던 '명예'가 무엇일까를 곰씹어 봤던 거 같다.
이 무렵 조직에서 호령을 했던 분들이 은퇴를 시작했고 은퇴 후 모습은 말 그대로 자연인으로 돌아간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 발길도 뜨음 해 지는 모습을 보며 씁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이나 명예의 유한성'에 대해 자연스래 접하게 된 셈이다.
<금융이야기>를 읽으며 엉뚱하게도 이렇게 잊었던 직장인의 권력, 명예, 돈에 대해 조금씩 생각해 본거 같다. 역사에 등장하는 대단한 영웅이나 위인은 아니지만 일반 소시민에게도 나름의 같은 세계가 있기 때문에.
저자는 고대로마를 거쳐 유럽의 근/현대 역사를 훑으며 인류의 금융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다음이 진짜 금융이야기의 시작이지 않을까. 그 시작은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며 내가 살아갈 '나의 남은 날들'이 될 것이다. 계급이 사라진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지만 '돈'이야말로 이 시대의 새로운 계급 사회를 구분하는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끔 농담삼아 '생계형이 되어 버려서 은퇴하고픈 시기가 점점 늦춰져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또 한번 내 남은 IT생활에서 내가 뭘 추구하는 가도 생각해 보기도 했고, 은퇴 후 나의 생활도 생각해 본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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